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 넘치는 `판문점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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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 넘치는 `판문점 집'
  • 관리자
  • 승인 2007.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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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샘/ 봄이 우리에게 주는 것들

사람과 정이 들듯이 때로는 어떤 장소와도 정이 드는 수가 있다. 어떤 장소에 대한 애정이란 사실 그곳이 깃든 사람살이의 풍정에 대한 공감과 침화감에서 비롯된다. 그러기에 나는 `판문점집' 주모를 잊을 수 없다.

`판문점집'은 한려수도가 보이는 한 소읍의 시장통 주막집이다. 하필 `판문점집'이란 말인가. 나는 이러한 의아한 느낌을 가지고 그 질문을 열었던 것이며, 그곳에서 한 송이 연꽃을 닮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주모를 만나게 되었다.

그 늙은 주모는 일찌감치 고아가 된 뒤 세상에게, 남자에게 걷어채이고 밟히고 으깨어진 나머지 매번 자살을 기도한 여자였다. 그러나 그녀는 번번이 자살에 실패했다. 그러다가 기발하게도 월북을 꿈꾸었다. 이북에 가면 적어도 굶어죽지는 않을 거라는 알량한 발상을 떠올렸던 것이다.

하지만 판문점에 이르러 그녀는 비로소 월북이란 가당치도 않은 계획임을 깨달았다. 그녀는 삼엄한 판문점 앞마당에 엎드려 한나절을 울었다. 비참한 운명에 대한 통한과 분노와 연민의 눈물을 한 말쯤 흘린 뒤 그녀는 기적적으로 소생했다. "그래 다시 한 번 살아보자"라는 마지막 희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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