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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미덕의 공동체일상을 구축하고 삶을 재건하는 우리들의 평범한 힘에 대하여
  • 마이클 이그나티에프
  • 승인 2018.11.05 17:42
  • 호수 0
  • 댓글 0
평범한 미덕의 공동체
저작·역자 마이클 이그나티에프 지음, 박중서 옮김 정가 18,000원
출간일 2018-11-07 분야 인문. 윤리학
책정보

장정: 무선
쪽수: 368
판형: 145 * 215mm
두께: 24mm
ISBN: 978-89-98602-85-7 (03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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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위로

카네기국제문제윤리위원회 1백 주년 프로젝트
“도덕적 선택의 순간, 평범한 사람들을 움직이는 가치는 무엇인가?”

도덕적 탐구를 위해 떠난 세계 여행

세계가 경제적으로 통합되면서 인권, 자유, 평등, 민주주의 같은 가치도 함께 세계화되고 있다. 각 지역의 전통에 그러한 가치들의 요소가 전무했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현대 사회에서 통용되는 도덕적 가치들, 이른바 ‘세계 윤리’는 서구의 경제 체제와 함께 전 지구로 퍼져나가고 있다고 보는 편이 더 합당할 것이다.

이렇게 경제적 세계화와 더불어 도덕적 세계화도 이뤄지고 있는 걸까? 이를 확인하려면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도덕적 선택의 순간에 세계 윤리를 따르는지 아닌지를 살펴봐야 한다. 카네기국제문제윤리위원회에서는 이 주제를 1백 주년 프로젝트로 삼고 세계의 7개 지역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곳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이 사는 모습을 관찰하며 ‘평범한 사람들’이 내면에 품고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탐사했다.

그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평범한 미덕의 공동체》는 평범한 사람들을 움직이는 진정한 동력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구축해야 하는 윤리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제시한다.

저자소개 위로

저자: 마이클 이그나티에프(Michael Ignatieff)

역사학자이자 정치학자. 캐나다에서 태어나 토론토 대학과 하버드 대학에서 공부했다. 졸업 후 케임브리지 대학 킹스 칼리지에서 연구원으로 있다가 옥스퍼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영국 시절 방송인, 칼럼니스트, 저술가로도 왕성하게 활동했으며,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 대학 케네디 스쿨의 카인권정책센터를 이끌었다. 정치에 뛰어들어 캐나다 하원의원과 캐나다 자유당 당수를 역임하기도 했다. 정계 은퇴 이후 토론토 대학과 하버드 케네디 스쿨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현재는 조지 소로스가 설립한 중부유럽대학(CEU)의 총장으로 있다.
《불과 재》(Fire and Ashes: Success and Failure in Politics), 《아이제이아 벌린》(Isaiah Berlin: A Life), 《혈통과 소속》(Blood and Belonging: Journey into the New Nationalism) 등을 집필했다.


역자: 박중서

한국저작권센터(KCC)에서 근무했고, 출판기획가 및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현대의 탄생》, 《문학으로의 모험》,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지식의 역사》, 《인간의 본성에 관한 10가지 이론》,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했다》, 《젠틀 매드니스》 외 다수가 있다.

