동서와 고금, 유교와 불교가 만나는 진리의 ‘한 지점’에 대하여
상태바
동서와 고금, 유교와 불교가 만나는 진리의 ‘한 지점’에 대하여
  • 불광미디어
  • 승인 2020.09.24 12: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중 불교의 대표 고승이 말하는 유교 중화 담론
한국과 중국 선사들의 유교 중화 담론 | 문광 지음 | 328쪽 | 양장본 | 23,000원
한국과 중국 선사들의 유교 중화 담론 | 문광 지음 | 328쪽 | 양장본 | 23,000원

우리 불교 고승이자 대선지식 탄허 스님께서 평소 좋아하시던 말씀이 있다.

성현지학(聖賢之學)은 심성이이(心性而已)다.
모든 성인‧현자의 학문은 마음[心]과 성품[性] 둘뿐이다.

이 구절에 담긴 의미처럼 동서와 고금, 유‧불‧도 3교가 만나는 변치 않는 진리의 ‘한 지점’에 ‘마음’과 ‘성품’이 있다.

이 땅의 모든 성인‧현자들은 마음과 성품의 현실적 수양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품고 고민하고 논의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수불이(性修不二)’, 성품과 수양은 둘이 아니라는 이 표현처럼 마음의 구체적 실천과 수행[用心]의 문제는 동양 철학의 핵심 주제이자 인류의 영원한 과제이기도 하다.

유교의 가장 중요한 텍스트로서 사서삼경(四書三經)의 하나인 『중용(中庸)』에는 마음과 관련해 ‘미발(未發)’과 ‘이발(已發)’, ‘중화(中和)’를 말한다. ‘희로애락이 일어나지 않은[未發] 마음[中]’, ‘희로애락이 일어났더라도[已發] 절도에 맞게 다시 일어나지 않은 상태로 돌아오는 마음[和]’이 중용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미발 공부와 이발 공부를 병행해야 한다는 게 주자(朱子) 심학(心學)의 핵심이다. 불교의 경우는 어떤가. 미발과 이발, 중화의 문제는 ‘결국 인간에겐 마음 닦는 공부밖에 없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맥락에 가닿는다.

물론 차이도 있다. 심과 성에 대한 해석과 견해도 그렇고, 수양의 문제에 있어서도 그렇다. 그럼 우리나라와 중국을 대표하는 고승, 네 선사들은 유교 중용에 대해 무엇이라 이야기했을까?
이 책에서 고찰의 대상이 되는 네 선사는 중국의 명말사대사라 일컬어지는 감산 덕청 선사와 우익 지욱 선사, 한국의 근현대 대표 고승인 퇴옹 성철 선사와 탄허 택성 선사이다. 재미있는 것은 네 선사의 중화에 대한 담론이 각각 확연히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각각의 특성을 ‘중화일관론(中和一貫論)’, ‘유맥귀불론(濡脈歸佛論)’, ‘철(徹)적 가풍’, ‘탄(呑)적 가풍’이라 명명한다.

이 책에 펼쳐지는 논의의 핵심은 결국 ‘인간의 마음[心]’에 있다. 인간 마음의 본체[體]와 사용[用], 그리고 마음의 수련[修心]의 문제를 전면에 걸어 유가에서의 마음에 대한 파악과 수신(修身) 문제, 그리고 불가에서의 마음에 대한 인식과 수련 문제를 고찰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그간의 유‧불 관계 논의에서 찾아보지 못했던 각 가(家)의 공통분모와 분화 지점을 명징하게 볼 수 있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동서와 고금을 회통(會通)하여 보기 위한 새로운 안목을 키우는 데 있다. 다시 말해 동서고금, 유교와 불교가 만날 수밖에 없는 진리의 ‘한 지점’을 향한 발로인 것이다.

중국의 앙산 스님은 『열반경』 40권 가운데 얼마만큼이 부처님 설이고 얼마만큼이 마구니 설인가 하는 스승 위산 스님의 물음에 『열반경』 전체가 마구니 설이라 대답했다. 어찌 『열반경』 40권만 마구니 설이라 하겠는가? 팔만대장경 전체가 마구니의 설이며, 유교 경전 13경 전체가 이단(異端)의 설이며, 기독교 신약・구약성서 전체가 사탄의 설이다. 이 말의 낙처(落處)를 바로 짚어내지 못한다면 설산(雪山)에서 6년 고행한 부처님과, 천하를 주유했던 공자님과, 십자가에 못 박혔던 예수님의 은혜에 반 푼 어치도 보답할 수 없는 것이다. 미발의 극처(極處)에, 중(中)의 심처(深處)에, 성(性)의 묘처(妙處)에, 무극(無極)의 오처(奧處)에 그 밀지가 함장되어 있다. 만약 이번 생 안에 수행을 통해서 이것을 찾지 못한다면 내 살림은 한 번도 살아 보지 못하고 석가, 공자, 예수의 종노릇만 하다가 다음 생을 다시 기약해야 할 것이다. _ 본문 중에서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