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화산 성지순례 길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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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화산 성지순례 길의 인연
  • 관리자
  • 승인 2007.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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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연이야기

저의 서재 한 켠엔 아침에 예불을 모시는 작은 불단이 있습니다. 주존불은 관세음보살님이신데, 지난 7월부터는 옆자리에 살짝 지장보살님도 함께 모시게 되었습니다.

이 지장보살님은 15여 년 동안 그냥 책장 한 자리에 놓여 있었는데, 눈 가에는 아침 햇살 같은 눈부심도 있고, 입 주위엔 호수의 잔잔한 물결 같은 미소도 번지고 있어 어떤 서기가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생각하기 싫은 지옥이 자꾸 연상되는 지장보살님이라 제대로 모시기에 주저해 왔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는 가만히 앉아 우리 지장보살님 미소를 지어보려 했지만 잘 되지를 않았습니다. 아마도 원력에 체험된 법희선열도 하나 없었기에 자안의 미소가 나올 수 없었던 것은 너무도 당연하리라 봅니다.

이렇게 지장보살님과 한방에서 그저 생활해 오던 중, ‘우리는 선우’ 제천지회에서 하는 석 달간의 특별기도 주간에 지장보살기도가 7월부터 9월까지 시작된 것입니다. 청정도량에서 입제한 후 집에서 열심히 정근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기간 동안이나마 아침마다 하던 관세음보살 대신 지장보살을 정근하고 『지장경』도 읽으면서 대원본존의 정신에 들어보려 했습니다.

이렇게 기도가 점차 무르익어 가길 두어 달이 되어가고 있을 무렵이었습니다. 뜻밖에도 두타선원의 이 법사님께서 꿈에도 그리던 구화산 성지순례를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참 좋은 절후의 인연이다 싶었습니다.

사실 저는, 그 동안 반백을 살아오면서 저의 동물병원 업에 매달려 어느 순간도 마음놓고 집을 비워보지 못한 탓에, 지금까지 비행기도 한 번 못 타본 시대에 처진 현대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7박 8일의 성지순례 길 정도는 한 번쯤 다녀와도 될 나이가 아닌가 싶다가도, 어느듯 현실은 저를 붙들고, 지장보살 기도의 신심은 저를 떠나 보내려 하는 갈등이 며칠 계속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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