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으로 읽는 현대경영] 화쟁경영
상태바
[불경으로 읽는 현대경영] 화쟁경영
  • 이언오
  • 승인 2018.10.01 14: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와 쟁의 중도를 실천하며 행복을 지향
원효대사

|    화쟁국사 원효는 교·선을 회통하고 무애행을 실천 

조석 예불 때마다 마음에 사무치는 구절이 있다. 서건동진 급아해동. 불법이 인도와 중국을 거쳐 이 땅의 나에게 도달했다는 기억이다. 전등傳燈을 이어가야 앞선 법사·조사들의 은혜를 갚을 수 있다. 화쟁국사 원효(617~686), 생각의 혼미와 행동의 투쟁이 극심한 시대여서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요즘 국가, 사회, 기업이 이전투구로 치닫는 것은 결국 화쟁하지 않기 때문이다.

원효의 방대한 저술 곳곳에 화쟁사상이 녹아있다. 『십문화쟁론』이 쟁론들을 회통시킨 대표적 논서이다. 화和는 본각, 진여, 일심으로 돌아가 하나 됨, 쟁諍은 말의 다툼, 말이 씨가 되어 몸싸움(爭)과 칼부림(錚)을 초래한다. 원효는 화쟁을 화이부동和而不同 쟁이불이諍而不二로 풀었다. 쟁의 화가 아닌, 화와 쟁의 중도로 본 것이다. 화쟁은 법계가 작동하는 중도의 원리, 시공에 편재하는 중도의 에너지이다. 

원효는 화쟁을 온몸으로 실천했다. 해골 물에서 일체유심조를 깨달아 당나라 유학을 가지 않았다. 수행과 저술을 병행, 근본 마음의 바탕에서 대승 교학들을 통섭했다. 재야 승려로 서민들과 어울렸으며 파계로 승속을 넘나들었다. 삼국통일 전쟁의 와중에 평화를 설파하고 민중의 고통을 보듬었다. 신분 차별, 교단 패거리, 승속 구분, 전쟁 살육에 순응하거나 대립하지 않았다. 불립문자 가르침을 펴면서 무애·파격에 솔선했다. 

부처님이 원류의 최고봉이라면 원효는 해동의 그것이다. 당시 중국에서는 대승 교학이 절정이었고 조사선이 흥기하고 있었다. 화엄종 개조 의상의 생애와 61년, 남종선 시조 혜능과는 48년이 겹친다. 삼국통일 시점의 나이 51세, 전쟁의 잔혹함에 평생 마음 아파했을 것이다. 부처님도 종교 열기가 뜨겁고 전쟁이 격렬했던 시대에 사셨다. 원효가 살았던 당시의 고통, 치열했던 정진·교화의 삶을 함께 보아야 화쟁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다.

한국불교를 둘러싼 안팎의 상황이 너무 위급하다. 국제정세가 어지럽고 정치사회는 대립을 일삼으며 경제는 활력을 잃었다. 불교계는 대사회 발신과 영향력 행사는 고사하고 자기 앞가림조차 못하고 있다. 원효 같은 큰 인물이 나와야 하고 화쟁 정견을 공유·실천해야 하는 이유이다. 화쟁은 자신을 바꾸면서 외부를 바른 방향으로 선도하는 일이다. 불교계부터 화쟁에 솔선해야 세속이 불국토로 나아간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