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말을 걸다] 김형영 ‘네가 켜는 촛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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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말을 걸다] 김형영 ‘네가 켜는 촛불은’
  • 동명 스님
  • 승인 2021.10.12 09: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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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출가수행자인 동명 스님의 ‘시가 말을 걸다’를 매주 화요일마다 연재합니다. 원문은 필자의 다음카페 ‘생활불교전법회’, 네이버 밴드 ‘생활불교’에서 볼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촛불을 켜는 마음은 경건하고 간절하고 넉넉하고 순수하다.
촛불을 켜는 마음은 경건하고 간절하고 넉넉하고 순수하다.

네가 켜는 촛불은

네가 켜는 촛불은 희미하나
촛불을 켜는 네 마음은 하늘이구나

촛불을 켜는 마음아
네가 이 세상의 풍경이 되거라

(김형영 시집 ‘홀로 울게 하소서’, 열림원 2000)

촛불을 켜는 마음은 기도하는 마음이다.
촛불 켜는 마음은 기도하는 마음이다. 자신을 낮추는 마음이다.
촛불 켜는 마음은 기도하는 마음이다. 자신을 낮추는 마음이다.

[감상]
김형영 시인이 세상을 달리했다는 것을 이 시 덕분에 알았습니다. 이 시의 출처가 어디인지 확인하다가 2월에 떠났다는 소식을 알게 된 것이지요.

요즘에는 오래 뵙지 못한 분의 안부를 묻기가 조심스러워집니다. 그분이 세상을 떠나셨다고 하면 당혹스러워지니까요.

김형영 시인과 서정춘 시인을 출가 직전에 만난 적이 있는데, 무슨 일이었는지는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차 한잔하면서 석지현 스님 얘기를 했었지요. 두 분은 문단 어른 중에서 유독 욕심이 없는 분, 그래선지 동네 아저씨처럼 편하게 대하는 분입니다.

어차피 장례식장에 가지는 않았을지 모르지만, 이렇게 뒤늦게 소식 들으니 시인의 지긋한 눈빛, 잔잔한 목소리, 사람 좋은 미소 등이 삼삼하게 떠오릅니다.

김형영 시인의 마음씨는 이 시에 다 표현된 것 같습니다. 촛불을 켜는 마음은 기도하는 마음입니다. 어느 나라건, 어느 종교이건 기도할 때 촛불을 켜지 않는 예는 없습니다. 그만큼 촛불을 켜는 마음은 간절한 마음이고, 경건한 마음, 자신을 낮추는 마음이고, 순수한 마음입니다. 설사 그 양초가 싸디싼 것일지라도, 촛불을 켜는 마음은 경건하고 간절하고 넉넉하고 순수합니다.

그래서 시인은 촛불을 켜는 마음을 찬탄하면서, 그 마음에게 당부합니다.

“촛불을 켜는 마음아
네가 이 세상의 풍경이 되거라”

촛불을 켜는 마음이 이 세상의 풍경이 된다는 것은 순수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자세가 세상 사람들의 삶의 태도가 된다는 것이지요. 그런 마음이라면 이 세상은 곧 불국토와 다름없을 것입니다.

동명 스님
중앙승가대 비구수행관 관장. 1989년 계간 『문학과사회』를 통해 등단, 1994년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인으로 20여 년 활동하다가 지난 2010년 출가했다. 저서로는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제13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나무 물고기』, 『고시원은 괜찮아요』, 『벼랑 위의 사랑』과 산문 『인도신화기행』, 『나는 인도에서 붓다를 만났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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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2021-11-03 20:17:49
8째줄 서정춘 시인
오타 수정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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