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冬至)에 깃든 의미 : 나누고 베풀고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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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冬至)에 깃든 의미 : 나누고 베풀고 사랑하자
  • 유권준
  • 승인 2017.12.1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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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막론하고 태양의 위치에 따른 농경사회 제의에서 유래

오는 22일은 동지(冬至)다. 동지는 음력 11월 태양의 황경이 270도에 위치해 1년중 밤의 길이가 가장 길고, 낮의 길이가 가장 짧은 날이다. 동지는 흔히 ‘작은 설’(까치 설날)이란 뜻의 ‘아세(亞歲)’로도 불렀다. 태양력으로는 동지가 새해 첫날이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불렀을 것이다.

동지를 기념하는 문화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남아 있다.  옛 사람들은 밤낮의 길이가 교차되는 동짓날에 태양이 며칠 간 움직임을 멈추는 것으로 생각했고 태양이 다시 움직이기를 바라는, 즉 태양빛을 되돌려 주기를 비는 의식을 가졌다. 유대인들의 ‘하누카’나  인도의 ‘마카르 산크란티’, 그리스 로마의 ‘브루말리아’,  중국의 ‘동지축제’ 그리고 기독교의 ‘크리스마스 축제’ 등이 모두 이와 관련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유대인들의 하누카 축제

유대인들의 하누카(봉헌)는 유대교의 축제일의 하나로 11월말이나 12월에 치러진다. 아홉개의 가지를 가진 촛대에 불을 밝히는 의식이 치러지며 보통 크리스마스와 같은 날이지만, 음력과 양력으로 나누어 쇠기 때문에 겹치는 일은 많지 않다. 고대 유대인들이 그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에서 비롯된 풍속으로 감자전과 치즈요리를 만들어 먹고 놀이를 즐기며 새해를 맞는 축제라고 볼 수 있다.

인도의 ‘마카르 산크란티’ 축제

인도의 ‘마카르 산크란티’는 힌두력에 따라 태양이 겨울에서 봄으로 자리로 이동하는 시점을 축복하는 날로 보통 1월 14일 혹은 15일(윤년)에 해당된다. 낮의 길이가 밤보다 길어지기 시작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우리의 동지(冬至)와 비슷하다. 지역별로 타밀나두에서는 ‘퐁갈’, 구자라트에서는 ‘우타라얀’, 웨스트벵갈에서는 ‘샤크라인’ 등으로 부른다. 의식은 태양신인 수리야와 지혜의 신인 사라스와티에게 예배하고, 전통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연날리기 등의 놀이를 즐기고 옛 것을 태워없애는 정화의식을 치르기도 한다.

로마의 태양신

고대 로마에서는 ‘브루말리아’라는 동지축제를 벌였다. 11월 24일에 시작해 한달여간 축제를 치렀다. 브리말리아 라는 말은 추운 겨울이라는 뜻에서 유래하는데, 겨울 밤에 잔치를 베풀고, 포도주를 마시며 태양이 길어지는 날을 기다렸다고 한다.

기독교의 크리스마스도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기원후 3백 년 까지는 예수 탄생일의 의미를 갖지는 않았다고 한다. 5세기에 이르러 로마 카톨릭 교회에 의해 그리스도의 탄생이 태양신인 솔의 탄생에 대한 로마 축일이라는 의미로 12월 25일을 지켜야 한다고 정해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구구소한도

중국도 춘추전국시대부터 동지가 지나면서 낮이 길어지는 것을 기념해 황제가 대신들과 5일간 음악을 들으며 역법을 맞추고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동지에는 옷차림을 정갈하게 하고 서로 축하인사를 건네며 하루에 매화 한 송이 씩 을 그려 81일이 지나면 봄이 온다는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를 그리는 풍습이 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의 동지문화에서 알 수 있듯이 동지는 종교적 의미보다는 태양과 지구의 움직임에 따라 한해가 마무리되고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는 농경사회의 다양한 모습의 단면을 보여주는 풍속의 의미가 강하다. 태양이 하늘의 천정에 위치해 이지러지기 시작하는 하지에서 열심히 일하고 땀흘리는 노동의 가치를 일깨우고, 동지에서 한 해의 새로운 시작을 감사하는 의미를 세시풍속에 담았던 것이다.

우리 불교의 경우도 이러한 풍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고려사>에는 “동지를 전후해 팔관회가 열렸다”는 기록이 나온다. 또 조선시대 권문해가 지은 <대동운부군옥>이라는 책에는 선덕여왕이 자신을 사모하는 청년 미귀가 불귀신이 된 것을 달래기 위해 주문을 써서 대문에 붙임으로 지귀의 원혼을 달랬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중국남북조 시대의 종름이 쓴 <형초세시기>에는 “공공씨에게 바보 아들이 있었는데 그 아들이 동짓날 죽어 역질귀신이 되었으므로 붉은 팥죽을 쑤어 그를 물리쳤다”는 기록이 있어 팥죽을 쑤어 먹는 풍습은 중국에서 전래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고려시대 팔관회 상상도

또 동지에는 달력을 만들어 주고 받는 풍습도 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관상감(觀象監)에서는 새해의 달력을 만들어 궁에 바치는데 나라에서는 이 책에 동문지보(同文之寶)라는 어새를 찍어 백관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전한다. 동지 무렵 연말연시의 선물로 새해 달력을 주고받는 풍속도 이와 관련이 있다. 또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하여 단오날 부채를 주고 받고, 동지에 달력을 주고 받았다는 말도 여기서 유래한다.

18세기 실학자 이익이 쓴 <성호사설>과 현종실록에는 “동지헌말(冬至獻襪)이라 하여 새로 출가한 부인들이 동지가 되면 시부모에게 새롭게 버선을 지어 바치는 풍속이 있었다”고 전하는 데 이는 송나라에서 버선을 지어 복을 비는 풍속과 일맥상통하는것이라 볼 수 있다.

동지는 한해가 가고 새로운 한해를 맞는 시점이다. 불교의 가르침은 세상을 향한 연민과 사랑, 자비에서 시작되고 끝난다. 팥죽을 쑤건, 달력을 만들건, 법회를 하건, 버선을 지어 바치든 모든 인연 공덕은 나눔과 베품에서 시작되고 마무리되는 것이 가장 적당할 것이다.

불교의 대표적 경전인 반야심경에는 “모든 존재는 공한 것이어서 생겨나지고 없어지지도 않으며 더럽지도 깨끗하지도 늘지도 줄지도 않는다(是諸法空相 不生不滅 不垢不淨 不增不減)”고 했다. 굳이 새해 헌해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굳이 의미를 찾아야 한다면 승속귀천을 구별하지 않고 무차정신으로 나누고 베풀고 사랑하는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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