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빔센 사원

빔센 사원

광장의 마지막 부분은 빔센(Bhimsen) 사원이 위용을 자랑한다.

『마하바라타』에 의하면 ‘창백한 사람’이라는 의미의 판두에게는 자랑스러운 다섯 아들이 있었다. 첫째 부인 쿤티(Kunti) 소생은 순서대로, 유디스티라(Yudhishtira), 비마(Bhima), 아르주나(Arjuna)였고, 둘째 부인 마드리(Madri) 소생은 쌍둥이 나쿨라(Nakula) 그리고 사하데바(Sahadeva)였다. 유디스트라는 덕행이 있고, 비마에게는 용맹이, 아르주나는 인내심, 그리고 나머지 두 쌍둥이에게는 웃어른에 대한 존경과 봉사의 마음이라는 장점이 있었단다.

사실 『마하바라타』를 모르면 인도문화권 문화를 이해하기 어렵다. 세상의 모든 것이 『마하바라타』 안에 있고 『마하바라타』에 없는 것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말할 정도로 책의 내용은 방대하며 세밀하다.

형제 중에서 유디스트라는 분명히 판두-쿤티 사이의 소생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다르마의 신이라 하며, 비마는 바람의 신 바이유의 아들이라고 이야기한다. 같은 식으로 아르주나는 인드라의 아들이란다.

여기에는 깊은 사연이 있다. 아버지 판두는 어느 날 자신이 통치하는 하스티나푸라 왕국의 왕권을 동생에게 의탁하고 히말라야 산기슭에 들어간다. 동생은 히말라야 숲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형을 모시고 보살피라 명을 내렸으나 판두는 거절한 채 검소하게 지낸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식량을 구하기 위해 히말라야 숲으로 들어갔다가 교미하는 사슴 한 쌍을 본다. 판두는 주저하지 않고 화살을 날려 그 자리에 쓰러트린다. 사실 사슴은 숲속의 현자 킨다마(Kindama)였다. 아내와 숲에서 단출하게 살았기에 집이란 것이 아예 없었다. 만일 집이 아닌 숲에서 부부관계를 하다가 다른 사람들에 눈에 뜨인다면 비난이 쏟아질 것, 사슴으로 몸을 바꾸었던 터였다. 죽어가면서 그는 판두에게 말한다.

“그 어떤 피조물도 사랑의 순간에는 공격하지 않는 법이거늘, 너는 너무 잔인한 짓을 저질렀다. (보통 사람이라면) 당장 지옥에 떨어져야 할 일이지만, (더구나) 너는 (신분이 높은) 왕이 아닌가? (왕이란) 죄를 징벌하고 신앙의 교의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으니 (이런 죄를 지은 너는) 더더욱 비난받아야 한다.”

지금 당장 지옥으로 들어가 죗값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알 만한 녀석이 죄를 지었으니 보다 더 심한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판두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킨다마의 저주가 떨어진다. 사실 저주라기보다는 죗값에 대한 선포이며, 다음 생까지 이번의 행위에 대한 결과를 질질 끌고 갈 것이 아니라, 그 대가를 이번 삶에서 받으라는 이야기다.
“브라흐민을 죽인 죄를 두려워마라. 그대는 내가 누군지 몰랐지 않은가. 그러나 그대는 내가 쾌락을 탐닉하는 순간 나를 죽였으므로, 그대 또한 쾌락의 순간 죽음을 맞으리라.”
브라흐민을 죽인 죄는 위중하다. 더구나 도력이 깊은 브라흐민은 우리말로 바꾸자면 조사(祖師), 선사(禪師)를 죽인 셈이 된다. 그러나 사슴으로 변해 판두가 몰라보았으므로 그 항목은 무죄. 교미 중에 죽인 일은 유죄. 너도 똑같은 일을 한다면 그 순간 사형집행, 이런 이야기다. 

최종판결.

“그대가 아내에게 욕망을 품고 다가가는 순간, 그대는 죽음을 맞이하리라. 왕이여, 내가 행복의 순간에 갑작스럽게 슬픔에 빠졌듯 그대 또한 행복의 순간에 슬픔과 대면하리라.”

이야기를 마친 사슴은 죽었다.
남자들 목에 칼을 들이대고, 여자를 버리고 오래 살래, 아니면, 여자를 가까이하고 일찍 죽을래, 물어본다면 한두 명 예외를 제외하고는 거의 백이면 백, 만이면 만, 모두 여자를 버리고 길게 사는 길을 택할 터, 이제 남은 방법은 오로지 하나, 고행자가 되어 여색을 끊는 일뿐이다. 판두는 부인 둘에게 이런 사정을 이야기해도 찰거머리처럼 떨어지지 않고, 부인들은 죽어도 함께 붙어 있겠다고 선언한다. 이런 것이 업이다.

