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식의 행복한 시 읽기
벌새
김선태
벌새는
1초에 90번이나 제 몸을 쳐서
날개를 지우고
공중에 부동자세로 선다
윙윙,
날개는 소리 속에 있다
벌새가
대롱꽃의 중심(中心)에
기다란 부리를 꽂고
무아지경 꿀을 빠는 동안
꼴깍,
세계는 그만 침 넘어간다.
햐아,
꽃과 새가
서로의 몸과 마음을
황홀하게 드나드는
저 눈부신 교감!
정(靜)과 동(動)이
동(動)과 정(靜)이
저렇듯 하나로 내통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허공의 정물화 한 점
살아있는 정물화 한
점(點).
- 시집 『살구꽃이 돌아왔다』(창작과비평사) 중에서
김선태 ː 전남 강진 출생으로 1993년 「광주일보」와 1996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애지문학상, 영랑시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목포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집으로 『간이역』, 『동백 숲에 길을묻다』, 『살구꽃이 돌아왔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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