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취향을 저격하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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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취향을 저격하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
  • 천은희
  • 승인 2017.05.23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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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남성도 아니고 중년도 아닌데요?!"

그렇다. 나는 20대며 여성이다. 고로 <어른의 공식>을 중년 남성을 목표로 만들어 보자는 의견은 책을 만드는 데 꽤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할 일은 마흔 남자의 삶을 '관찰'하는 것이었다. 신문 기사를 찾아 보고, 통계청 홈페이지도 들어가 보고, 잡지 기사도 읽었으며, 남성을 다룬 미디어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가까이에 있는 선배, 삼촌, 아는 누군가를 붙잡고 물어보았다. "그 나이 즈음은 원래 그렇게 다 힘든가요?" 아주 고깝고 건방진 시선이었다.

그래서 더 반항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중년이 되면 그 나름의 멋이 있다고, 그 나이가 되어야 깨달을 수 있는 삶의 (어떤) 이치가 있다고. 꼭 슬프고 우울하고 괴로운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가진 뜻이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처음부터 내 뜻대로 잘 흘러갔느냐, 그것도 아니다. 정직함을 우선으로 내세울 것인지 아니면 유쾌하게 살짝 비꼬기를 할 것인지 콘셉트를 잡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가벼운 해학'을 주고 싶은 욕심만 가득했지 118편이 되는 글을 다시 쪼개어 또 분류로 나눠 작업할 자신이 없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난 센스 있는 편집자는 아니었기에, 과연 제목이며 부제며 홍보문구를 내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고민을 거듭하던 가운데 내 취향을 저격한 문장이 있었으니 "여지없이 흔들리고 철이 없으면 어때"라는 드라마 소개글이었다. 장동건과 이종혁이 나온 신사의 품격은, 내가 <어른의 공식>을 통해 말하고 싶은 그런 마흔 남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역시, 책 만들면서 쉬운 일은 하나 없다.

이상한 날(?)이 계속 되었다. 표지를 정하는데 디자이너와 편집자와 마케터 사이에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다. 어쩐지 교정 과정이 수월하더라니, 인쇄를 앞두고 가장 중요한 표지(를 포함한 부제, 문구, 띠지) 선정에 어려움을 맞았다. 지금 독자들이 만나는 책의 띠지에 "소신껏 살되 꼰대는 되지 말자"가 본래 부제로 넣으려던 문구였고 띠지는 애초에 구상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꼰대'라는 단어가 주는 어정쩡함은 모두의 의견을 거쳐 띠지에 들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책을 사 본 사람들에게 물으니 이 문구가 통쾌하고 궁금해서 샀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글자가 정리되었더니 이번엔 그림이 문제다. 의자게 걸터 앉은 사람, 짝다리를 짚은 사람, 공중에 떠 있는 사람 등등 책 가운데 어떤 사람을 넣을 것이냐 또한 고민 끝에 지금의 표지가 되었다. 편편마다 분류 작업만 마치면 되겠지?라는 생각은 안일했다. 역시 책 만드는 일에 쉬운 일은 하나 없다.

독자들은 이 책을 어떻게 보았을까요.

자신감 부족으로 (사실은 혹평 듣기에 두려워) 내가 만든 책 서평을 검색해 보지 않는다.

<어른의 공식>은 순전히 궁금해서 검색해 보았다. 사람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었고 또 어떤 감상을 남겼을까? 어떤 분은 '불교판 탈무드'로 칭했고 '어른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이 책을 골랐다는 분도 있었다. 공통적으로 불교 색이 짙지 않아 쉽게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고, 하루에 한 편씩 읽기에 부담 없이 좋았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아쉬운 점은(..) 저자의 덧붙이는 글이 때로 반복되어 겹치는 내용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바보같이 책을 만들었다는 평가는 (아직) 없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시사인>에서 이 책을 소개한 글이 재미있어서 여기에 옮겨 적는다.

법륜과 혜민 스님이 힐링계의 투톱으로 인기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디서 깨달음을 얻었을까? 이들에게도 스승이 있지 않을까? 고대 선승들이 말하는 ‘진정 자유롭게 사는 방법’ 77가지를 정리했다. 출발부터 세다. 추우면 떨지 말고 나무 불상을 태우란다. 불상은 부처가 아니라며

 

* 안녕하세요. 불광출판사 단행본 편집자 천은희입니다. 개인 블로그에 적었던 편집 후기를 몇 자 옮겨 적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클릭한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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