이들은 숲에서 함께 산다. 그러나 아들이 없으면 제사를 지낼 수 없고, 더구나 조상에 대한 빚은 아들을 낳아야만 갚는다 했으니, 차차 무자식에 대한 비탄에 빠져든다.

그러나 한 가지 방법이 있었다. 첫 번째 부인 쿤티가 결혼하기 전에 자신의 집을 찾아온 성자 두르바사(Durbasa)를 끔찍하게 정성을 들여 모신 후,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천상의 신을 불러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만뜨라를 선물 받은 적이 있다. 그리하여 그녀는 다르마, 바이유 그리고 인드라, 각각의 신을 불러 그들의 정기를 그대로 받은 3명의 아이를 낳았고, 이어 두 번째 부인 마드리도 이 만뜨라를 배워 아들 쌍둥이를 낳게 된다. 비마를 바람의 신, 즉 바이유의 아들이라 칭하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다.

왕이었던 판두는 세월이 흐른 후, 욕정을 참지 못하고 두 번째 부인 마드리에게 접근했다가 저주대로 죽고 말았으며, 죄책감으로 둘째 부인, 화장터에서 역시 남편의 길을 따라 사티, 불 속으로 들어갔다. 
왕이었던 아버지가 이렇게 죽자 이제 왕위를 큰삼촌인 장님 드리타라스트라가 이어받았다. 다섯 형제들은 실세로 등장한 사촌들과의 갈등으로 숲으로 도망가야 하니, 어머니 쿤티는 함께 숲으로 들어가, 다섯 아들들을 보호하고 양육했다.

둘째 아들 비마는 천 마리 코끼리에 견줄 수 있는 힘을 가진 용사였다. 태어나면서부터 아버지 바이유의 지칠 줄 모르는 바람의 힘을 받아서인지 힘이 남달리 강했기에 운동을 하건, 맨손으로 싸우건, 무기를 들건 형제 중에 제일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강한 비마가 더욱 막강하게 된 배경이 있다. 비마의 뛰어난 자질에 위협을 느낀 사촌은 비마에게 독을 먹여 정신을 잃게 한 후, 사지를 밧줄로 꽁꽁 묶은 채 갠지스 강에 던졌다. 비마는 의식을 잃은 채 흘러가다가 나가들이 사는 통로로 흘러들어가 깨어난다. 비마가 눈을 떠보니 사방에 나가, 뱀들이 아닌가. 영문을 모르는 비마가 닥치는 대로 뱀을 잡아 이리저리 패대기치기 시작하자, 나가들은 급한 나머지 그들의 왕 바수키에게 몰려가 구원을 청한다.

바수키와 아르카(Arka)는 사람으로 모습을 바꿔 비마에게 다가간다. 아르카는 한때 인간 세상에서 비마의 어머니인 쿤티의 증조할아버지로 살았던 적이 있었기에 서로 자신의 핏줄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그들은 서로 깊게 포옹했다. 둘 사이의 포옹을 지켜본 바수키가 다정하게 물었다.

“그래 아가야, 무엇을 선물해줄까? 그래, 그래, 보석과 황금을 주는 것이 좋겠구나.”
그러나 아르카는 나가들이 마시는 특별한 음료 라사(rasa)를 주는 것이 좋겠다고 건의한다. 바수키로부터 라사 항아리를 받아든 비마는 동쪽을 바라보며 신들에게 감사기도를 올린 후, 평소 자신의 식탐을 증명이나 하듯 무려 여덟 항아리를 벌컥벌컥 마셔버린다. 천상의 약초로 만든 라사는 한 항아리만 마셔도 코끼리 1,000마리의 힘이 생기는 신비한 영약으로 무려 여덟 항아리를 퍼마셨으니……. 

보통 전쟁터에 나가는 탱크가 1,500마력임을 감안한다면 요즘 말로 8,000마력이 아니라, 8,000상력(象力)으로 가공할 만한 파워다. 사촌의 간악한 계략 덕분에 그는 이제 지상에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강한 힘의 소유자가 되었다.
비마는 숲에서 여자 악마 히딤비(Hidimbi)와 사랑에 빠지고 훗날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는 카톨가자(Ghatolgaja)를 낳아 키운다. 또한 그는 바카아수라(Bakasura)라는 악마를 죽여 바카아수라가 통치하던 도시 전체를 구해내기도 했다.

이 정도를 알면 파탄(랄릿푸르) 더바르 가장 끝에 있는 아름다운 건축물, 빔센 사원을 이해하는 기초가 된다.
빔센은 비마를 모신 사원인데 정식 명칭은 비마 사원이 아니라 빔센 사원으로 불리며 네팔의 다른 곳 역시 거의 모두 비마 사원을 빔센 사원이라는 이름으로 통일되어 있다. 알고 보면 재미있는 것이, 뒤에 붙은 센이라는 말은 우리말과 비슷하여 ‘쎄다’는 뜻이다. 즉 빔센은 ‘무지하게 쎈 비마’라는 의미다.

