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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증장엄론 역주

『현증장엄론』은 반야사상의 핵심을 정리한 논서로, 8세기경 티베트에 전해져 반야사상의 이해와 대승불교 융성에 크게 이바지했다. 지금도 티베트불교에서 『현증장엄론』은 『대승장엄경론(大乘莊嚴經論)』, 『중변분별론(中邊分別論)』, 『법법성분별론(法法性分別論)』, 『구경일승보성론(究竟一乘寶性論)』과 함께 미륵5부서(部書)로 불리며 추앙받고 있다

티베트불교의 반야학(般若學) 입문서
『현증장엄론 역주(現證莊嚴論 譯註)』 한국에 첫 소개

티베트 승려들은 승원(僧院)에서 필수 교학 과정으로 아비달마학, 반야학, 중관학, 불교논리학 등을 체계적으로 배우게 된다. 『현증장엄론』은 이 중 반야학 과정의 ‘입문서’에 해당한다.

5세기 경 인도에서 미륵(彌勒, Maitreya)에 의해 저술된 것으로 추정되는 『현증장엄론』은 반야사상의 핵심을 정리한 논서로, 8세기경 티베트에 전해져 반야사상의 이해와 대승불교 융성에 크게 이바지했다. 지금도 티베트불교에서 『현증장엄론』은 『대승장엄경론(大乘莊嚴經論)』, 『중변분별론(中邊分別論)』, 『법법성분별론(法法性分別論)』, 『구경일승보성론(究竟一乘寶性論)』과 함께 미륵5부서(部書)로 불리며 추앙받고 있다. 또한 산스크리트어 원전과 티베트어 번역의 종류만 20여 종에 이를 정도로 방대한 문헌을 이루고 있으며 티베트불교의 성격을 결정 지은 중요한 논서이기도 하다. 이처럼 『현증장엄론』이 티베트불교에 끼친 역사적 배경만 보더라도 불교사에서 매우 가치 있고 귀중한 자료임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에 반해 중국에서는 번역도 없고, 거의 그 존재도 알려지지 않았다. 이 점에 대해서 학자들은 반야계 경전의 또 다른 주석서인 『대지도론(大智度論)』이 이미 번역되었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용수(龍樹, Nāgārjuna 150~250년경)의 저서로 알려진 『대지도론』은 『현증장엄론』보다 시대적으로 앞섰고, 반야사상의 핵심을 상세하면서도 충실히 담은 논서이므로 『현증장엄론』에 대한 필요성이 적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학설의 하나일 뿐 명확한 사실은 알 수 없다.

그보다 주목할 점은 『현증장엄론』이 티베트불교의 반야사상과 중국불교의 반야사상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는 자료임과 동시에 반야사상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훌륭한 불교논서라는 사실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이러한 불교사적 의의가 있는 『현증장엄론』이 학자들의 논문을 통해 단편적으로만 소개되어왔다. 이 같은 현실에서 범천 스님의 『현증장엄론 역주』는 그 학술적 의의가 크다고 말할 수 있다.

다람살라 승가대학(IBD, Institute of Buddhist Dialectics)에서 파르친(반야부) 과정을 마친 범천 스님은 『현증장엄론 역주』를 집필하기 위해 방대한 티베트어 주석서를 참고하며 알기 쉬운 우리말로 번역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주석서의 내용과 범천 스님의 견해를 명확히 구분해 독자들의 혼동을 없애고 대승불교 교리를 깊이 있게 정리한 부분이 돋보인다.

