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25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삶과 죽음 한 폭의 그림이다 삶과 죽음 한 폭의 그림이다 야망과 욕심과 애증도 모두 내려놓고 이제는 더 갈망할 것이 없을 줄 알았다. 이른 아침, 이슬 맺힌 풀꽃들의 아름다움과 그 신비하고 미묘한 변화를 지켜보는 것만으로 감사하며 노년의 한가로움으로 족했다. 삭고 곰삭아서 더는 갈등할 것이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준비와 계획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난제가 코앞에 닥쳤다. 어떻게 잘 죽을 수 있을까. 건강하게 장수하기를 원하지만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없다면 그 생명유지가 행복한 것일까. 가까운 이들을 하나둘씩 데려가는 노화와 질병은 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홀로 남겨진다는 절대고독은 무엇으로 풀어야 하나. | 끝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싶은 절박함‘웰빙well-being과 웰다잉well-dying’, ‘준비 안 된 장수시대’, ‘복지 불광출판사 | 호수 : 470 | 2014-02-07 03:17 에둘러 흐르는 길과 시간이 마음을 위로하다 에둘러 흐르는 길과 시간이 마음을 위로하다 장마가 오래 이어지던 여름날, 주말에 반짝 날이 갠다는 소식을 듣고 문자를 넣었다. “토요일에 같이 화계사 가실래요?” 실은 친구와 함께 다녀올 예정이었으나 친구에게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다른 동행을 구하는 거라고 하자, 선배는 “(꿩 대신) 닭이 된 기분”이라고 투덜대면서도 흔쾌히 응해주었다.화계사는 주지로 계시던 수경 스님의 ‘4대강 반대’ 운동 덕에 환경운동의 중심 도량으로 자리 잡은 사찰이어서 언제고 한번 가보고 싶던 곳이다. 오랜 장마에 서울도 물난리를 겪고 철학 없는 전시성 시정으로 적지 않은 인명피해까지 난 상황이어서, 수경 스님이 역설했던 생명사상의 가치가 더욱 값지게 다가오는 때였다. 그 뜻을 곱씹어보고자 주말 나들이로 화계사행을 정했다.알고 보니 이곳은 1933년에 이희승, 최현배 등 국문 불광출판사 | 호수 : 443 | 2011-09-26 09:57 학교가 공장 같다 학교가 공장 같다 고등학교 첫 학기부터 패배자로 낙인찍힌 기분“완전 속았다.” 80년대 말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한 달이 지나기 전, 나는 생애 가장 큰 실망과 분노를 했다. 중학교 3학년 때만 해도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공부해서 전교 1·2등은 아니더라도 10등 안에는 들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담임선생님께 다른 반 친구처럼 외국어고등학교로 진학해도 될지 여쭤보았다. 그땐 주변에서 따로 조언을 해줄 사람이 선생님을 제외하고 전혀 없었던 터라, 나는 선생님의 말씀을 무조건 따랐다. 선생님께서는 아는 제자가 외국어고등학교에 입학 후 많은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걸 보았다며, 일반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씀하셨다. 나는 선생님께서 종용하시는 대로 일반 고등학교에 지원을 했고, 서울 강북의 어느 고등학교에 불광출판사 | 호수 : 440 | 2011-06-28 09:40 어머니의 기다림 세상에 인연이란 말보다 더 아름다운 말이 또 어디 있을까? 인연이 있기에 태어나고 인연이 있기에 만나고 인연이 있기에 사랑하고 인연이 있기에 변화해 가는 것이다. 내가 처음 이 세상에 인연 맺은 ‘터’는 경남 함안군 가야읍 사내리 ‘게터’라는 삼봉산 기슭의 마치 게가 누워있는 형국을 한 조그만 시골 마을이었다. 그리고 내가 이 세상에 처음 인연 맺은 사람은 당시 서른일곱 살의 순박한 농촌 여인, ‘외증조모의 진갑년에 태어난 첫째 손녀’라는 의미로 김갑일(金甲壹)이라 이름 붙여진 나의 어머니였다. 나의 어머니는 일제 시대 한 백 석쯤 하는 제법 부유한 집안에 태어나서 열여섯 살에 머리 얹고, 열일곱 살에 아들이 귀한 우리 집안에 시집 오셨다. 서른여섯 살까지 딸만 셋 두고 있었으니 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염원과 관리자 | 호수 : 328 | 2007-09-30 00:00 장 노인의 여름 장 노인과 동희 씨는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벤치에 앉아 꿀 먹은 벙어리처럼 한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방에만 틀어박혀 있는 게 영 안돼 보여 며느리를 데리고 나오긴 했으나 장 노인은 얼른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아들 녀석이 회사 내의 뜻하지 않은 사기 사건에 연루되어 교도소 밥을 먹은 지도 어언 일 년이 넘어가고 있었다. 사 년 형을 받았으니 아직도 삼 년 정도는 더 기다려야 나올 터였다. 난데없이 아들이 옥살이를 하게 되자 장 노인과 아내 청주댁은 억장이 무너져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장 노인 부부는 그렇게 처음 두어 달을 속앓이를 하며 보냈다. 하지만 모든 아픔이 세월에 따라 다 무뎌지는 것처럼 장 노인 부부는 차차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하기야 세상 살다보면 그런 일도 있는 것이다 관리자 | 호수 : 285 | 2007-09-22 00:00 처음처음이전이전12끝끝
