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우도十牛圖] 수행·명상의 조감도 '십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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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우도十牛圖] 수행·명상의 조감도 '십우도'
  • 정운 스님
  • 승인 2024.02.2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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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암선사의 십우도
동화사 외벽에 그려진 십우도 벽화

불교에서 소는 매우 상서로운 이미지다. 경전에서는 ‘소[牛]’를 최상의 해탈이나 경전으로 비유한다. 뛰어난 사람을 표현할 때도 ‘소’에 빗댄다. 당나라 대에 들어 선사들의 선문답에는 소를 ‘잘 길들여 번뇌에 빠지지 않는 것’으로 묘사한다. 그런데 송나라로 접어들어 소를 인간의 번뇌 측면에 두고, 소를 잘 길들이는 수행 과정 단계를 묘사한 그림이 발전했다. 선자(禪者)들을 위해 예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북송시대, 소를 주인공으로 여러 종류의 십우도·심우도(尋牛圖)·목우도(牧牛圖) 등이 등장했다. 이후 남송시대로 접어들어 ‘곽암의 십우도’가 나왔다. 곽암선사는 송대 임제종 양기파 스님이고, 법명은 사원(師遠)이며, 대수 원정(大隨元靜, 1065~1135)의 법맥을 받았다. 곽암은 청거 호승(淸居皓昇)의 목우도(牧牛圖)를 참조해 10장의 십우도송을 지었다. 동아시아에서는 곽암선사의 십우도가 가장 많이 유통됐으며, 우리나라 법당 벽화에 곽암의 십우도가 압도적이다. 

십우도 대신에 말을 묘사한 십마도(十馬圖)가 있으며, 티벳에서는 코끼리를 묘사한 십상도(十象圖) 등이 전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십우도 이외에는 다른 것들을 찾아볼 수 없다. 

이 글은 소를 배경으로 한 곽암선사의 십우도를 중심으로 다룬다.

 

 

‘소’의 상징과 의미

필자는 ‘stay foolish’라는 말을 좋아한다. 한눈팔지 않고, 꾀부리지 않으며 우직하게 한길로 나아가는 진실한 수행자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서다. 여기서 우직하게 한길로 간다는 것은 소의 이미지이기도 하다. 또 ‘소걸음으로 천리를 간다’라는 말처럼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나 장인 정신에 소를 비유하기도 한다. 이렇게 세간에서 소는 신뢰를 상징하는 우직한 동물이다. 특히 동아시아에서는 농업 문화로 사람들과 가장 밀접한 동물이 소라고 본다. 

세간에서 소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더 살펴보자. 인도인들은 소에 대한 예찬이 지극하며, 신성시한다. 뛰어난 사람을 표현할 때도 ‘소’에 비유한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출가 전 성씨가 ‘고타마(Gotama)’인데, 이는 ‘최상(最上)의 소’를 상징한다. 

다음은 중국의 예다. 중국 도교의 시조가 노자이다(도교 사찰과 승려가 있지만, 중국에서 도교는 종교가 아닌 문화로 간주된다). 중국인들은 노자가 죽었다고 하지 않고, ‘소를 타고 함곡관(函谷關) 너머로 멀리 사라졌다’고 하면서 신비스러운 이미지로 여긴다. 

중국에서는 위대한 사람을 묘사할 때도 소에 비유한다. 당대 조사선의 개조(開祖)인 마조(馬祖, 709~788)도 그의 전기에서 “소처럼 걷고 호랑이처럼 사람들을 바라보았다(우행호시牛行虎視)”고 묘사했다. 『대지도론』에서 제시한 부처의 32상(부처님 몸에 있는 특징)에 포함되지 않지만, 우행호시는 성자를 지칭한다. 또한 남악 혜사(南嶽慧思, 515~577, 천태지의의 스승)의 전기에서도 그를 “소처럼 걷고 코끼리처럼 바라보았다(우행상시牛行象視)”고 묘사하고 있다. 

 

십우도 등장과 선어록에 나타난 ‘소’ 

십우도는 12세기 이후 남송시대에 유행한 것이다. 하지만 소(번뇌)를 주인공으로 하는 내용(마음 다스림)은 당나라 때, 선사들 어록에도 등장한다. 두 가지 선문답을 소개하기로 한다. 마조(709~788)의 제자인 석공 혜장(石鞏慧藏)은 사냥꾼 출신이다. 출가해서도 수행하는데, 여일하게 되지 않았던 인물이다. 

하루는 석공 혜장이 공양간에서 

일하고 있을 때, 마조가 와서 물었다. 

“무엇을 하느냐”

“소를 돌보고 있습니다.”

“어떻게 돌보고 있느냐?”

“한 번이라도 미망(迷妄)에 떨어지는 일이 있으면 단번에 코끝을 잡고 끌어당깁니다.”

“너는 소 기르는 법을 잘 알고 있구나.”

이 선문답은 석공 혜장이 소를 돌보는데, 미망에 떨어지면 코뚜레를 잡아당기는 것으로, 번뇌를 잘 다스리고 자신을 살피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유사한 선문답이 또 있다. 백장(百丈, 749~814)선사와 그의 제자 서원 대안(西院大安, 793~883)선사 이야기다. 대안이 백장 문하에 처음으로 찾아가 스승 백장에게 물었다. 

“제가 부처를 알고자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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