『현증장엄론 역주』가 앞으로 한국불교의 저변을 넓히는 데 이바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반야경전의 핵심교리를 담은
『현증장엄론』


■ 『현증장엄론』의 구성과 내용

『현증장엄론』은 성불을 위한 수행의 단계들과 그 성과인 부처의 법신(法身)에 대해 설명한 논서이다. 모두 8장으로 구성되며, 크게는 다시 3종지, 4가행, 과위법신, 이렇게 세 부분으로 장을 분류한다. 3종지란 일체종지·도지·기지 등의 세 가지 지혜를 말하고, 4가행이란 원만가행·정가행·점차가행·찰나가행 등의 네 가지 수행을 말하며, 과위법신이란 이러한 가행들에 의해 성취된 결과인 법신을 말한다.
이 여덟 가지 단계들을 다른 말로 ‘현증의 차제’라고 하는데, 이러한 현증의 차제는 반야부 경전들에서 암시적으로 설해져 있으며, 『현증장엄론』은 바로 그러한 반야부 경전들, 특히 『2만5천송반야경(二萬五千頌般若經)』의 수행 실천 과정을 272게송으로 정리한 주석서이다.
이를 요약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3종지 1장(74게송) 일체종지(一切種智) : 모든 존재와 진리를 직관하는 궁극의 지혜
2장(31게송) 도지(道智) : 공성의 지혜와 보리심을 바탕으로 한 대승 성자의 지혜
3장(16게송) 기지(基智) : 사성제와 인무아에 대한 성자의 지혜

4가행 4장(63게송) 원만가행(圓滿加行) : 삼종지의 173행상을 명상하는 보살의 수행
5장(42게송) 정가행(頂加行) : 173행상의 명상에 자재력을 성취한 보살의 수행
6장(1게송) 점차가행(漸次加行) : 173행상을 차례로 명상하는 보살의 수행
7장(5게송) 찰나가행(刹那加行) : 173행상을 한 찰나에 직관하는 보살의 수행

과위법신 8장(40게송) 법신(法身) : 궁극의 지혜(지혜법신)와 청정(자성법신)

이러한 구성에서 첫 부분인 3종지에 해당하는 1~3장은 행상(行相, ākāra)을 숙지하는 단계이다. 행상이란 수행을 통해 대상을 있는 그대로 통찰하는 인식 상태를 의미한다. 1~3장에서는 총 173행상의 내용이 언급된다.

4~7장의 단계에서는 숙지한 173행상을 수행해가며 직접 체득하는 과정을 나타낸다. 마지막 8장은 이 결과로서 법신을 얻어 부처가 되는 최종단계를 그리고 있다.
이와 같은 수행실천법을 설한 『현증장엄론』은 반야경을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 해석의 지침이 되었고, 후대 티베트 학승들은 『현증장엄론』의 수행실천 과정을 통해 반야경전을 파악하게 되었다.

■ 『현증장엄론』과 『2만5천송반야경』

반야계 경전은 기원전 100년부터 약 1,200여 년에 걸쳐 내용의 증가와 축약, 파생을 반복하며 방대한 문헌을 형성했다. 이를 시기별로 나누면,

① 초기 반야경전의 형성기(기원전 100년~기원후 100년)
② 경전의 확장기(기원후 100~300년)
③ 교리의 개별화와 운문화(韻文化) 시기(300~500년)
④ 밀교화 시기(500~1200년)

이와 같이 네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이렇게 형성된 반야계 경전은 40여 종에 이르는데, 당나라 시대 현장(玄奘, 602~664)이 산스크리트어 원전을 한문으로 번역한 『대반야바라밀다경』만도 600권에 달하는 것으로 볼 때 문헌의 방대함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반야경전의 규모가 커지자 인도에서부터 반야경의 핵심사상을 정리 해석하는 주석서들이 편찬되기 시작했다. 이 중 내용의 분량에 의해 대품계(大品系)로 분류되며 시기적으로 초기 반야경전에 속하는 『2만5천송반야경』을 272게송으로 요약 정리한 논서가 『현증장엄론』이다. 이후 인도와 티베트에서는 『현증장엄론』에 근거해 『8천송반야경(八千頌般若經)』, 『1만8천송반야경(一萬八千頌般若經)』 등 여러 반야경전류의 해석서가 저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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