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가족] 어머니 마야 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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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가족] 어머니 마야 왕비
  • 주수완
  • 승인 2024.04.2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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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문헌 속 마야 왕비
[도판 1] 도솔천에서 석가모니가 마지막으로 태어날 장소를 천신들과 논의하는 모습이 묘사된 부조, 시크리 출토 스투파, 3세기, 파키스탄 라호르박물관 소장

선택된 어머니, 마야 왕비

한 종교를 창시한 성인의 어머니라면 당연히 극진한 존경을 받아야 할 것 같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는 그가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기에 어린 시절을 온전히 어머니에게만 의지하며 보냈다. 아마도 어린 시절의 무함마드에게 많은 영향을 줬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어머니마저 무함마드가 6세 때 세상을 떠났기 때문인지 사실상 이슬람교에서 무함마드 어머니의 비중은 크지 않다. 또한 일부에서는 그녀가 유일신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천국에 가지 못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해석상의 차이일 뿐이라고 해도 이슬람교에서는 무함마드 어머니의 위상이 높지 않음이 분명하다.  

공자의 어머니는 공자가 17세가 될 때까지 비교적 오랜 시간 그를 양육했지만, 마찬가지로 유교 경전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위치인 것도 아니다. 

반면 기독교는 성모 마리아를 숭배하며, 특히 가톨릭의 경우는 불교의 관음보살과 비견될 정도로 독자적인 성모 신앙을 형성하고 있다. 어쩌면 불교는 이슬람교나 유교 및 그와 상반된 기독교에서의 성인의 어머니에 대한 위상, 그 중간쯤에서 부처님의 어머니 마야 왕비를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차이점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아마도 무함마드와 공자는 성인으로 존경을 받지만 결코 신은 아니었던 반면, 예수는 신이었다는 점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위대한 인간이라고 해서 그 어머니까지 위대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그런 위대한 인물을 낳고 훌륭하게 키워냈다는 점에서 존경을 받기도 하지만,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우리가 아는 위인 중에 사실상 그들의 어머니까지 기억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반면, 신을 잉태하고 낳는 것은 아무나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불교와 기독교에서의 어머니는 완벽한 존재여야만 했다. 비록 불교에서 부처님은 결코 신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 신이라는 개념이 기독교와 다를 뿐이다. 부처님은 평범한 인간이나 선지자의 능력을 완전히 넘어서는 존재라는 점에서 기독교에서의 예수 위상에 더 가깝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마야 왕비는 부처님을 출산한 지 7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4대 종교 성인들의 어머니 가운데 가장 이르다. 석가모니라는 위대한 분의 출산이 인간인 마야 왕비에게는 자칫 큰 부담이었을지 모른다. 신적인 존재의 어머니는 완벽해야 하는데, 출산 후 7일 만에 돌아가셨기에 불교경전의 해석자들은 이 문제를 무리 없이 설명하려고 많은 이론을 제시했다.(하지만 7일은 마야 왕비가 실질적으로 석가모니의 생애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 시간도 아니었다는 점에서 특별한 위상을 부여하기 어려운 상황일 수도 있다.) 

특이한 것은 석가모니와 예수의 아버지는 오래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존숭의 대상까지는 되지 않는다. 모차르트의 아버지가 아들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잘 교육시켜 존경받는 것과 같이 언급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석가모니나 예수는 모두 동정녀, 즉 어머니가 아버지와의 관계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아니라 혼자서 낳은 아들이기에 사실상 아버지는 아버지가 아니다. 두 성인의 위대함은 스스로에서 나온 것이지 아버지의 교육에서 나온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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