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요다처럼 깨달은 느낌을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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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요다처럼 깨달은 느낌을 주는 책!
  • 김소영
  • 승인 2020.02.05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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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타워즈에서 인생을 배웠다』

 

매튜 보톨린 지음, 추미란 옮김 | 224쪽 | 14,000원
매튜 보톨린 지음, 추미란 옮김 | 224쪽 | 14,000원

 

얼마 전 <스타워즈> 시리즈의 에피소드 9가 개봉되었습니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는 본편(에피소드1~6)과는 별개의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스타워즈> 시리즈는 평범하게 자란 주인공이 ‘제다이’라고 불리는 공화국의 기사가 되어 전 우주를 지배하고 있는 제국에 대항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선과 악의 대결’이라고 간단히 말할 수도 있는 이 영화는 시리즈 영화의 수익만 놓고 따져봤을 때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이어 세계 2위를 달성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팬덤을 형성하며 미국 대중문화에도 도도한 흐름을 남겼습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영화 자체가 가지고 있는 재미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스타워즈에서 인생을 배웠다』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덕후’이자 명상 지도사인 저자가 불교적 시선으로 영화를 하나하나 뜯어본 책입니다.
저자의 ‘팬심’(fan+心)이 얼마나 깊은가 하면, “잠잘 때만 빼고 내 삶을 지배한 건 <스타워즈>였다. 인간관계부터 정치적 소신에까지 모든 것에 영향을 주었다.”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이 책에서 그 팬심이 한껏 드러납니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경험하는 슬픔과 고난, 환희와 우정 등을 ‘붓다의 눈’으로 살펴 그 바탕에 깔려 있는 심오한 철학적 의미와 인생의 진리를 추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곳은 포스의 어두운 면이 강한 곳이야. 악마의 영역이지. 들어가 봐야 한다.” 그 동굴을 가리키며 요다가 말했다.
요다는 루크에게 동굴로 들어가 그 속에 있는 어두운 면과 대면하라고 했다. 어두운 면이란 인생을 살면서 겪게 되는 모든 괴로움을 뜻한다. 다시 말해 우리 내면에서 나오는 좌절, 혐오, 분노 등의 모든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을 뜻한다. 루크는 그 동굴로 들어갔는데, 사실은 자신이 처한 현재 상태를 인식하고 번민의 원천을 찾기 위해 자신의 마음속으로 들어간 것이었다. (중략)
어둡고 안개가 자욱한 동굴 안에서 다스 베이더가 나타났다. 루크는 자신의 라이트세이버를 켰고 둘은 몇 번 치고받는가 싶더니 어둠의 화신의 목이 잘려나간다. 명백한 승리처럼 보이지만, 요다의 말에 따르면 루크는 그 동굴에서 명백히 패배했다.
(중략) 그가 동굴에서 만난 다스 베이더는 사실 루크 자신이었다. 동굴에서 다스 베이더의 가면이 폭발했을 때 드러난 얼굴은, 루크에게는 놀랍게도, 그 괴물의 얼굴이 아니었다. 그 어둠의 가면 안에는 루크 자신의 얼굴이 들어 있었다. 루크는 다스 베이더를 죽인 것이 아니라 자신을 파괴한 것이었다.
- 51~52쪽

 

지속되는 자아가 있다고 여전히 믿기 때문에 우리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혹은 깨달은 자, 제다이 마스터, 공화국 의원, 악동 우주 해적 같은 마음속 완벽한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고투하고 있다. 이런 삼사라 속 투쟁이 바로 어둠의 길이다. (중략) 시스의 악당들은 자신을 위해 더 많은 힘, 통제력, 영원한 삶을 얻으려고 분투한다. 자아를 더 강력하게 만드는 것이 이들의 목적이다.
반면 제다이는 맹목적인 가정들을 내려놓고, 순리를 받아들이고, 포스의 안내에 따라 행동한다. 아나킨이 말했듯이 제다이는 “자기를 버린다”. 다시 말해 제다이는 자기, 즉 환상일 뿐인 자아를 위한 권력을 추구하지 않는다. 또 제다이는 생각으로 설정한 마음이나 행동의 이상적인 상태를 성취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제다이는 깨어 있는 삶, 자기 발견의 삶을 살려고 한다. 제다이는 자신의 진정한 본성을 깨닫고 그것을 가식 없이 드러내려고 노력한다. 그들의 진정한 본성은, 당신의 본성이 그러하듯 니르바나다.
- 143-144쪽

 

영화 곳곳에는 무아(無我), 연기(緣起), 팔정도 같은 불교의 핵심 교리와 관련된 내용부터 불교 공부를 하다 보면 한번쯤은 접하게 되는 가르침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을 때 제대로 살 수 있다는 것, 이 세상 모든 존재는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포스’(가공의 에너지 혹은 힘이나 의지를 일컫는 영화 속 용어)로 이어진 공생 관계에 있다는 것, 인생에서 겪는 분노나 슬픔, 고난 등과 같은 어두운 면은 없애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비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등. 저자는 이 모든 것을 때로는 유쾌하게, 그리고 때로는 담담하게 들려줍니다. 자신이 그러했듯, <스타워즈>라는 영화를 통해 독자들 역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용기와 힘을 얻어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영화를 본 사람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핵심 용어에 대한 풀이가 자세하게 들어가 있고, 저자 역시 핵심이 되는 주요 장면에 대해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해당 시리즈 중에서 에피소드 1에 해당하는 딱 한 편만 보았지만, 읽고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었거든요. 혹시 <스타워즈>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면 영화가 어떤 내용인지도 알아볼 겸 한번쯤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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