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 나락으로 떨어질 때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상태바
불교가 나락으로 떨어질 때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 이상근
  • 승인 2019.09.23 17: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 불교를 지키려 했던 청말 네 명의 고승 이야기
● 그저 인간이 되고 싶었다 홍일 대사 지음, 전영숙 옮김 | 224쪽 | 14,000원 ● 내 이름을 부르는 이 누구나 건너리 인광 대사 지음, 정원규 옮김 | 296쪽 | 15,000원 ●생사의 근본에서 주인이 되라 허운 대사 지음, 정원규 옮김 | 344쪽 | 17,000원 ●불법의 근본에서 세상을 바꿔라 태허 대사 지음, 조환기 옮김 | 383쪽 | 18,000원

 

중국 청나라 말기 승려 숫자는 대략 7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적은 숫자는 아니다.
정확한 통계가 남아 있지 않아 확실하지는 않지만 불교가 최전성기를 누렸던 당나라 시기에도 이 정도로 승려 숫자가 늘어난 적은 없었다. 당나라 무종과 도교 세력이 아예 불교의 씨를 말려버리겠다며 폐불(회창폐불)을 단행했을 때 강제 환속한 승려의 숫자가 26만 명이다. 환속한 승려보다는 남아 있는 승려가 더 많았지 않겠는가 짐작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외국 유학승을 쫓아내고(덕분에 이 땅에 구산선문이 들어서게 되는 자양분이 되기도 했다.), 50세 이하의 비구는 모두 환속토록 했다. 그리고 내처 50세 이상의 승려까지 모두 환속시킨다. 당시 가장 큰 도시였던 장안과 낙양 두 읍에는 절이 고작 4개만 남았고 각 성의 주도에는 1개씩만 남았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다면 당시 승려의 숫자와 강제 환속한 승려의 숫자가 두 배 이상 차이가 나지는 않을 터.
어쨌든 청나라 초기 황제들의 호불 정책을 감안해도 승려 70만은 적은 숫자는 아니다. 물론 당나라 시기 인구는 5천만이고, 청나라 시기 인구는 1억4천 만 정도로 3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도 감안해야 할 터이다. 호시절이었다. 물론 사상의 넓이나 수행의 깊이는 차치하고 말이다. 하지만 마지막 불꽃이었다.
청나라가 무너지기 시작했고 불교도 무너졌다. 1840년 시작된 아편 전쟁부터 1958년 대약진 운동까지의 시기에 청일전쟁, 신해혁명, 5·4운동, 북벌전쟁, 중일전쟁, 국공내전까지 쉴 틈 없는 역사의 파도가 올랐다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불교는 나락으로만 떨어졌다. 결정타는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이었다. 소위 ‘대약진시기’ 직전에 조사된 승려의 숫자는 10만 명이었다.

이런 시기에 불교(계)는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몇 가지 방법이 있을 터다. 요즘도 자주 듣는 말이다. ‘초심으로 돌아가자’, ‘부처님 법대로 살자’, ‘대중 속으로 들어가자’, ‘혁신만이 살길이다.’
그랬다. 크게 네 개의 흐름이 있었고 그 흐름마다 배의 키를 잡은 사람들이 있었다. 우선 좋았던 시절, 그러니깐 선의 부흥을 말한 사람이 있었다. 허운 선사(1881~1953)다. 부처님 법대로 살자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 율장을 연구하고 율장대로 살았던 홍일 법사(1880~1942)다. 누란의 위기에 새로운 개혁책을 내놓은 이도 있었다. 태허 선사(1880~1947)다. 마지막으로 대중 속으로 들어가자고 주창했던 이도 있다. 그 방법은 누구나 꿈꿀 수 있고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정토와 염불이었다. 바로 인광 대사(1861~1940)다.
같은 시절을 살았지만 해법은 각각이었다. 물론 이런 해법으로 중국 불교가 다시 살아난 것 같지는 않다. 사찰 경제가 나빠진 것은 물론이고 출가하는 사람도 줄었고 더불어 출가하는 사람들의 수준도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 어떻게 불교가 살아남겠는가?

그래도 이런 몸부림이 아주 헛되지는 않았다. ‘법맥’은 살아남았다. 제자들은 중화인민공화국이 세워지기 전에 대만으로, 홍콩으로, 그리고 저 멀리 미국으로 흩어져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그게 또 새로운 불씨가 되고 있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티베트의 불교와 함께 세계로 흩어졌던 청말의 불교 흐름은 어쩌면 중국 불교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2014년부터 2017년에 걸쳐 불광출판사는 이들 네 고승의 사상을 조명해 보는 시리즈를 기획했다. 물론 앞서 말한 네 명의 큰 별들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율학의 대가인 홍일 대사의 『그저 인간이 되고 싶었다』, 염불을 통해 불교 대중화를 이끈 인광 대사의 『내 이름을 부르는 이 누구나 건너리』, 중국불교에 참선을 되살린 허운 대사의 『생사의 근본에서 주인이 되라』에 이어 불교의 사회적 역할을 체계화하여 불교를 중국의 희망으로 만든 태허 대사의 『불법의 근본에서 세상을 바꿔라』까지, 계율, 염불, 참선, 사회참여 이렇게 네 가지 관점에서 100년 전 중국불교를 살펴본 것이다.

불법(佛法)을 근본으로 인간적인 세상을 세우고자 신명을 바친 4대 고승의 가르침은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도 여전히 혁신이나 쇄신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