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 없이 발전도 없다(No Pain, No Gain)
상태바
아픔 없이 발전도 없다(No Pain, No Gain)
  • 현안 스님
  • 승인 2022.08.24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쿡의 선과 정토 이야기(57)]
출처 셔터스톡

앞서 선칠(禪七)에 대한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선칠은 우리나라의 안거처럼 집중적으로 수행하는 기간을 말합니다. 영어로는 그런걸 ‘리트릿(Retreat)’이라고도 합니다. 선칠은 선 수행법 중 가장 힘들고 어려운 부분입니다. 우리는 선칠하는 동안 매일 1시간씩 하는 좌선을 총 14회 합니다. 우린 이 기간에 아픔에 대한 궁극적인 지식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우리 미국 절에 나이가 60대인 남성분이 있었습니다. 그는 지난 4년간 여러 스승을 거치면서 열심히 명상 수행을 해왔습니다. 그가 여러 스승을 거쳐야 했던 이유는 그들이 준 방법으로 수행하다가 생긴 문제에 대해서 분명한 대답을 얻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 그는 영화 스님의 ‘선 지침서(The Chan Handbook)’를 읽고 책을 따라서 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는 즉시 문제에 부딪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연락을 해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얻어냈습니다. 그는 그 후 용기를 얻어서 우리가 하는 선칠에 한 달간 참여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누구든 선칠에 참여하면 피할 수 없는 것이 딱 하나 있습니다. 그건 바로 다리, 발목, 골반 등의 통증입니다. 그는 물론 영화 스님에게 근심과 공포심을 표하기 시작했습니다. 영화 스님은 그에게 바른 지도하에서 수행한다면 걱정할 필요도 없고, 다칠까 봐 무서워할 이유가 없다고 말해줬습니다. 그는 아주 늦은 밤 앉는 시간만 빠지고 거의 온종일 모든 일정을 따라서 앉았습니다. 그렇게 버텨냈습니다. 삼 일째 통증이 너무 심해져서 그는 통증 외에는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는 결가부좌 자세에서 다리를 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그는 너무나 아픈 정점에 도달했고, 그때 그의 마음이 갑자기 텅 비워졌고, 삼매에 들어갔습니다. 삼매에서 빠져나온 후에도 그 통증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그 후 영화 스님은 그에게 초선에 도달했다고 증명해줬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기분이 어떤지 물었습니다. 그가 답하길 “기분이 너무 좋아서 울어도 될 듯합니다!”. 그가 말하길 평생 그렇게 기분이 좋은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출처 셔터스톡

여러분 아셨나요? 아픔 없이는 얻는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는 3주 만에 선정이 아예 없는 상태에서 삼선까지 도달했다고 합니다. 여러분이 선열(禪悅, Dhyana bliss: 선정에 들어 느끼는 기쁨)을 경험한 후에는 훨씬 더 쉽게 몸과 마음을 편히 할 수 있고, 이 세상의 감각적 쾌락에 대해서도 훨씬 덜 집착할 수 있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명상은 인내심을 키워줍니다. 늘 뭔가를 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만 있으려면 큰 인내가 요구됩니다. 우리는 외부 자극에 반응하도록 길들여 있습니다. 그래서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숙련된 명상가들은 그만두고 싶은 유혹에 대한 저항력을 개발합니다. 일어나서 뭔가를 하고 싶을 때 참을 수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선칠 기간에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뎌내고, 할 수 없는 것을 해낼 방법을 배웁니다. 많은 어려움과 실패를 겪으면서도 계속해서 선 수행을 해나가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겸손해지기 때문입니다. 성공이란 반복적으로 실패하면서도 계속해서 시도하면서 달성됩니다.

예전에 언급한 바와 같이 앉는 자세에서 생기는 아픔에 집중하는 것도 한 방편입니다. 그건 명상하면서 늘 고통을 겪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런 통증을 이용한 방편을 쓰지 않고도 명상에서의 진전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고통을 직면하기로 결심한다면 더 빠르고 체계적으로 진전할 수 있습니다. 더욱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자신의 두려움과 이런 고통을 직면하기로 선택한다면 결국엔 공포를 없애버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선에는 “무외시”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선을 통해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죽음을 영광으로 여기고 두려워하지 않는 사무라이들처럼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현안(賢安, XianAn)
2012년부터 영화 선사(永化 禪師)를 스승으로 선과 대승법을 수행했으며, 2015년부터 미국에서 명상을 지도했다. 미국 위산사에서 출가 후 스승의 지침에 따라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분당 보라선원(寶螺禪院)에서 정진 중이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어의운하, 2021)가 있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