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등록(傳燈錄)에 이러한 공안(公安)이 있다. 초현선사(招賢禪師)가 산을 유람하고 돌아왔다. 수좌께서 묻기를『스님은 어디를 다녀 왔는가?』하니 선사는 산에서 놀다 왔노라 하였다. 수좌가 또 묻되『어디까지 갔었는고』하니, 선사 대답하되『처음에는 봄풀을 따라가다 다시 낙화를 쫓아 왔노라.』[시종방초거(始從芳草去) 우축낙화회(又逐落花回)]하였다.
이 공안은 한갓 산놀이를 읊은 시 같으나 실은 일종의 선지(禪旨)가 들어있다. 선종에서 입초(入草) 낙초(落草)라 함은 성인의 경지에 들었다가 다시 범부의 세계로 되돌아오는 묘유(妙有)의 경계를 말하고 외로운 봉우리에 오르는 것[상고봉(上孤峰)]을 범부에서 성인의 경지로 가는 진공의 경계라 한다.
위의 두 시구(詩句)는 이 두 경계를 말한 것이니 풀을 따라 간 것은 범부에서 성인의 경지로 가는 것이요, 낙화 따라 온 것은 성인에서 범부로 되는 경지를 말한 것이다. 위의 것을「가다[향거(向去)]」, 아래 것을「오다[거래(劫來)]」라 한다. 이와 같이 가고 옴이 자유로운 것이 선의 세계인 것이다. 범부에 머물러도 안 되고 성인에 머물러도 중생구제의 이타는 될 수 없는 것이다.
조선조 인조 때의 스님 월저대사(月渚大師)의 다음 시는 이러한 경지를 읊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큰 바다에 솟는
외로운 구름,
아득한 우주
외로이 나는 새
한 평생 오직 바릿대 하나
무한 공간 옷은 세 벌 뿐
푸른 풀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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