기사 (25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삶과 죽음 한 폭의 그림이다 삶과 죽음 한 폭의 그림이다 야망과 욕심과 애증도 모두 내려놓고 이제는 더 갈망할 것이 없을 줄 알았다. 이른 아침, 이슬 맺힌 풀꽃들의 아름다움과 그 신비하고 미묘한 변화를 지켜보는 것만으로 감사하며 노년의 한가로움으로 족했다. 삭고 곰삭아서 더는 갈등할 것이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준비와 계획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난제가 코앞에 닥쳤다. 어떻게 잘 죽을 수 있을까. 건강하게 장수하기를 원하지만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없다면 그 생명유지가 행복한 것일까. 가까운 이들을 하나둘씩 데려가는 노화와 질병은 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홀로 남겨진다는 절대고독은 무엇으로 풀어야 하나. | 끝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싶은 절박함‘웰빙well-being과 웰다잉well-dying’, ‘준비 안 된 장수시대’, ‘복지 불광출판사 | 호수 : 470 | 2014-02-07 03:17 에둘러 흐르는 길과 시간이 마음을 위로하다 에둘러 흐르는 길과 시간이 마음을 위로하다 장마가 오래 이어지던 여름날, 주말에 반짝 날이 갠다는 소식을 듣고 문자를 넣었다. “토요일에 같이 화계사 가실래요?” 실은 친구와 함께 다녀올 예정이었으나 친구에게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다른 동행을 구하는 거라고 하자, 선배는 “(꿩 대신) 닭이 된 기분”이라고 투덜대면서도 흔쾌히 응해주었다.화계사는 주지로 계시던 수경 스님의 ‘4대강 반대’ 운동 덕에 환경운동의 중심 도량으로 자리 잡은 사찰이어서 언제고 한번 가보고 싶던 곳이다. 오랜 장마에 서울도 물난리를 겪고 철학 없는 전시성 시정으로 적지 않은 인명피해까지 난 상황이어서, 수경 스님이 역설했던 생명사상의 가치가 더욱 값지게 다가오는 때였다. 그 뜻을 곱씹어보고자 주말 나들이로 화계사행을 정했다.알고 보니 이곳은 1933년에 이희승, 최현배 등 국문 불광출판사 | 호수 : 443 | 2011-09-26 09:57 학교가 공장 같다 학교가 공장 같다 고등학교 첫 학기부터 패배자로 낙인찍힌 기분“완전 속았다.” 80년대 말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한 달이 지나기 전, 나는 생애 가장 큰 실망과 분노를 했다. 중학교 3학년 때만 해도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공부해서 전교 1·2등은 아니더라도 10등 안에는 들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담임선생님께 다른 반 친구처럼 외국어고등학교로 진학해도 될지 여쭤보았다. 그땐 주변에서 따로 조언을 해줄 사람이 선생님을 제외하고 전혀 없었던 터라, 나는 선생님의 말씀을 무조건 따랐다. 선생님께서는 아는 제자가 외국어고등학교에 입학 후 많은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걸 보았다며, 일반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씀하셨다. 나는 선생님께서 종용하시는 대로 일반 고등학교에 지원을 했고, 서울 강북의 어느 고등학교에 불광출판사 | 호수 : 440 | 2011-06-28 09:40 어머니의 기다림 세상에 인연이란 말보다 더 아름다운 말이 또 어디 있을까? 인연이 있기에 태어나고 인연이 있기에 만나고 인연이 있기에 사랑하고 인연이 있기에 변화해 가는 것이다. 내가 처음 이 세상에 인연 맺은 ‘터’는 경남 함안군 가야읍 사내리 ‘게터’라는 삼봉산 기슭의 마치 게가 누워있는 형국을 한 조그만 시골 마을이었다. 그리고 내가 이 세상에 처음 인연 맺은 사람은 당시 서른일곱 살의 순박한 농촌 여인, ‘외증조모의 진갑년에 태어난 첫째 손녀’라는 의미로 김갑일(金甲壹)이라 이름 붙여진 나의 어머니였다. 나의 어머니는 일제 시대 한 백 석쯤 하는 제법 부유한 집안에 태어나서 열여섯 살에 머리 얹고, 열일곱 살에 아들이 귀한 우리 집안에 시집 오셨다. 서른여섯 살까지 딸만 셋 두고 있었으니 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염원과 관리자 | 호수 : 328 | 2007-09-30 00:00 장 노인의 여름 장 노인과 동희 씨는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벤치에 앉아 꿀 먹은 벙어리처럼 한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방에만 틀어박혀 있는 게 영 안돼 보여 며느리를 데리고 나오긴 했으나 장 노인은 얼른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아들 녀석이 회사 내의 뜻하지 않은 사기 사건에 연루되어 교도소 밥을 먹은 지도 어언 일 년이 넘어가고 있었다. 사 년 형을 받았으니 아직도 삼 년 정도는 더 기다려야 나올 터였다. 난데없이 아들이 옥살이를 하게 되자 장 노인과 아내 청주댁은 억장이 무너져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장 노인 부부는 그렇게 처음 두어 달을 속앓이를 하며 보냈다. 하지만 모든 아픔이 세월에 따라 다 무뎌지는 것처럼 장 노인 부부는 차차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하기야 세상 살다보면 그런 일도 있는 것이다 관리자 | 호수 : 285 | 2007-09-22 00:00 처음처음이전이전12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