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 체크인, 템플스테이] 나를 만나러 갑니다
상태바
[나에게로 체크인, 템플스테이] 나를 만나러 갑니다
  • 신민정
  • 승인 2022.06.28 16: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템플스테이 체험기 3. 안동 봉정사
사진. 유동영

첫 템플스테이의 추억 

템플스테이에 대한 첫 기억을 떠올리면 대략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반인에게 절에서의 생활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해서 대학생이었던 나는 여름 방학을 맞이해 템플스테이를 신청했다. 그렇게 친구와 함께 방문한 곳이 안동 봉정사였다. 

산사로 향하는 우거진 소나무 숲길은 오는 이들을 아늑한 품으로 받아주는 듯했다. 싱그러운 녹음으로 에워싸고 온통 초록빛으로 물든 나무들이 너희의 시름은 그만 여기 놓아두고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마치 지금부터 치유의 시간이 준비되었다는 듯이…

2박 3일 동안 지내면서 잊지 못할 추억들을 많이 만들었다. 늦은 밤, 풀벌레 소리에 잠깐 밖으로 나왔다가 보게 된 밤하늘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쏟아질 것 같은 별들을 그렇게나 많이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꽤 오랜 시간 동안 그 자리에 서서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아무래도 그날의 아름다움이 가슴속에 진하게 새겨진 모양인지 아직까지도 밤하늘 하면 그때가 떠오른다.

며칠간 지내면서 가장 재밌었던 추억은 스님과 함께 텃밭에서 감자를 캤던 일이다. 평소 호미를 잡을 일이 별로 없다 보니 손에 쥐여준 도구 하나에 농부라도 된 마냥 신이 났다. 빌려주신 밀짚모자를 쓰고 열심히 밭일을 도왔다. 캐낸 감자가 한가득 쌓여가는 만큼 땀에 흠뻑 젖은 내 모습에 몹시 뿌듯해했다. 값진 노동 이후에 얻어먹는 시원한 수박의 맛은 어찌나 끝내주던지…. 스님은 우리에게 일을 잘한다고 치켜세워주시면서 며칠 더 재워줄 테니 일을 좀 더 하고 가라 했다. 그 순간, 친구와 나는 서로 어쩔 줄 몰라 했다. 반나절은 괜찮지만 그 이상은 힘들다는 무언의 대답을 들키고서 모두가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이어진 스님과의 차담 시간에는 곱게 쌓인 연꽃차 대접을 받으며 마음에 새길 좋은 말씀을 들었다. 은은한 차 향기와 그윽한 정취가 함께 어우러지니 포근한 안식을 선물 받은 느낌이랄까. 머무는 동안 충분히 쉬고 제대로 힐링할 수 있었다. 템플스테이에 대한 첫 기억이 이렇게 내게 오래도록 기분 좋게 남았다. 그래서 종종 삶의 휴식이 필요할 때면 템플스테이를 찾곤 한다. 

 

취업, 퇴사, 이직… 머릿속이 복잡할 땐


관련기사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