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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승인 2007.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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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그늘에 살며 생각하며/유기농법으로 사찰전통차 만드는 원표 스님

이슬이 내린 이른 새벽이면 멧돼지도 나오고 노루도 나오는 지리산 끝자락. 봉명산 깊은 골짜기(경남 사천시 곤명면 용산리 103번지 영봉다원. 전화 055-854-9260)에서 유기농법으로 가꾼 작설차를 사찰전통 제법(製法)대로 증제(蒸製)한 차를 만들며, 서각(書刻)을 하고 있는 원표(圓表) 스님.

하구재비(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붙여진 별호)였던 스님이 그렇게도 하고 싶었던 많은 일들을 다 접고 차(茶)와 서각(書刻)을 하게 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출가한 지 얼마 안 되어 처음 마셔본 녹차 맛은 잊을 수가 없었다. 그 한 잔의 차 속에는 온 우주가 담겨 있었고, 또한 자신이 하는 선공부와도 다르지 않았다. 그때 이후 스님의 바랑에는 항상 차와 다구(茶具)가 들어있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차가 아주 귀했던 시절이었다. 동안거가 끝나고 해제철이 되면 스님은 어김없이 바랑을 메고 차밭을 찾았고, 곡우(穀雨)를 전후해 차 잎을 따서 그것으로 차를 만들었다.

한때는 초의 선사의 증손벌인 해남 대흥사 응송(應松) 스님 문하에 들어가 상주하면서 차 만드는 법을 직접 전수받기도 했다. 다성(茶聖)이라고 일컬어지는 초의 선사의 제다(製茶)법인 증제(蒸製)법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은 아마 스님으로서는 유일할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차를 가까운 도반들과 함께 나누어 마시게 되다보니 자연스레 스님의 차를 찾는 사람이 하나둘씩 늘어나게 되었다.

원표 스님이 만든 차의 특징은 깊은 차 맛에 있다. 대개의 차가 서너 번 우려내면 맛이 없어지는데 스님의 차는 여러 번을 우려내도 처음처럼 그 맛이 깊다. 제초제와 화학비료를 전혀 주지 않은 상태에서 마디게 자란 차 잎을 증제한 차이기 때문에 육류나 기름기있는 음식을 드시지 않는 스님들이 마시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시중의 일반 차가 가마솥에 차 잎을 덖어내는 덖음차라면 원표 스님의 차는 차의 자체 수분만으로 쪄내는 증제(蒸製)차다. 다른 물기는 전혀 넣지 않은 상태에서 적당히 장작불로 달궈진 가마솥에 차 잎을 태우지 않고 쪄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고, 그 일은 어찌 보면 스님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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