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우도十牛圖] 코끼리象를 길들이는 9가지 마음의 머무름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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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우도十牛圖] 코끼리象를 길들이는 9가지 마음의 머무름 단계
  • 불광미디어
  • 승인 2024.02.2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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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불교의 목상도
쎌까르 사원의 목상도 벽화, 사진 차상엽

어릴 적 사찰 앞마당에서 뛰어놀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유독 대웅전 외부를 감싸고 있던 빛바랜 벽화인 ‘목우도(牧牛圖)’가 눈앞에 아른거리곤 했다. 그 벽화가 어떤 의미인지도 모른 채, 단지 소 치던 동자승의 한가한 모습에 매료돼 간혹 내 자신이 벽화의 주인공인 양 착각하기도 하면서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이러한 꼬맹이 적 기억이 내 뇌리에 똬리를 틀어서 인지는 몰라도, 인도-티벳불교의 명상 수행에 관심이 많았던 필자는 오래된 고전문헌에서 언급하는 실제 명상 수행의 과정과 관련한 다양한 논의뿐만 아니라 벽화 등의 그림으로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설명하는 도상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운 좋게도 몇 차례 한국연구재단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인도, 네팔, 티벳 본토 그리고 몽골 등지의 오래된 사원에 현장 답사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는데, 그때마다 내 시선을 끌었던 것 중의 하나가 다채로운 색상으로 이루어진 옛 사찰의 도상들이었다. 어릴 적 기억 때문인지 선불교의 ‘목우도’ 혹은 ‘십우도(十牛圖)’와 유사한 티벳 사원의 ‘목상도’는 필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목상도(牧象圖)란 ‘마음을 대변하는 코끼리(상象)를 점진적으로 길들이는(목牧) 장면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그림(도圖)’이라는 뜻이다. ‘목상도’는 중국과 한국 등의 ‘목우도’라는 표현을 빗댄 것에 불과하고, 티벳어로는 ‘시내뻬리(Zhi gnas dpe ris)’라 부른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시내’는 집중 명상(지止, 사마타śamatha), ‘뻬리’는 그림이라는 의미다. 즉 ‘집중 명상과 관련한 점진적 명상 수행의 과정을 묘사한 그림’이라는 뜻이다.

집중 명상이란 ‘통찰 명상(관觀, 위빠사나vipaśyanā)’과 더불어 불교 명상 수행의 대표적 명상 방법이며, ‘마음이 대상에 집중함(심일경성心一境性)’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에 반해 ‘통찰 명상’이란 집중된 마음을 바탕으로 ‘자아(인人)’와 ‘존재나 현상(법法)’에 대한 집착을 해체해서, ‘에고를 가진 자아의 해체(무아無我)’와 ‘실체 없음(공空)’이라는 더할 나위 없는 최상의 진리를 꿰뚫는 명상법을 말한다. 

불교 명상 수행에서는 최종적으로 ‘집중 명상’과 ‘통찰 명상’의 어느 한쪽만을 실행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양자의 균형을 맞추어서 한 쌍으로 연결해서 작용한다는 ‘지관쌍운(止觀雙運)’을 강조한다. 그런데 인도와 티벳불교의 주류 명상 수행법에서는 ‘집중 명상’과 ‘통찰 명상’이라는 명상 방법의 2가지 과정이 엄밀히 구별된다. 먼저 ‘집중 명상’으로 마음을 ‘숨’이나 ‘붓다의 신체’ 등 하나의 특별한 명상 대상에 집중하도록 한 후, 어느 정도의 집중 상태에 도달하고 나서 ‘통찰 명상’으로 들어가도록 안내한다. 목상도에서는 ‘9가지 마음의 머무름(구종심주九種心住)’이라고 일컬어지는 ‘집중 명상’의 단계를 중심으로 그 과정을 정밀하게 묘사한다. 그래서 티벳에서는 이 그림을 ‘시내뻬리’, 즉 ‘집중 명상도(圖)’라고 후대에 부르게 된다. 

‘점오선(漸悟禪)’을 대변하는 중국 보명(普明, 곽암선사보다 약간 이른 시기)선사의 ‘목우도’는 마음을 정화하는 각 단계가 독립적인 한 장면, 한 장면으로 구성되며, 최종 10장면으로 이루어진다. 보명의 목우도와 흡사한 티벳 ‘목상도’에서는 탕카(thang ka, 괘불탱과 비슷함)와 같이 명상 수행의 단계 전체가 한 장면만으로 취합된다. 이러한 점이 보명선사의 목우도 혹은 십우도와 차이가 나는 외형적 특징이다.

목상도 삽화 중 오른쪽 하단에 사원이 보이는데, 이 건물이 명상 수행의 무대다. 사원이 의미하는 것은 산란한 곳으로부터 벗어나, 분리(分離)된 고요한 장소에 머문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적인 환경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것이다.

사원 앞에 한 승려가 무언가를 쫓고 있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는데, 이 승려가 바로 명상 수행의 주인공인 불교 요가수행자다. 그는 오른손에 갈고리를 왼손에 밧줄을 지니고 있으며, 코끼리를 길들이기 위해 뒤를 따라 쫓는다. 코끼리는 우리의 마음(심心)을 상징하며, 코끼리의 검은 색은 ‘마음의 까부라짐(혼침昏沈)’을 나타낸다. 코끼리를 길들이기 위한 밧줄은 수행자가 스승을 통해서 선택한 특별한 하나의 명상 대상을 놓치지 않고 기억하는 것(염念)을, 갈고리는 알아차림(정지正知)을 의미한다. 코끼리 조련사가 야생 코끼리를 밧줄과 갈고리로 차츰차츰 조련하듯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우리의 마음을 다스리고자 하는 수행자는 들숨과 날숨으로 이루어진 호흡이나 붓다의 신체 혹은 만트라(mantra) 등 특별한 하나의 명상 대상이나 주제에 마음을 고정시켜서 놓치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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