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마하야나(29) 습기(Habit Energies)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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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마하야나(29) 습기(Habit Energies)에 대하여
  • 현안스님
  • 승인 2023.12.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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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절에서 불교공부를 좀 해보셨다면 ‘습기(習氣)’라는 단어를 많이 접해봤을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미국 영화스님의 약사경 강설 내용을 응용해서 습기에 대한 설명을 좀 해볼까 합니다. 왜냐하면 저도 개인적으로 수행을 해나가면서 제일 깨부수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습기라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습기(習氣)는 마약 중독처럼 여러 생에 걸쳐서 쌓여온 습관입니다. 예를 들어 남녀 사이의 끌림도 전생의 습기로 인해서 일어납니다. 어떤 사람은 사랑에 빠져 다음 생에서 다시 만나기로 서원합니다. 그래서 다시 만나서 과거의 열정을 다시 불태웁니다. 습기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염불을 하거나 약사 진언을 외우는 것입니다. 영화스님의 설명에 따르면 약사진언을 외우면 습기가 점차 사라질 것이라 하였습니다. 

한 가지 예를 더 들면, 출가자는 본래 정오가 지나서 음식을 먹으면 안 됩니다. 하지만 요즘은 출가자 대부분이 이 계율을 더는 지키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스님들이 저녁에 간식이나 식사를 하는 것을 당연히 여깁니다. 예전에 사제인 현공 스님과 함께 공항에 나갈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늦은 오후가 돼서야 점심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너무 신나서 무오신채 채식이 되는 중국집에 달려갔습니다. 그때 인간 세상에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이 얼마나 큰 즐거움인지 느꼈습니다. 아마도 매일 늦은 오후 간식이나 저녁을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이 사바세계를 떠나기 싫어질 겁니다!

보통 수행하면서 마주치는 장애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걸 인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습기는 다릅니다. 습기는 알아차리기도 전에 우리를 바른 길에서 벗어나게 만듭니다. 그러므로 습기가 장애보다 위험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습기와 싸울 수 있나요? 우선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부터 인지해야만 합니다. 여러 사람들이 다 괜찮다고 말한다고 해서 그게 괜찮다는 뜻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의사들은 하루 7~8시간 수면을 취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합니다. 이런 상식이 늘 수행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습기의 미끄러운 경사를 내려가는 것만 멈출 수 있다면, 습기를 강화하는 힘은 없기 때문에, 습기는 결국 사라집니다. 위험한 습기의 또 다른 예는 성공하고 싶은 열망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성공이라고 여기는 것은 사실 승리하고 싶다는 집착입니다. 성공을 추구하는 이런 습기는 사실 우리가 다른 이와 싸우게 만들고, 양보나 타협은 거부하게 합니다. 즉 아상을 강화합니다. 현명한 자는 조화롭게 사는 방법을 배우며, 오만이 파괴적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여러분에게 복이 많을수록 번뇌도 적습니다. 그러니 끊임없이 공덕을 쌓도록 해보세요. 제 스승인 영화스님도 늘 말씀하시지만, 저도 역시 끊임없이 대승에 크게 기여할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또한 여러 생에 걸쳐 일어나는 번뇌는 빚으로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런 걸 피하고 싶다면 원인을 심지 말아야 합니다. 잘못을 저질러 빚을 지지 마십시오. 그건 누구도 피해 갈 수 없습니다. 

 


현안(賢安, XianAn) 스님

2012년부터 영화 선사(永化 禪師)를 스승으로 선과 대승법을 수행했으며, 2015년부터 미국에서 명상을 지도했다. 미국 위산사에서 출가 후 스승의 지침에 따라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분당 보라선원(寶螺禪院)에서 정진 중이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어의운하, 2021)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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