목차 위로

서론: 도덕적 세계화와 그 불만

1장 공정, 기회, 다양성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들―뉴욕 시 잭슨하이츠

2장 갈라진 공동체는 어떻게 재건되는가―로스앤젤레스

3장 부패와 분노, 그리고 사회를 바꿔내는 힘―리우데자네이루

4장 원수가 되어버린 이웃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보스니아

5장 이곳은 누구의 나라이며, ‘우리’란 무엇인가―미얀마

6장 상상 불가능한 재난을 딛고 일어서는 개인들―후쿠시마

7장 무엇이 희망에 찬 지지를 절망으로 되갚는가―남아프리카공화국

결론: 인권, 세계 윤리, 그리고 평범한 미덕

감사의 말
후주
색인

상세소개 위로

세계적인 것 vs. 지역적인 것

사람들은 세계 윤리에 기반해 판단하고 행동하고 있었을까? 저자가 각 지역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공통으로 확인한 게 있다. 모두가 ‘인권’과 ‘목소리의 평등’이라는 가치를 내면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인간으로서 존엄하며, 자신의 목소리는 다른 누구의 목소리와도 똑같은 지위를 지니고 있다는 감각은 뉴욕 같은 세계적 도시의 사람들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빈민촌 사람들까지 한결같았다.
그렇다고 도덕적 선택의 순간에 세계 윤리가 기준이 되는 건 아니었다. 세계화의 수혜자인 코스모폴리탄 엘리트들이야 세계 윤리를 열렬히 신봉했지만, 세계화의 이익에서 배제되었다고 믿고 있는 이들이나 민주주의로의 이행기에 있는 지역의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가치 맥락에 따라 때로는 세계 윤리에 반하는 선택과 행동을 취했다. 노벨 평화상을 받았고 미얀마 민주주의의 상징인 아웅산 수지가 로힝야족 학살 문제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 그러한 선택의 단적인 예이다.
세계적인 것과 지역적인 것은 충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충돌이 어떤 결말로 이를지는 예측하기 어려워 보였다.

맥락의 힘

세계 시민사회와 ‘도덕 사업가’들은 보편적 가치에 반하는 사람들을 비판하고 반대한다. 보편적 가치에 대한 흔들림 없는 지지야말로 그들의 존재 이유이자 존립 조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판과 반대만이 옳은 길일까?
저자는 이번 탐구 여행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발견을 했는데, 바로 ‘현대사의 여세’가 사람들의 도덕적 판단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이다. 각 지역에는 저마다 다른 현대사의 맥락이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역사적 맥락에서 제각각인 경험을 해왔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경향을 보였다. 보편적인 가치는 당장이 아닌 최종의 목표이거나 참고사항 정도로만 기능했다. 그렇기에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은 맥락에 대한 고려 없이 보편적 가치를 부르짖는 (것으로 보이는) 이들에게 격렬한 분노와 상대적 소외감을 분출하며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평범한 미덕의 공동체

추상적인 ‘인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곁에서 고통받고 신음하는 가족과 친구와 이웃의 얼굴은 눈앞에 어른거린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와 ‘그들’을 나누고 ‘우리’에 속하는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곤 한다. 이는 우리가 어느 때는 보편적 가치의 수호자였다가 또 어느 때는 반대자가 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우리’들의 공동체에서 생활한다. 그리고 그 구성원들과 함께 친절, 관용, 공감, 배려, 신뢰, 연민, 협력 같은 ‘평범한 미덕’을 발휘하며 공동체를 지속시킨다. 이러한 공동체는 운명을 ‘함께하는’ 공동체까지는 아니다. 단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선에서 기본적인 욕망에 충실하며 ‘나란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느슨한 결속이다.
이러한 ‘평범한 미덕의 공동체’가 얼마나 도덕적인가와는 상관없이, 이것이 우리 삶의 기본 설정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바탕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모든 윤리적인 시도는, 그것이 보편적으로 얼마나 옳으냐에 상관없이 벽에 부딪히며, 때로는 애초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이는 이번 여행에서도 확인된 사실이다.

일곱 개의 지역 일곱 개의 문제의식

저자와 카네기국제문제윤리위원회 연구원들은 이번 탐구를 위해 뉴욕, 엘에이, 리우데자네이루, 보스니아, 미얀마, 후쿠시마,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했다. 모든 지역의 사람들이 각자 중대한 도덕적 이행의 노정에서 분투하고 있었다.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치열한 문제의식이 《평범한 미덕의 공동체》의 일곱 개 장으로 각각 포착되었다.

  1장 공정, 기회, 다양성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들―뉴욕 시 잭슨하이츠

뉴욕과 같이 초다양화된 도시를 지탱하는 기둥들이 있다. 바로 공정한 경찰력 집행, 차별 없는 기회의 보장, 사실을 넘어 가치가 되어버린 다양성 등이다. 그런데 도시의 구성원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들은 진정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을까, 아니면 단지 ‘나란히’ 살아가는 것일 뿐일까? 1장에서는 뉴욕을 거닐며 세계적 도시에서 도덕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짚어본다.

  2장 갈라진 공동체는 어떻게 재건되는가―로스앤젤레스

1992년의 폭동은 로스앤젤레스의 도덕 운영체제에 심각한 손상을 주었다. 이로 인해 자칫 도덕적 밀림으로 굴러떨어질 뻔했던 로스앤젤레스는, 비록 기본적인 공정성과 기본적인 정의가 여전히 미완성으로 남아 있기는 하지만 수백만 명에게 안정과 의미와 번영을 약속하는 공간으로 되살아났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2장에서는 갈라진 로스앤젤레스를 재건한 힘들이 무엇인지를 살피면서 평범한 미덕의 정치를 생각해본다.

