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시선의 가벼움?_폴 세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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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시선의 가벼움?_폴 세잔
  • 보일 스님
  • 승인 2022.12.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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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에서 찾은 사성제 이야기
근현대 미술의 시작을 알린 화가 폴 세잔의 자화상 ⓒ위키미디어

우리는 눈을 통해 수많은 사물과 현상을 바라본다. 그리고 멋진 광경을 봤을 때, 그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고 표현한다. 통상 우리 시선이 외부 세상의 대상을 포착하면 그 형상과 색채가 안구를 통해 내 안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사실은 이와 반대다. 눈, 귀, 코, 혀, 몸을 통해 외부 대상 세계와 만나고, 경험과 기억의 형태로 저장된 데이터 저장소에서 특정 정보가 그 대상과 현상을 포섭하고 재구성해 낸다. 

간단히 말하자면, 우리가 사물을 눈으로 본다는 것은 대상을 내 안으로 담아내는 인풋(input) 과정, 즉 입력이 아니다. 오히려 내 안의 정보를 통해 인식하는 아웃풋(output), 즉 출력 과정이다. 이것은 불교의 유식(唯識) 전통뿐만 아니라 현대의 뇌과학에서 밝혀낸 사실과도 일치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세상을 향해 던지는 시선은 진실을 있는 그대로 비춘다기보다는 오히려 본질에서 끊임없이 빗겨 갈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 만약에 그저 외부 대상으로부터 주어지는 인상을 표현하는 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포착된 대상을 내면에서 이해하고 해석한 바를 재구성해 묘사할 수 있다면, 대상 사물의 본질에 더욱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100여 년 전, 이런 고민을 통해 새로운 미술 사조를 개척한 화가가 있다. 19세기 당시 주류였던 인상주의 화풍을 극복하고 근현대 미술의 시작을 알린 화가라고 평가받는 폴 세잔(Paul Cézanne)이다. 세잔은 “미술은 개인적인 통각이며, 자신이 이해한 것을 그림에 구성하여 그려 넣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철학자 메를로퐁티도 그의 에세이 「세잔의 의심(Cézanne's Doubt)」에서 세잔의 이런 면모에 대해 “(세잔은)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을 생각하기보다는 보고 느끼고 싶어했다. 궁극적으로, 그는 보는 것이 곧 만지는 것이 되는 경지를 추구했다”고 소개한다.

“나는 사과를 가지고 파리를 깜짝 놀라게 할 거야.”

 

 

도약의 순간에 나타나는 과일, 사과

사과만큼 인류사에서 결정적 순간마다 등장하는 과일도 드물 것이다. 당장에 떠오르는 그것만 해도 이브의 사과와 뉴턴의 사과 그리고 최근에는 스티브 잡스가 창업한 회사 ‘애플’이 있다. 사과는 이렇듯 현재가 과거를 넘어서는 도약과 혁신의 순간 등장하곤 한다. 미술사에서도 어김없이 사과가 등장한다. 바로 세잔의 사과다. 

세잔은 평생 많은 정물화를 남겼다. 그중에서도 사과를 소재로 한 그의 작품은 미술사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할 만큼 중요한 의미가 있다. 대표적으로 <사과와 오렌지>를 들여다 보자. 언뜻 보면 사과와 오렌지가 어지럽게 놓여 있는 듯하지만, 찬찬히 보면 나름의 도형과 구도 속에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삼각형 혹은 사각형의 구도는 곳곳에 마치 숨은그림찾기 하듯이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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