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타고 떠나는 깨달음의 여정 '십우도(十牛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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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타고 떠나는 깨달음의 여정 '십우도(十牛圖)'
  • 김남수
  • 승인 2024.02.2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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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워라, 저 소를 탄 사람.
소를 타고서 소를 찾는구나.

옛 선사들은 소 등에 올라타서 소를 찾는 어리석음을 책망한다. 그러나 본래 부처임을 망각하고, 부처를 찾아 헤매는 이들인데 어찌하겠는가. 그들에게 선(禪) 수행의 길을 일러주는 그림과 글이 ‘십우도(十牛圖)’와 ‘십우도송(十牛圖頌)’이다. 길들이지 않은 소는 밖으로 날뛴다. 
소를 길들이기 위해서는 코뚜레를 뚫어야 하며, 힘겹게 소와 씨름해야 한다. 소를 길들이는(목牧) 그림이란 뜻의 ‘목우도(牧牛圖)’라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자신의 본래 마음을 찾아(심尋) 나서는 길이기에 ‘심우도(尋牛圖)’라고도 한다. 

옛 어른들은 자신을 목우(牧牛), 심우(尋牛)로 빗대었다. 고려시대 보조 지눌 스님이 스스로 지은 호가 ‘목우자(牧牛子)’다. 풀이하면 ‘소 치는 아이’, 즉 목동이다. 또 근대 선불교를 일으킨 경허 스님의 법명이 ‘성우(惺牛)’다. 경허 스님은 깨달음을 이렇게 노래했다.

홀연히 콧구멍 없다는 말을 듣고,
문득 삼천세계가 내 집임을 알았네.

말년의 만해(卍海) 스님이 머물던 곳이 ‘심우장(尋牛莊)’이다. 스님은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떠난 ‘님’을 이곳에서 만났을까?(만해의 십우도송이 전하기도 한다.)

곽암 스님의 십우도 여섯 번째 장면이 ‘기우귀가(騎牛歸家)’다. 목동이 소 등에 올라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몸뚱이 색이 하얗게 변한 소 등 위에 올라탄 목동은 유유자적하며 피리를 불고 있다. 코뚜레와 밧줄은 필요 없어졌다. 소 등 위에 올라탄 아이는 이제 더는 소를 찾지 않을까?

자신의 소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홀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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