  3장 부패와 분노, 그리고 사회를 바꿔내는 힘―리우데자네이루

“잘못된 것이 너무 많아서 포스터 한 장에는 다 못 쓰겠다!” 리우데자네이루의 반부패 시위대가 들고 있던 포스터에 이런 문구가 적혔다. 브라질 시민들은 부패한 정치인을 계속해서 뽑아준다. 또 브라질에는 원칙을 굽혀 ‘살아가는 법’을 잘 운용하는 사람들이 존경을 받는 문화도 있다. 이와 동시에 “민중이 깨어나고 있다!”는 자각 역시 꿈틀거린다. 3장에서는 브라질의 사례를 통해 부패한 사회를 바꿔내는 힘이 어디에서 기원하는지를 추적한다.

  4장 원수가 되어버린 이웃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보스니아

1992년부터 1995년까지 보스니아에서 내전이 있었다. 폭격, 인종 청소, 집단 강간, 대학살이 벌어졌다. 하나의 정치 체제 아래서 나란히 살아가던 사람들이 민족과 종교의 차이를 이유로 서로를 죽여 몰아내는 일을 자행한 것이다. 이제 살아남은 자들은 서로에 대한 분노를 가슴에 품고서 다시 나란히 살아가고 있다. 4장에서는 원수가 된 이웃 사이에 관용과 화해가 가능할지, 만약 가능하다면 그것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를 살펴본다.

  5장 이곳은 누구의 나라이며, ‘우리’란 무엇인가―미얀마

오랜 군부 독재를 끝내고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미얀마는 풀리지 않는 문제에 봉착했다. 바로 ‘이곳은 누구의 나라인가? 우리란 누구인가?’의 문제이다. 공인된 민족만 135개에 달하며 민족 간 다툼이 끊이지 않는 미얀마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구성원이 될 자격을 두고 벌이는 갈등을 해결할 실마리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인권이나 민주주의 같은 보편적 가치만으로 그것이 가능할까? 5장에서는 이 문제를 숙고해본다.

  6장 상상 불가능한 재난을 딛고 일어서는 개인들―후쿠시마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지역에서 대지진이 일어났다. 쓰나미가 해안 지역을 덮쳐 수많은 사람들이 파도에 휩쓸려 사라졌다. 이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완전 정전’ 사태가 벌어졌다. 노심이 용융되고, 수소 폭발이 일어나고, 방사능이 대량 유출되어 죽음의 땅으로 변한 후쿠시마. 하지만 그곳에서, ‘상상 불가능한 재난’을 딛고 일어서는 사람들이 있다. 6장에서는 그들의 힘의 원천을 탐사한다.

  7장 무엇이 희망에 찬 지지를 절망으로 되갚는가―남아프리카공화국

1994년 넬슨 만델라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취임했을 때, 세계는 이 나라의 장밋빛 전망에 대해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지금, 이 나라의 흑인들은 자신들이 지지했던 바로 그 흑인 정권에게 철저하게 버림을 받고 있으며, 자신들의 지지를 조금씩 거둬들이고 있다. 무엇이 희망을 절망으로 뒤바꿨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에는 희망이 남아 있을까? 이것이 7장의 문제의식이다.

우리들에게는 더 세밀한 도덕적 감수성이 필요하다

세계화가 우리에게 안겨준 세계는 도덕적으로 분열되어 있다. 세계적인 것과 지역적인 것이 항상 부딪히는 이 세계에는 도덕적 충돌의 결론을 내려주는 단일한 기준이 존재할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도덕적 존재로서의 우리는 매순간 자신의 선택이 도덕적으로 정당함을 세계적인 관객들 앞에서 증명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는다.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도덕적 혼란은 그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더욱 세밀한 도덕적 감수성이 절실해졌다. 《평범한 미덕의 공동체》는 우리들의 바로 그 절실한 부름에서 시작된 여행의 기록물로서, 예맨 난민 문제 등 세계화로 인해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도덕적 선택의 문제에 직면한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은 책이다. 깊고 세밀한 성찰의 길을 함께 걸을 독자들을 기다린다.