1681년에 스리 니 바스 말라 왕이 3층 빔센 사원을 세우고 1934년 지진으로 완전히 손상되었으나 그대로 복구되었다.

빔센 사원의 좁고 어두운 나무계단을 타고 매캐한 향냄새와 그을림 냄새가 가득 밴 2층으로 오르면, 중앙에 모신 빔센 상을 만난다. 누군가 나에게 카트만두 분지에서 신상을 단 하나만 가져도 좋다고 한다면 주저 없이 빔센 상을 선택할 터다. 불행하게도 사진촬영을 절대금지하고 있어 파탄(랄릿푸르)의 이 사원을 방문해보지 못한 다른 사람들에게 신상을 보여줄 수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빔센 상은 길을 가다가 특히 숲에서 이런 모습 만나면 깜짝 놀랄 정도로 험악한 표정을 가졌으면서도 힘이 마구 넘쳐 난다. 금강역사와 야차를 뒤섞어놓은 듯한 모습에 바라보는 사람, 도리어 온몸의 근육이 부푼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 금방이라도 튀어 나올 주먹만 한 부리부리 눈망울, 손에는 말 한 마리를 공깃돌처럼 가볍게 들어올리고, 무릎 아래에는 코끼리를 숨도 못 쉬게 깔아 짓뭉긴 가운데, 바로 앞에서 커다란 코브라가 존경하는 눈빛을 던지며 얼어붙은 채로 빔센을 바라보고 있다. 걸작이다.

광장을 내려다보는 창문 역시 명품이다. 나무로 만든 창틀이 만드는 기하학적 그림자를 바라보면 과거 이 자리에서 살았던 장인들의 심미안에 고개가 숙여진다.

숲에서 길을 잃으면 이렇게 부탁했다.

“위대한 바이유 신의 아들아, 우리를 다시 한 번 안고 무시무시한 숲속으로 들어가 주어야겠다. 다른 방법이 없구나.”

그러면 그는 어머니와 형제들을 들어 올리고 공중으로 솟구쳐 길을 만들면서 앞으로 나갔다. 무려 8,000마리 코끼리 힘을 가진 그의 발길이 닿는 자리는, 맹렬한 바람이 몰아치듯 나무가 뚝뚝 부러지거나 뿌리 채 뽑혔으며 꽃잎들이 마구 흩어져 날리고, 산짐승들은 물론 맹수조차 사방으로 도망쳤다. 

파탄(랄릿푸르)의 사람들은 이런 빔센을 상인들과 대상들의 후원자이며 수호신이라고 믿는다. 상인들에게는 빔센이 가네쉬보다 상위의 신이며 히말라야를 넘나드는 힌두교 짐꾼들도 빔센의 추종자. 

또한 그토록 험준한 히말라야를 넘어 티베트 수도 라싸까지의 교역로를 최초로 연 사람이 바로 빔센이라 이야기한다. 통상로의 개척자이니 당연 상인들이 따르고, 네팔의 공주 브리쿠티(Bhrikuti)가 티베트 라사로 결혼을 위해 갈 때 빔센이 수행원으로 모습을 바꾸어 안내했기에 거친 히말라야를 무사히 넘었다는 이야기까지 남겨질 정도다.
이렇게 네팔에서 미쿄 도르제 불상을 가지고 티베트로 시집간 브리쿠티 공주는 티베트에서는 티쮠이라고 부르며 그녀로 인해 네팔의 고승 실라만주가 티베트로 들어갔고 역시 인도불교가 광범위하게 소개되며 티송데쩬 시대에 티베트에서 불교가 제자리를 잡는다. 이 일을 빔센이 도왔다는 이야기니 불교전파에 힌두교의 에너지가 개입했다는 구조로, 빔센이란 힘든 산길과 설산을 넘어가는 거침없는 에너지이며, 그 결과 대상들에게는 부귀영화를 안겨주는 에너지 형태이기도 하다.

파탄(랄릿푸르)의 빔센 사원은 규모가 매우 커 당시 파탄의 무역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빔센 사원
빔센 사원

* 출처 : 임현담  https://www.facebook.com/jabisim/posts/1339484739429565

임현담 
히말라야를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는 티베트이름 툽텐랍쎌, 한국이름 임현담. 히말라야를 주제로 [강린포체] 카일라스, [히말라야 있거나 없거나] 등을 펴낸 의료계에 위장취업한 산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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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마음으로 무엇을 꾀하지 않는다면, 마음은 저절로 축복으로 충만해질 것이다. 마치 물이 흔들리지 않을 때, 본래대로 투명하게 맑은 것처럼.

    2. 생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으며, 상주하지도 않고 단멸하지도 않으며, 동일하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으며,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는다 不生不滅 不斷不常 不一不異 不去不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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