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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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에게
  • 불광미디어
  • 승인 2020.06.0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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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시다 기요카즈 지음, 224쪽, 13000원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황지우 시인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이라는 시 중 일부입니다. 벌써 6월. 묵묵히 기다림에 몸을 맡긴 채 한 해의 절반을 지나온 탓일까요. 그 어느 때보다 이 시 구절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지난 12월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로 뜻하지 않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우리에게 기다림은 선택의 여지 없는 일상이 되었지요. 기대하고 실망하면서 보냈던 지난 시간보다 앞으로 남은 기다림이 얼마만큼일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힘겹게 만듭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걸까요? 이 기다림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기다리는 사람은 알 수 없습니다.

기다림에 지쳐서, 이제 그만 기다리는 일을 포기하고픈 사람들… 바로 지금 우리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글이 있습니다. 일본의 철학자 와시다 기요카즈(鷲田 淸一)가 쓴 《기다린다는 것》이라는 책입니다. ‘기다림’의 행위를 철학적 관점에서 고찰한 책이지요. 저자는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기다림에는 기다리는 사람의 ‘바람’과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우연’이 포함되어 있다고요. 그리고 기다리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다가올 나날을 향해 스스로를 열어두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기다림은 기다릴 수밖에 없을 때 존재합니다. 내 힘의 의지로는 어떻게 할 수 없을 때, 그저 시간의 흐름에 자신을 맡겨둘 수밖에 없을 때가 바로 기다림의 순간입니다. 지금 우리가 놓인 상황처럼 말이지요. 그런데 어째서 스스로를 열어두라는 걸까요? 여러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 안달 내고 지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닐까 합니다.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사람은 초조하고 불안해집니다. 그 결과 성급하게 행동하거나 섣부른 판단을 내리게 되지요. 혹은 자기 자신과 주변을 부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채우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기다림만도 벅찬데 또 다른 문제의 씨앗이 심어지는 셈입니다. 무언가를 기다릴 때 자신을 열어두라는 말에는 이런 염려의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아마도 지금 사람들 마음에는 같은 ‘바람’이 담겨 있을 겁니다. 더 이상 아픈 사람 없이, 고통받는 사람 없이, 하루빨리 유행병이 지나가길 바라는 심정일 겁니다. 모두가 품고 있는 그 마음이 서로에게 가 닿을 수 있도록, 서로가 한마음임을 알고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줄 수 있도록, 각자의 마음 문을 활짝 열어두었으면 좋겠습니다. 기대와 희망을 단념하지 않는 태도로!

“자신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함부로 움직일 수 없고 단지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는…. 그런 사태와 마주치고 말았지만, 그럼에도 새롭게 기대나 바람이나 기도를 담아 몇 번이고 되풀이되는 단념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것. 아마도 그곳에 ‘기다림’은 성립한다.”  _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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