책속으로 위로

2012년 8월 10일, 마리카나의 착암 기술자들이 급료 인상을 요구하며 일터를 벗어났다. 이들이 속한 전국광산노동자노조(NUM)가 이들의 주장을 경영진에게 전달하기를 거부하자, 시위자들은 항의 차원에서 NUM 사무실로 행진했다. 곧이어 누군가가 이들에게 총격을 가했는데, 노조 사무실에서 발사한 것이 분명했다. 이 총격으로 시위자 두 명이 사망했다. 다음날 노조 간부들이 광산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창과 칼로 무장한 비노조 파업자들이 론민의 사무실로 행진하자, 이번에는 최루탄과 고무총탄이 날아왔다. 이어진 난투극의 결과로 론민의 경비원 두 명이 살해되었다. 곧이어 경찰이 출동했고, 맘부시라는 별명의 젊은 착암 기술자가 이끌던 파업자들을 포위했다. 밝은 초록색 이불을 망토처럼 두르고 경찰과 협상하러 나타난 맘부시는 자기네 일행을 ‘산’까지(이곳은 광산 현장의 한가운데 있는 황량하고 붉은 바위로 된 노두(頭)이다) 행진하게 허락한다면 무장을 해제할 것이라고 동의했다. 하지만 이 합의를 준수하는 대신 경찰은 이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관 두 명이 사망했다. 이후 이틀 밤에 걸쳐서 3천 명쯤으로 불어난 파업자들은 ‘산’ 주위에 진을 쳤다. 이들은 창과 칼과 팽가로 무장했으며 전통 치유사인 상고마가 준 부적도 갖고 있었는데, 이 부적을 갖고 있으면 경찰의 총알이 물로 바뀐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론민 측을 대변하는 흑인 부사장은 협상을 거절했으며, 다른 중재 노력도 결국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 사이에, 론민을 위해서 일하던 시릴 라마포사는 경찰과 ANC 행정부에 무력을 사용해 시위를 분쇄할 것을 요청했다.

2012년 8월 16일 오후, 사태는 갑작스럽고도 무자비하게 일단락되었다. 맘부시가 이끄는 무장 파업자 무리가 ‘산’에서 내려오자 경찰이 총격을 가했다. 최초의 일제 사격에서 맘부시를 비롯한 열여섯 명이 사망했는데, 여전히 초록색 이불을 두른 채 경찰관의 발치에서 흙바닥에 쓰러진 맘부시의 몸에는 총알이 열네 발이나 박혀 있었다. 이후 20분 동안 경찰은 ‘산’의 바위 사이를 오르내리며 파업자 열여섯 명을 사살했다. 그중 일부는 항복하려는 찰나에, 또 일부는 뒤통수에 총을 맞았다.

(중략)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찰 최고 책임자는 학살 다음날 언론 앞에서 경찰이 작전을 훌륭하게 성공했다고 칭찬했다. 그 작전을 수행한 경찰 지휘관은(흑인 여성이었는데) 아파르트헤이트 시기에 경찰에 근무하며 업무를 익힌 사람이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람들은 아파르트헤이트 시기의 진압 방법이 새로운 남아프리카공화국 경찰의 신체 기억과 도덕 본능에까지 침투해 들어갔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중략)

왜 자유주의적 제도는 이 나라의 핵심 산업에 종사하는 가난하고 배운 것 없는 광부들을 보호하는 데에 완전히 실패하고 말았던 걸까? 마리카나 학살 청문회에서 증언한 남아프리카공화국 경찰 소속 여성 지휘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떤 현실이 뚜렷해진다. 그녀의 부루퉁하고 오만한 눈빛은 자기가 처벌받지 않으리라는 점을 일찌감치 알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일당 국가에서 집권 세력을 기쁘게 만들어주는 한 누가 감히 그녀를 건드릴 것인가!

자국의 제도로부터 버림받은 파업자들은 자기들의 시골 고향에 오랫동안 묻혀 있던 전통에 의존했고, 총알이 비켜가게 해주는 부적을 건네준 치유사에게 믿음을 걸었다. 그리하여 이들은 자기네 힘을 믿고 전사답게 상체를 낮추고 무기를 맞부딪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이들은 자유 국가에 봉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경찰이 자기네를 마치 개처럼 총으로 쏴버릴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

9초 동안의 무차별 총격과 20분 동안의 조준 사격 끝에 파업자들은 분쇄되었고, 이 장면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모든 노동자에게 한 가지 메시지를 보냈다. ‘고용주나 노조에 대들면, 일찍이 백인 아파르트헤이트 국가가 그랬듯이 흑인들의 국가인 남아프리카공화국도 너희를 분쇄하리라.’

- 263~266쪽

마이클 이그나티에프  bulkwang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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