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내 곁을 떠날 반려동물을 생각하면 슬퍼지는 사람들을 위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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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내 곁을 떠날 반려동물을 생각하면 슬퍼지는 사람들을 위한 책
  • 김선경
  • 승인 2019.04.08 1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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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미치 지음 | 추미란 옮김 | 16,000원

어릴 적 읽었던 『시튼 동물기』 기억하시나요? 그 책에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한 늑대왕 로보이야기가 나옵니다. 영리한 로보는 요리조리 덫을 피하고 오히려 사람들 약을 바짝 올리죠. 절대 잡히지 않은 불사신이 로보였습니다. 그러자 사냥꾼들은 꾀를 내어 로보의 연인 암컷 블랑카를 잡아 유인합니다. 영리한 로보는 자기가 죽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블랑카를 구하려고 합니다. 연인을 위해 기꺼이 함정에 빠진 거죠. 결국 로보는 사람들에게 잡혔고 죽습니다. 정확하지 않지만, 시튼은 그 장면을 ‘로보의 눈빛이 서서히 꺼져갔다’고 묘사합니다. 눈빛이 꺼진다는 그 문장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외할머니댁에서 보았던 단추 같은 염소의 눈, 팔려가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소의 왕방울눈, 개구리 해부 때 실험대에 널브러져 있던 개구리의 눈, 내 손가락을 깨물고 새장을 탈출한 앵무새의 눈, 풀밭에서 잡은 방아깨비의 꺼벙한 눈, 밥상 위에 올라온 고등어의 눈까지……. 그간 내 삶에서 마주친 동물의 눈들. 어느 순간부터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세계가 그 눈 속에 담겨져 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이 책 『나의 반려동물도 나처럼 행복할까』를 편집하면서, 우리의 생명에 대한 감수성이 이 정도로 높아졌구나. 하고 놀랐습니다. 또. 내가 동물의 눈에서 막연히 느꼈던, 나의 인지 밖에 있는 어떤 세계에 대한 경계와 겸손을 어떻게 일상에서 확장할 수 있는지를 알았습니다. 또, 생명 있는 모든 존재는 평등하며 인과관계로 연결되어 있다는 불교의 가르침도 여실히 느꼈습니다. 동물은 인간 밑의 하위의 자리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단지 인간의 생각이 그렇다는 것, 인간이 스스로 만든 ‘생각들’이 얼마나 위험하고 슬픈 것인지도 새삼 되새겠죠.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도 반려동물을 키워볼까?’ 하지만 행동에 옮기기 전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또 지금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분들이 읽는다면, 그 관계가 얼마나 깊은 인연 때문인지, 그리고 얼마나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지 정말 놀라게 될 것입니다. 단지 가족이니까 습관처럼 살고 있었구나, 라는 사실도 느끼게 되는데, 생각해보면 반려동물만이 아니라 우리 인간 가족에게도 그렇지 않나요? 그런 점에서는 반려동물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 인간, 관계, 삶, 죽음의 문제까지 돌이켜보게 됩니다.
반려동물에게도, 인간에게도 ‘살아간다는 것’은 마찬가지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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