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화선 대법회 #7_성파 스님] “가짜 허수아비 뜯어 먹는 소를 키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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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화선 대법회 #7_성파 스님] “가짜 허수아비 뜯어 먹는 소를 키우라”
  • 최호승
  • 승인 2022.04.26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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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미디어는 4월 20일부터 4월 26일까지 문경 세계명상마을에서 열리는 제4회 간화선 대법회 선지식 법문을 웹사이트와 불광미디어 유튜브 채널에서 중계합니다.

간화선 대법회 회향 법석에 오른 조계종 제15대 종정이자 영축총림 방장 성파 스님
간화선 대법회 회향 법석에 오른 조계종 제15대 종정이자 영축총림 방장 성파 스님

간화선은 화두를 택해서 그 화두를 일심으로 관해서 견처를 보는 것입니다. 이 간화선을 하는 데 있어서 수좌의 두 가지 병폐가 있습니다. 하나는 도거(掉擧), 하나는 혼침(昏沈)입니다. 화두만 또렷하게 생각하는 것을 도거라고 합니다. 생각하다가 잠이 와서 혼침에 빠집니다. 양단의 병폐에 빠지기 쉽습니다. 수좌들은 관심 두고 주의해야 합니다. 그 늪에 빠지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가 본질을, 본래면목을 찾는 방법을 역대 부처님들과 역대 조사님들의 말씀으로 다 내놨습니다. 세수하다 코 만지는 것보다 쉽다고 합니다. 우리는 몰라서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실 제일 쉬운 게 간화선입니다. 이 세상에 제일 어려운 게 뭔가요? 모르면 제일 어렵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것도 알고 보면 쉽습니다. 이 간화선으로 견성성불이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쉽습니다.

오늘 전국에서 많이 분이 오셨습니다. 희양산 세계명상마을에 와서 무슨 소득이 있었습니까? 소득이 있나 없나 말씀해 보세요. 소득이 없습니까? 사람 몸 받아서 도를 닦지 아니하면, 보배산 들어가서 빈손으로 나온 것과 같다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오늘 보배산에 왔는데 뭘 가지고 갈 겁니까? 제일 어려운 거 버리고 제일 쉬운 거 가져가면 됩니다.

오늘 여러분에게 할 말은 끝났습니다. 더 쉬운 거 가져가면 됐지 더 가져갈 게 있습니까? 하지만 너무 빨리 끝내면 ‘저래가 무슨 법문이냐’라고 할 테니 몇 마디 더 하겠습니다.

하나의 재주나 기술이라도 많은 세월이 경과해야 숙련됩니다. 어려운 일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의 도(道)는 한 마디에 깨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한마디에 깨칩니까? 못 깨칩니까? 아까 말씀드렸는데, 못 깨쳤다고 하네요. 알고 보면 제일 쉬운 겁니다.

그렇게 해도 못 알아들으시니. 곤하게 깊이 잠이 들어서 누군가를 만나 여러 일을 겪습니다. 그런데 옆에서 툭 치면서 ‘이 사람아 뭐하노! 고만 자라’라고 하면 금방 깹니다. 깨고 나니 꿈이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 얼마나 쉽습니까? 꿈에서 어려운 일 많이 겪다가도 딱1 옆에서 한마디 하니까 깼다는 말입니다. 얼마나 쉽습니까?

여러분들은 지금 꿈꾸고 있습니까? 깨어 있습니까?

이 세상 사람들은 어려운 일은 기를 쓰고 하려고 하고, 쉬운 것은 죽어도 안 하려고 합니다. 역대 조사스님들이 얼마나 갑갑하겠습니까. 가장 어려운 것을 알고 보면 가장 쉬우니까 자다가 꿈 깨듯이 알아차리시길 바랍니다.

그래도 잘 모를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다 꿈 깼습니까? 다 알았습니까? 너무 빨리 끝나도 밥값이 안 되니 한마디 더 하겠습니다.

산짐승들이 밭의 작물에 피해를 주니 허수아비를 세워 둡니다. 마른 풀과 떨어진 옷으로 사람과 똑같이 만들어 놨습니다. 들새와 산짐승들이 참말인줄 압니다. 허수아비는 흉년이 들어도 근심 없는 백성입니다. 허수아비가 무슨 근심이 있습니까? 나라에 전쟁이 나도 징병되지 않는 호적에 빠진 백성입니다. 중요한 부분입니다. 우리 집에 키우는 소 한 마리 있는데 힘도 좋고 눈도 밝습니다. 바로 밭에 들어가서 풀로 만든 허수아비를 다 뜯어 먹어버립니다. (책상을 내려치면서)탁! 이것이 바로 깨닫는 소식입니다.

진(眞)인지 가(假)인지, 허수아비인지 진짜 사람인지 볼 줄 알아야 합니다. 다 아시겠지요? 모르는 사람 있는 것 같습니다. 진불(眞佛)인지 아닌지 아시겠습니까. 어느 게 부처고 범부인지 아시겠습니까? 아무리 아름답게 생화인 줄도 모르게 만든 조화는 사람도 잘 알아보기 힘듭니다. 그러나 벌과 나비는 단번에 알아챕니다.

중국에 아주 영리한 개가 있었습니다. 그 개는 흙덩이를 뭉쳐서 던지면 물려고 따라갔습니다. 그러나 사자는 흙덩이를 던지는 사람을 뭅니다. 흙덩이를 따라가는 일은 헛일입니다. 그러나 많은 이가 흙덩이를 따라갑니다. 누가 이랬다고 하면 그런 것 같다, 저렇다고 하면 그런 것 같다라고 합니다. 개 한 마리가 달 보고 짖으면 온 동네 개가 따라 짖습니다. 우리도 달 보고 지는 개를 따라 짖으면 개입니다. 여러분들은 개가 아닙니다. 오늘 법문 듣는 사람이 멍청하면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제일 쉬운 것도 몰라서 어렵다고 하지 마십시오.

신실히 부탁드립니다. 이 허수아비 법문은 성파 스님의 18번입니다. 다른 곳에서도 써먹었습니다. 너무 좋아서 닳지도 않습니다. 허수아비를 진인지 가인지 알 수 있어야 달 보고 지는 개처럼 따라 짖지 않습니다. 이 법문 가지고 단단히 생각하시면, 다음부터 법문 들으러 오지 않아도 될겁니다.

한 말씀 더 드리자면, 도가 뭐냐 이렇게 묻는다면! (한 손을 높이 치켜들며) 어억!!

성파 스님은
조계종 제15대 종정,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1975년 봉암사 태고선원에서 첫 안거에 든 이래 26안거를 성만했다. 2018년부터 영축총림 큰 어른인 방장으로서 총림을 화합으로 이끌고 있다. 선의 심오함을 드러내는 그림과 글씨, 도예 등 불교전통 선문화를 알리는 데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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