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엔 조금 특별한 차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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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엔 조금 특별한 차례로
  • 최호승
  • 승인 2021.09.15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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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에는 술 대신 차를 올리는 불교식 차례를 올리는 차례는 어떨까? 백중 회향 때 차 대신 청수를 올리는 모습, 조계사 제공.
이번 추석에는 술 대신 차를 올리는 불교식 차례를 올리는 차례는 어떨까? 백중 회향 때 차 대신 청수를 올리는 모습, 조계사 제공.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코앞이다. 정부는 올해 작년 3116만 명보다 3.5%(110만 명)가 증가한 3226만 명(국토교통부 ‘추석 연휴 통행실태조사’)이 고향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추석보다 16.4% 줄어든 수치이지만, 코로나19에도 많은 귀향객이 고향을 찾을 전망이다.

이렇게 모인 가족과 친지들은 한자리에 모여 담소를 나누고 명절 음식을 함께 먹으면서 정을 나누며, 추수의 결실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조상에게 제사를 올리고 성묘를 한다. 대체로 유교식 제사를 따르고 있지만, 불자라면 이번 추석에 조금 특별한 차례를 지내는 것은 어떨까?

술 대신 차! 불교식 차례는 어때?
추석 차례(茶禮)는 추석날 아침에 각 가정에서 조상의 신주나 지방 또는 사진을 모시고 지내는 제사다. 성인식, 결혼식, 장례식, 제사 등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치르는 4가지 예법을 기록한 『가례(家禮)』에 의하면 매월 보름에는 술잔 대신 찻잔을 올린다.

불교에서 오래된 차례 기록은 『삼국유사』의 충담 스님 관련 일화다. 신라 35대왕 경덕왕(재위 742~765) 24년에 충담 스님이 미륵불에게 차례를 지냈다는 것이다. 부처님오신날에 부처님께 차를 올리거나, 입적한 큰스님 제사를 다례(茶禮)로 표현하고 있어 역사가 짧지 않다.

불교식 가정제사는 조상에 대한 공경과 추모의 뜻은 물론 조상영가를 위해 공양을 올려 공덕을 쌓고,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며, 후손들의 가호를 기원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 형식도 일반적인 명절 제사와 차이가 있다. 술 대신 차를 올리고, 생명을 존중하는 불교 계율에 따라 육류와 생선을 상에 올리지 않는다.

조계종 포교연구실이 편찬한 『불교 상제례 안내』에 따르면 차례상도 간소하다. 사과, 배, 포도 등 3색 과일과 고사리, 도라지 등 3색 나물, 국과 밥, 송편이면 족하다. 형편에 따라 떡, 전, 과자 등도 추가할 수 있으며 조상이 생전에 좋아한 음식이나 집안 전통에 따라 융통성 있게 상을 차려도 된다. 영가를 모실 영단에는 위패 대신 병풍을 펼치고, 병풍 중앙에는 금강탑다라니를 건다. 병풍, 탑다라니가 굳이 없어도 괜찮다. 위패와 영정은 상을 모두 차린 뒤 모신다.

불교식 차례는 크게 7단계로 30분이면 끝난다. 백중 기도를 회향하고 조상의 넋을 기리며 정갈하게 합장하는 모습, 조계사 제공.
불교식 차례는 크게 7단계로 30분이면 끝난다. 백중 기도를 회향하고 조상의 넋을 기리며 정갈하게 합장하는 모습, 조계사 제공.

30분이면 끝! 불교식 차례는 어떻게?
불교식 차례 절차는 일반 제사방식에 불교에서 행하는 시식(施食, 영혼을 천도하기 위한 음식과 법문을 공양하는 의식)을 수용했다. 크게 7단계로 영가 모시기(거불, 청혼), 제수 권하기(헌다, 헌식), 불법 전하기(경전 독송), 축원 올리기, 편지 올리기(생략해도 좋음), 영가 보내기(봉송), 제수 나누기(음복) 등이다. 『불교 상제례 안내』에 따라 구체적으로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모든 의식은 30분이면 족하다.

① 거불(擧佛)

모두 영단 앞에 서서 합장하고 삼보를 불러 모시면 합장 반배하고 “나무상주시방불(합장 반배) 나무상주시방법(합장 반배) 나무상주시방승(합장 반배)”을 칭명(稱名, 이름을 부름)한다.

② 청혼(請魂, 넋을 청하는 일)

모두 꿇어앉은 뒤 의식문을 읽으며 영가를 청한다. 꿇어앉은 상태에서 합장 반배. 청혼이 끝나면 모두 일어나 삼보와 영가를 향해 큰절 3배를 올린다.

③ 헌다(獻茶, 차와 음식 올림)

차를 올리고 밥그릇의 뚜껑을 연 다음 젓가락을 찬에 얹는다. 가족 몇 명이 차를 더 올리거나 돌아가면서 차례로 차를 올려도 된다. 차를 올린 뒤 밥에 숟가락을 꽂고 젓가락을 다른 음식 위에 올려놓은 뒤 다 함께 3배를 한다. 합장하고 서서 함께 *변식진언(變食眞言, 공양물이 최상의 음식이 되게 하는 주문)을 3번 염송한다.

