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의 자취 역력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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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의 자취 역력하여라
  • 관리자
  • 승인 2007.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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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가 깃든 산사 기행/성수산 신광사, 상이암

지리산 을 일으켜 세우고 금강과 섬진강을 나누는 산마루가 되는 금남호남정맥(錦南湖南正脈)의 산들을 뛰어가게 하는 산이 바로 장수의 산들이다. 해발 430m의 고지(高地)로 청량하기 이를 데 없는 장수는 또한 남덕유(1,507m)로부터 줄지어선 장안산(1,237m), 팔공산(1,151m), 성수산(1,060m) 등 드높은 산들이 에두른 가운데 위치하고 있기에 그 땅의 길함이 예사롭지 않음은 물론이다.

대동여지도를 보면 백두대간을 달려온 산들이 덕유의 봉황봉을 넘어 장안산에 이르러 숨을 고르며 그 나아갈 방향을 바라본다. 내쳐 영취산에 이르고는 함양 백운산(1,279m)을 넘어 지리산을 향해 곧추 내달리고 영취산에서 금강과 섬진강의 너른 땅에 곁을 준 산들은 다시금 장수의 성수산과 진안의 마이산을 향해 큰 걸음을 내딛는다. 비로소 남도의 큰산들을 끌어안는 금남호남정맥의 큰 가지가 펼쳐지는 것이다.

장수에서 성수산을 묻고 신광사를 묻는다. 그런데 어째 대답이 시원치 않다. 이번엔 성수산 상이암을 묻는다. 그 성수산은 임실 쪽이란다. 뭔가 좀 이상하다. 『여지도서(輿地圖書)』나 『장수지(長水誌)』에는 현의 북쪽 성수산 신광사를 분명 언급하고 있고 『호남읍지』의 지도 또한 신광사가 분명한데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성수산(聖壽山)이 어디 예사 이름이던가. 성인(聖人)이나 임금의 자취를 간직한 터에만 허락한 이름일 터. 상이암의 창건 설화가 그것을 오롯이 증명하고 있지 않던가.

신라 말 도선 대사가 명산대천을 두루 참배할 때였다. 이 산을 살펴 보니 과연 한 나라의 흥망을 베풀 만 한 터였다. 평소 친분이 있던 왕건 역시 건국의 웅지를 품고 있던 때였기에 대사는 왕건에게 이 산에 대한 설명과 백일 기도를 하면 그 뜻을 이룰 수 있음을 일러 주었다.

왕건은 도선 대사의 가르침대로 이 산으로 내려와 백일기도를 올린 후 골짜기에 내려가 흐르는 물에 목욕재계하고 다시 3일 동안 기도하였더니, 어디선가 “성수만세(聖壽萬歲; 임금이 오래 살기를 축원하는 말)”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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