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선茗禪, 차를 마시며 선정에 들다
상태바
명선茗禪, 차를 마시며 선정에 들다
  • 석두 스님
  • 승인 2022.07.04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심한거都心閑居]

“밤새도록 참선으로 피곤해진 밤에

차 달이며 무궁한 은혜를 느끼네."

차(茶)를 마시는 생활은 스님들의 일상(日常)이다. 소승 또한 출가한 후에야 비로소 차를 마시고 우려낼 줄 알게 됐다. 위 제목인 ‘명선(茗禪)’의 글씨는 동갑내기인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 1786~1856)가 초의(草衣, 1786~1866) 선사에게 써준 것이다. 

두 분은 차를 매개체로 깊은 우정을 나누었다. 추사의 부친 김노경은 유서 깊은 유학자 가문의 아들이 절간의 중과 교류를 걱정하여 하루는 일지암(一枝庵)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요즘 부모와 옛 부모의 심정은 시간만 다를 뿐, 자식 걱정은 똑같은 모양이다. 추사의 부친은 초의 선사에게 일지암의 유천(乳泉)을 물었다. 차의 기본이 되는 물에 대해서 질문한 것이다. 이는 곧 초의 선사의 살림살이를 보여 달라는 것이다.

“내가 사는 산에는 끝도 없이 

흐르는 물이 있어

사방 모든 중생의 목마름을 

채우고도 남는다.

각자 표주박을 하나씩 들고 와 

물을 떠 가거라

갈 때는 달빛도 하나씩 

건져가라.”

물은 생명의 원천이다. 오염된 삶은 욕망의 충족을 추종하지만, 늘 목이 마르기 마련이다. 물은 중생을 부처로 만드는 질료(質料)이다. 순간 달콤한 음료는 목을 즐겁게는 해도 갈증을 해소할 수는 없다. 순수한 물만이 인간성의 상실을 복원할 수 있는 원료이다. 초의 선사는 이런 물이 무한정 솟구치는 샘이 있었다. 누구나, 어느 때나 와서 마실 수 있다. 갈증을 해소한 자는 덤으로 ‘깨달음의 달빛’도 가져가게 된다. ‘one plus one!’

좋은 물을 고르는 안목은 차를 즐기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도 하다. 다사(茶事)에 밝았던 고려 말의 진각국사 혜심(眞覺國師 慧諶, 1178~1234)은 ‘찻물 샘(茶泉)’에 이런 시를 남겼다. 

“松根去古蘇(송근거고소)  

石眼溶靈泉(석안용령천).”

“오래된 이끼 속으로 소나무 뿌리 뻗었고

돌구멍으로 싱그러운 물이 솟아오르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