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역사: 사찰로 온 헤라클레스] 장군상과 금강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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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역사: 사찰로 온 헤라클레스] 장군상과 금강역사
  • 유근자
  • 승인 2023.10.2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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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나한전·명부전의 수문장은 무슨 상일까?
[도판 1] 완주 송광사 금강문의 금강역사상, 17세기

금강역사는 조선 후기 나한전과 명부전의 수문장이 되면서 장군상(將軍像)으로 이름을 바꿨다. 완주 송광사에는 금강문의 금강역사상[도판 1]과 나한전의 장군상[도판 2], 지장전[명부전]의 장군상[도판 3]이 있다. 조선시대 불교도들은 형상은 비슷하지만 있는 장소에 따라 ‘금강역사상’과 ‘장군상’으로 달리 불렀던 것이다.

금강문, 나한전, 명부전의 금강역사상과 장군상의 외모는 비슷하다. 한쪽 손은 위로 들어 주먹을 쥐었고, 반대편 손은 허리에 대거나 금강저를 들거나 칼을 들고 있으며, 올린 손은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다. 두 눈은 튀어나올 듯이 크게 뜨고 있으며, 입은 다물거나 살짝 열어 이를 드러내고 있다. 

옷 입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 유형은 상투 튼 머리, 나신의 상체, 짧은 치마를 걸친 하체, 맨발로 서 있는 것이다. 상체는 벗은 채 한쪽 어깨 위에서 반대편 겨드랑이 사이로 비단을 둘러 묶고 있으며, 하체에는 짧은 치마를 입고 있다. 어깨에 걸친 천의(天衣)는 바람에 휘날리듯이 신체를 타고 내려와 한쪽 끝은 왼발 부근에, 다른 쪽 끝은 오른발을 감싼 채 흘러내리고 있다. 맨발의 발목, 팔목, 어깨에는 장신구를 하고 있다. 두 번째 유형은 천왕문의 사천왕과 유사한 복장을 하고, 목에는 스카프를 두르고 있으며, 발에는 부츠를 신고 있다. 

완주 송광사의 경우 지장전의 상은 첫 번째 유형이며[도판 3], 금강문과 나한전의 상은 두 번째 유형인데 미세한 차이가 있다[도판 1, 2]. 나한전 장군상의 위로 든 손은 맨주먹이고 반대편 손은 허리에 대거나 용을 잡고 있다. 반면 금강문 금강역사상은 올려 든 손에 금강저를 들었고, 반대편 손에는 칼을 들거나 용을 잡고 있다.

 

금강역사·인왕상·장군상 다 같은 상일까?

왜란과 호란이 끝난 후 전쟁으로 불탄 사찰은 대대적으로 중창됐다. 새롭게 사찰이 정비되면서 가장 많이 건립된 불전은 나한을 모신 나한전과 지장보살과 저승의 재판관인 시왕상을 봉안한 명부전이다. 나한전에서는 지금 필요한 것을 기도했고, 명부전에서는 죽은 자의 명복을 기원했다. 두 불전에는 당시 사람들의 모습과 신앙이 잘 스며 있다.

두 불전 내부에 20여 존이 넘는 여러 존상이 모셔진 점, 사람들의 선과 악을 기록하고 보고하는 심부름꾼인 사자(使者)가 배치된 점, 출입하는 자들을 관리하는 장군(將軍) 또는 금강역사(金剛力士)가 문을 지키고 있는 점에서 공통성을 갖는다. 특히 문의 좌우를 지키는 존상은 현재 금강역사와 인왕(仁王)으로 불리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일주문과 천왕문 사이에 배치된 금강문의 존상과 모습이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선시대 불교인들은 나한전과 명부전[지장전]의 문지기는 금강역사상 또는 인왕상이라고 하지 않고 대부분 ‘장군상(將軍像)’이라고 했다. 물론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미황사 응진당처럼 ‘금강역사’로 사용한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조선 후기 불교조각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된 지 오래됐지만, 여전히 전공자들 가운데는 나한전과 명부전의 장군상을 금강역사상 또는 인왕상으로 혼용해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나한전과 장군상

조선시대 불상의 가장 큰 특징은 불상 내부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복장의식(腹藏儀式)으로 다양한 복장물이 납입됐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불상의 이력을 알 수 있는 자료가 바로 불상을 조성한 목적과 각자 발원한 내용 그리고 참여한 인물을 기록한 ‘발원문(發願文)’, ‘원문(願文)’, ‘시주기(施主記)’ 등으로 불리는 복장 기록이다. 이 기록에는 문지기를 ‘장군상’으로 기록하고 있다.

완주 송광사 나한전에는 석가여래·미륵보살·제화갈라보살로 구성된 석가삼존상, 16나한상, 용녀상, 사자상, 제석천상, 장군상이 좌우 대칭으로 봉안됐고, 500나한상이 벽면에 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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