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 체크인, 템플스테이] 나를 찾아 디톡스하며 마음 맑힌 1박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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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로 체크인, 템플스테이] 나를 찾아 디톡스하며 마음 맑힌 1박 2일
  • 송희원
  • 승인 2022.06.28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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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여성 불자 셋, 떠나다 _ 광주 증심사
증심사 템플스테이 참가자들.

템플스테이라는 짧은 여정에서 인생의 해답을 얻길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 테다. 하지만 진정한 대답은 언제나 질문하는 삶에서 나온다고 했던가. 조금의 기대와 설렘을 안고 나를 찾는 1박 2일의 짧은 여정에 몸을 실었다.

예매했던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광주송정역행 KTX 좌석은 하필 역방향이었다. 뒤에서 나타나 앞으로 멀어지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템플스테이야말로 일상의 속도를 거스르는 이벤트가 아닐까 생각했다. 세상의 속도를 거스르는 것. 하지만 그 어떤 삶의 수단보다 나에게 향하는 빠르고 정직한 길. 이름하여 나를 찾는 힐링과 휴식의 KTX!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아왔던 지난 삶을 차근차근 되살펴 가는 여정이 될 것 같은 예감과 이 여정에 동참하는 또래 참가자들과의 만남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들떴다.

 

최예원(23)

코로나가 초창기에 대학교 생활을 시작한 비운의 20학번이다. 붕 떠버린 시간 동안 ‘대학에 가서 뭘 배워야 할까’는 물음표를 던지고, 앞으로 어떠한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마침표까지 찍었다고. 그녀는 대웅전 처마의 용머리와 단청을 하나하나 유심히 들여다볼 만큼 자신의 삶과 예술작업에 불교적 영감을 불어넣고 싶어 한다.  

 

박서현(36, 연지인)

여린 미소 속에 단단함이 묻어나오는, 10년 차 직장인. 퇴근 후에는 하루 동안 얽혔던 마음의 실타래를 108배로 풀어가는 외유내강의 불자. “절을 하는 순간에는 회사에서 있었던 불만족스러웠던 일이나 화가 났던 감정들을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이번 템플스테이에서는 참가자 중 유일하게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그 어렵다는 ‘소셜단식’을 실천했다. 

 

심효빈(35, 정수안)

디자이너와 강사 생활을 이어나가다가 울산에서 디자인 스튜디오를 창업해 5년째 꾸려가고 있다. 절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서 도울 정도로 자신의 재능을 생계뿐 아니라 불교 포교에까지 이어가는 열혈 불자다. 템플스테이 첫날에도 잠들기 전 사경을 했다며 ‘찐불자’를 인증했다. 

 

 

증심(證心), 마음을 깨닫다 마음을 맑히다 

머물게 될 사찰은 광주 무등산 증심사. 흐려지고 흔들릴 때마다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맑히며 살라는 뜻의 ‘증심(證心)’은 이번 템플스테이에 딱 들어맞는 사찰 이름이다. 무등산 서쪽 기슭에 자리 잡아 광주 도심에서 교통편으로 20~30분 거리에 있어 접근이 편한 증심사는 광주시 문화재로 지정된, 광주 지역에서 손꼽히는 전통사찰이다. 버스 종점에서 내려 오르막길을 따라 증심교를 건너고 일주문을 지나니 20여 분 만에 증심사에 도착했다. 

이번 템플스테이 참가자는 필자를 포함해 월간 「불광」 SNS 공개 모집으로 선발된 20~30대 여성 불자 3명, 개인적으로 방문한 사람까지 총 5명이었다. 단지 쉬고 싶어서, 반 박자의 여유를 찾기 위해서, 작업에 영감을 얻기 위해 신청했다는 참가자들은 각각 서울, 대전, 울산에서 이곳으로 모였다. 

“성지순례 같은 프로그램에 주로 참여하다 보니 오히려 템플스테이를 불자라서 덜 찾게 되는 것 같아요.”(심효빈 씨) 

울산에서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 추추비니를 운영하는 심효빈 씨는 오래전 용문사 템플스테이 참가 이후 처음이라 했다. 회사에 휴가까지 내고 서울에서 온 박서현 씨는 전국에 있는 절 여행은 많이 다니지만, 템플스테이 참여는 몇 번 안 된다고 했다. 서양화를 전공하고 잠시 휴학하며 창작에 열중하고 있는 최예원 씨는 어려서부터 할머니와 부모님을 따라 절에 다녔지만 템플스테이는 처음이다. 가고 싶다는 생각은 많았지만 항상 용기가 부족했는데, 마침 이번 기회로 세 명 모두 용기를 냈다.

방사(숙소)에서 환복을 하고, 어떤 이는 스마트폰을 어떤 이는 작업을 위해 바리바리 싸 왔던 짐을 내려놓으며 한결 가벼운 모습으로 방사 앞마당에 모였다.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혜공 스님이 사찰투어를 시작하자, 빗방울이 불거졌다. 하지만 증심사의 보물들을 둘러보는 데 날씨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오백나한 성중이 모셔진 영험한 오백전, 그 앞에 자리한 무등산에서 가장 오래된 3층석탑과 오백전 옆에 나란히 위치한 5층·7층석탑, 선대 조각 장인의 뛰어난 솜씨를 엿볼 수 있는 철조 비로자나불좌상까지. 혜공 스님은 유머감각 넘치는 설명과 함께 참가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달콤한 초콜릿과 팔찌 선물을 준비했다. 하나라도 더 알아가라는 마음에서다.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하는 짓궂은 비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열정 넘치는 스님의 설명 덕분에 참가자들은 증심사 구석구석을 마음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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