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 체크인, 템플스테이] 템플스테이의 맛, 맛, 맛!
상태바
[나에게로 체크인, 템플스테이] 템플스테이의 맛, 맛, 맛!
  • 진옥현
  • 승인 2022.06.28 15: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템플스테이 체험기 1. 사찰음식

풀떼기 음식? No! 사찰음식의 진면목

사찰음식은 풀떼기라 먹을 게 없다, 배가 쉽게 꺼진다는 편견이 있다. 맛없다, 허기진다는 다른 표현일 거다. 노(No), 모르는 말씀! 풀떼기 자연식으로 먹는 즐거움을 찾고 덤으로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현대인의 말 못 할 고민인 소화불량, 화장실 문제 해결까지. 고만고만한 나물, 채소뿐인데 매번 입맛 당기는 비결은 뭘까? 오신채는 물론 화학조미료를 안 쓰고도 말이지.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휴식형, 체험형으로 확장되고 사찰을 찾는 사람들도 늘면서 음식 맛도 집밥 못지않다. 절밥깨나 먹은 신도라면 어느 절에 음식이 맛있더라 그런 소문쯤은 익히 안다. 물론 밥맛 쫓아 절에 가는 사람은 없을 테지만. ‘거기 김치찜이 끝내줬는데 이번에도 나올까?’ 그런 생각 정도는 한다. 인상에 남은 음식이 머물 당시의 단상과 함께 따라올 때는 말이다. 산초장아찌의 쌉싸름한 단맛, 진짜보다 입맛 돋우던 가짜탕수육(버섯탕수육), 엄마 손맛 떠올리게 했던 동치미 등…

백양사 천진암에 갈 땐 호박 식혜를 연상하고, 해인사 삼선암에 갈 땐 수제 김밥이 입맛을 다시게 한다. 사찰요리의 대가로 글로벌 스타가 된 천진암 정관 스님은 십수 년 전 나를 사찰요리에 반하게 한 장본인이다. 직장을 관두고 요리사로 진로를 바꿔볼까 고민할 정도였다. 오십이 넘으면 손맛이 바뀐다는 말에 포기하고, 취미로 해볼까 하는 의지도 직장생활에 쫓겨 과거가 되고 말았다. 

최근에 건강이 나빠져서 이십 일간 해인사에 머물게 됐다. 먹고, 쉬고, 멍때리면서 시간을 보냈다. 평소 출근에 쫓겨 아침은 굶기 일쑤고 밖에서 사 먹는 음식은 한 끼 때우는 거지 별 기대가 없다. 하지만 사찰에서는 다르다. 서두르지 않고 먹는 거에만 집중하는 단순한 시간이지만 왠지 기다리게 된다. 서너 가지 이상 나물 반찬과 국, 종종 떡과 과일 디저트가 나오는 사찰식 뷔페. 먹을 만큼 개인 접시나 대접에 덜어다 먹는다. 가끔 길게 줄이 늘어서면 오늘 찬은 뭐가 나왔나 궁금해서 기웃하기도 하니 내가 공부하러 온 건지 밥 먹으러 온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 물론 야채는 걸러내고 고기만 골라 먹는 사람에겐 예외다. 야채 샐러드마저 온갖 소스로 맛을 내야 겨우 먹을 둥 말 둥 할 텐데 말이다.

적당히 먹어야지 다짐해도 막상 음식 앞에 서면 결심은 흔들린다. 수행 공부를 하면 욕심 끊어지는 순서가 식욕, 수면욕, 성욕, 명예욕이라는데, 나는 첫 장애물부터 걸린다. 소리 없이 소식하는 수행자들을 보면 무심한 듯한 태도부터 범접 불가다. 뷔페식은 발우공양은 아니지만 개인 접시에 담은 음식은 안 남기고 다 먹는 게 불문율이다. 다행인 건 배부르게 먹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음 끼니때까지 대충 소화가 되니까.


관련기사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