*나막 살바 다타아다 바로기제 옴 삼바라 삼바라 훔

④ 헌식(獻食, 공양을 권함)

합장한 자세로 앉아 공양을 권하는 *헌식소(獻食疏)를 함께 염송한다. 헌식소를 마치면 눈을 감고 2~3분 정도 조용히 기다리며 공양할 시간을 드린다. 이후 국을 물리고 숭늉을 올린 다음 밥을 3번에 나눠 숭늉에 말아 숟가락을 담가 놓는다. 젓가락은 다른 찬으로 옮긴다. 잠시 후 숟가락을 거두고 밥뚜껑을 닫고 분향하고 마지막 차를 올린다.

*조상님이시여!
향을 올리오니 큰 지혜를 드러내시고
등을 밝혀 올리니 어두운 길 밝혀 가십시오.
고운 꽃을 올리오니 반야의 뜻 피우시고
맑은 차를 다려올리니 감로다로 목마름 면하십시오.
진품 과일을 올리오니 진리의 향기로운 맛 느끼시고
진수성찬을 올리오니 최상의 기쁨으로 마음껏 흠향하십시오.
조상님이시여!
오늘 올리는 이 공양은 저희들의 작은 정성이오니
깊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⑤ 독경(讀經)

영가 혹은 고인, 조상이 평소 좋아했던 경전이나 『금강경』. 『아미타경』 등의 일부분을 정해 염송한다. 시간을 고려해 「법성게」 등 짧은 게송을 염송해도 괜찮다.

⑥ 축원(祝願, 빔)

제사를 마기기 전 영가의 극락왕생과 해탈을 기원하는 *축원문을 읽는다.

*우러러 조상님 생각할 때
천품이 어질고 성인의 가르침 잘 받드셨으나
세간의 인연이 다하여 낡은 몸을 벗고
새로운 삶을 얻으셨습니다.
저희 자손들이 정성 다해 공양을 올리오니
감로의 해탈미로 여기시고 거두어 주시옵소서.
또한 자손들이 서로 화합하고 가문을 빛내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돌보아 주시옵소서.
저희들이 지은 공덕으로
모든 중생 빠짐없이 성불하고
하루 속히 부처님 나라 이루어지기 바라옵니다.

⑦ 봉송(奉送, 귀인을 보냄)

봉송은 영가에게 하직 인사를 올리는 의식이다. 모두 일어나서 3배로 인사를 올린 뒤 *봉송문을 염송한다. 이때 상의 음식을 거두고 떠도는 유주무주 고혼을 위해 상에 올린 음식을 조금씩 떼어 바깥에 내놓는 헌식을 한다. 영가를 위해 밖에서 “나무아미타불” 염불하며 종이로 만든 위패 등을 사른다.

*조상님이시여!
부처님의 법력을 빌어 이 자리에 내려오셔서
법다운 공양 받고 법문 들으셨으니
이제 편안하게 잘 가십시오.
잘 가셨다가 다른 날 도량 세워 청하올 때
본래의 서원 잊지 말고 다시 오소서. (반배)
나무아미타불 (10번)

⑧ 음복(飮福, 제사 음식 나눔)

제사를 마치면 가족들이 둘러앉아 음복하며 영가를 기리고 덕담을 나눈다.

대개 추석 차례상에는 육류와 생선이 상에 오른다. 하지만 불교식 차례상에는 생명을 존중하는 계율을 따라 육류와 생선을 상에 올리지 않는다.
대개 추석 차례상에는 육류와 생선이 상에 오른다. 하지만 불교식 차례상에는 생명을 존중하는 계율을 따라 육류와 생선을 상에 올리지 않는다.

가정에서 차례 어렵다면 사찰은 어때?
맞벌이로 시간을 내기 어렵거나 명절에 모처럼 부모와 여행을 간다거나 혹은 업무로 연휴에 쉴 수 없거나 코로나19 거리두기 준수를 위해 고향 방문이 어렵고, 불교식 차례가 여의치 않다면? 이런 방법도 있다. 전국 각 사찰에서 여법하게 추석 합동 차례나 합동 다례를 진행한다.

실제 증가하는 맞벌이 등 달라진 시대 흐름에 따라 사찰의 추석 합동 다례는 꾸준히 늘어왔다. 불교식 제례로 영가와 조상을 모시는 여법한 제사에 적지 않은 불자들이 접수해오고 있다. 서울 조계사는 2013년 846가구→2014년 905가구→2015년 955가구로 늘었다. 코로나19 발생 전후인 2019년, 2020년, 2021년(9월 15일 기준)에도 1,014가구~1,220가구가 꾸준히 접수하고 있다.

강남 지역 대표 사찰 봉은사 역시 2013년 1055가구→2014년 1145가구→2015년 1172가구로 증가했으며, 최근 몇 년 동안 4배 가까운 불자들이 합동 차례를 의뢰했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부터 2020년, 2021년(9월 15일 기준) 추석 합동 차례 접수자는 4500가구~4800가구에 이른다.

봉은사 관계자는 “가정에서 차례를 지내는 경우가 줄고, 맞벌이로 시간 내기 어렵거나 코로나19로 고향을 찾기 어려운 세대들이 사찰에서 차례를 지내려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귀찮은 명절 제사를 사찰에서 대행해준다는 편의성에만 기대려는 마음은 경계하고, 불자로서 여법한 차례를 원한다면 합동 차례나 합동 다례를 지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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