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로움> 편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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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움> 편집 이야기
  • 천은희
  • 승인 2017.05.2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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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움

“은희 씨, 중간에 일정이 조금 비네. 그럼 이 원고 한번 읽어봐요.”

우연치 않게 내게 온 『조화로움』 원고에 나는 마음을 홀라당 빼앗겨버렸다. 편집자가 된 지 이제 1년 남짓 되었는데 처음으로 맛보는 환희라고 할까? 어쩌면 첫 책을 편집할 때보다 더 감동했는지도 모른다. 편집자가 매우 마음에 드는 원고를 만났을 때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 비로소 알았다.

책의 크기를 바꾸거나, 조금 더 좋은 종이를 쓰는 경우에 제작비가 얼마나 더 드는지 알아보고, 어떤 표지가 좋을지 서점으로 달려가 요즘 표지 트렌드를 살펴본다. 잘 만들고 싶은 욕심 때문에 무리수를 두는 기획안도 써보고, 디자이너도 아니면서 표지 디자인을 스케치해 본다. 무엇보다 내가 이 글을 읽으면서 공감했던 내용을 독자에게도 전하고 싶었다.

책의 저자 스티브 테일러는 인간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은 마음속의 불안을 마주하기 때문이라며 ‘휴머니아Humania’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인간Human과 광기Madness를 조합한 이 단어가 내게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래, 돌직구를 던지자. 이 광기를 살려 세게 가자!’ 하지만 다른 편집부원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혹시 나 혼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싶어 책의 방향을 다시 생각해봐도 여전히 ‘광기’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런 ‘광기’의 『조화로움』을 지금의 『조화로움』으로 만든 사람은 바로 인수정 디자이너였다. 디자인 의뢰를 하고 이틀 만에 첫 번째 모임을 가졌는데, 디자이너가 300쪽 가까이 되는 글을 다 읽어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인 디자이너는 나보다 더 완벽하게 이 원고를 이해하고 왔다. 광기보다는 차분한 느낌으로 방향을 잡아준 것도, ‘이렇게 하면 어떨까, 저렇게 하면 어떨까’ 쏟아지는 생각들을 정리해 준 것도 인 디자이너의 힘이 컸다.

그런데 문제는 예기치 못한 곳에서 생겼다! 쉽게 결정될 거라 생각했던 표지는 내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갔다. 편집부 내부 팀원 간에도 의견이 다 달랐고, 알고 지내는 출판계 사람들, 친구들, 블로그 이웃 등을 모두 동원했지만 계속해서 두 표지 후보가 사이좋게 한 표, 한 표씩 나눠 가졌다. 다시 조금씩 손을 봐서 최종으로 선택된 표지가 탄생했다.

마감을 하고 편집 후기를 적으며 이 책이 왜 이렇게 좋았을까 생각해 보니, 나의 이야기를 너무나 많이 담고 있어서였다.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수긍할 수 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말이다. 지하철에 타자마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집에 들어가자마자 텔레비전부터 켜는 것이 내 모습이 아닐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우두커니 10분 이상 앉아 있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

왜 우리는 하릴없이 리모컨으로 채널만 돌리고 있는지…. 혹시 일상에서 몸보다 마음이 바쁘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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