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차이를 만드는 인생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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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차이를 만드는 인생의 태도
  • 최호승
  • 승인 2023.08.25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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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마 초드론 지음·이재석 옮김 | 336쪽 | 20,000원
페마 초드론 지음·이재석 옮김 | 336쪽 | 20,000원

“여기서부터 ○○을/를 줄이세요. 여기는 ○○○ 보호구역입니다.”

익숙한 문장이죠? 비어 있는 곳을 채울 수 있는 단어도 별다른 고민 없이 기계적으로 떠오릅니다. 속도 그리고 어린이 혹은 마을주민입니다. 관점을 살짝만 틀어볼까요? 빈 곳에 나를 대입해보는 겁니다. 내가 학생이라면, “여기서부터 잠을 줄이세요. 여기는 수험생 보호구역”이라는 문장을 만들 수도 있겠습니다. 직장인이라면, “여기서부터 업무를 줄이세요. 여기는 월급 루팡 보호구역”이라는 재밌는 문장도 만들 수 있겠죠.

이번 책 『죽음은 내 인생 최고의 작품(How We Live Is How We Die)』을 편집하면서 왜 이 문장이 떠올랐는지 되짚어봅니다. 이 책은 죽음의 두려움을 이야기합니다. 더 정확히 하자면 이런 질문을 던지는 거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그리고 스스로 바꾼 하루하루가 죽음을 호기심으로 맞이할 수 있다는 답을 내놓습니다. 맞습니다. 편집하는 내내 이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저 익숙한 문장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문장의 빈 곳을 채웠습니다.

“여기서부터 ‘두려움’을 줄이세요. 여기는 ‘편안한 죽음’ 보호구역입니다.”

누구에게나 꼭 한 번 찾아오는 죽음은 두려움과 허망함 그 자체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죽음은 삶의 끝에서 일어나는 어떤 특정한 사건이 아닙니다. 한 번의 호흡에도, 오늘 하루에도, 우리가 맺고 살아가는 인간관계에도 끝이 있습니다. 그 끝은 또 다른 시작을 예고합니다. 그 시작의 문을 여는 열쇠가 『죽음은 내 인생 최고의 작품(How We Live Is How We Die)』에 있습니다. 어디서 약을 파느냐고요? 어떻게 두려움을 줄이고 나의 편안한 죽음을 보호할 수 있는지에 관한 판단은 여러분에게 맡기겠습니다.

이 책은 티베트불교의 가치관과 사후관이 담긴 『바르도 퇴돌(Bardo Tödrol)』의 가르침을 줄기로 합니다. 『티베트 사자(死者)의 서』로 번역돼 전 세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책이기도 합니다.

티베트불교 최고의 수행 지침서인 『바르도 퇴돌』은 ‘죽음과 환생 사이(바르도)에서 듣는 것만으로도 해탈에 이르는 법(퇴돌)’이라는 뜻입니다. 죽음을 앞둔 이들에게는 희망과 위로를 전하고, 살아있는 이들에게는 삶과 죽음 그리고 윤회가 공존하는 자기 삶을 돌아보게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 스스로 답을 찾게 하는 지혜가 담겼습니다.

페마 초드론 ©christine alicino

『죽음은 내 인생 최고의 작품』의 저자는 이 바르도에서 인생의 태도를 바꾸는 지혜를 발견합니다. 끝남과 시작이 계속되는 인생의 흐름을 대하는 태도가 죽음의 차이를 만든다고 확신합니다.

“우리가 지금 사는 방식이 우리가 죽는 방식을 결정한다. 이것이야말로 바르도의 가르침이 내게 전하는 가장 근본적인 메시지다. 지금 맞이한 작은 변화를 어떻게 다루는가는 나중에 닥칠 큰 변화를 다루는 방식을 미리 보여주는 신호다. 바로 지금 무너져 내리는 일을 어떻게 대하는가는 우리가 죽을 때 무너져 내리는 일들을 어떻게 대하게 될지 미리 보여준다.” (본문 50쪽)

조금 더 저자의 말을 옮길까 합니다. 마하트마 간디는 암살당할 때 총알을 맞은 직후에 “Hey Ram(오 라마 신이시오)”라고 했답니다. 신을 부르는 힌두교식 기도였습니다. 만약 간디가 예상하지 못한 힘든 사건이 일어날 때 신을 부르는 연습을 평소에 하지 않았더라면 이 말은 그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충격과 실망을 안기는 일이 느닷없이 일어날 때마다 긍정적인 생각을 자동으로 일으키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우리는 깜짝 놀라거나 극적인 상황과 마주할 때 평소 입에 달고 사는 말을 내뱉습니다. 짜증이 날 때마다 “아, XX”이라고 내뱉는 사람이 있을 거고, 어떤 상황에서도 감사의 말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는 죽음의 상황과 마주했을 때 어떤 말을 내뱉을까요?

이쯤 되니 저자가 궁금하다고요? 『모든 것이 산산이 무너질 때』를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지만, 티베트불교의 금강승 수행을 마친 최초의 미국인 여성이자 비구니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적 지도자로 선정되는 지혜롭고 상냥한 스님이기도 합니다. 그것도 달라이 라마와 함께 매년 거르지도 않고 말입니다.

들어보니 약 파는 건 아닌 것 같다고요?^^;; 윤회 혹은 환생을 믿든 믿지 않든 이 책의 메시지는 유효하고 확실합니다. 원서의 제목과 책의 부제처럼 지금 ‘어떻게 사느냐가 어떻게 죽느냐를 결정’합니다. 하루하루를 대하는 내 인생의 태도가 인생 전체의 마지막에 맞이할 죽음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죽음은 내 인생 최고의 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

어차피 우리는 언젠가 사라져버릴, 죽음을 맞이하는 존재들입니다. 존재하는 날들이, 살아가는 날들 그 자체가 이미 기적입니다. 그 기적 같은 날들을 죽음을 두려워하면서 사느니 뭔가 더 의미 있게 살고 싶습니다. 이 책을 최종 마감하면서 이렇게 다짐했습니다. 편집자는 욕설하면서 죽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내 인생 최고의 작품 하나쯤은 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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