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가족] 석가족의 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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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가족] 석가족의 출가
  • 목경찬
  • 승인 2024.04.2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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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 아누룻다 그리고 아난다와 우빨리

부처님의 고향 방문과 석가족의 출가

부처님은 깨달음을 얻은 후 부왕 숫도다나왕의 초대로 고향 까삘라 성을 방문했다. 그런데 부처님의 첫 고향 방문은 석가족에게는 위대한 깨달음을 얻은 성인의 방문이 아니었다. 혈연의 집착과 종족의 우월함을 가진 석가족 어른들은 부처님을 단지 아우뻘이거나 조카뻘의 친족으로 여겼을 뿐이었다. 가령 중국의 마조 스님이 고향을 방문했을 때 동네 사람들이 “대사님, 대사님, 하길래 큰 스님이 오시는 줄 알았는데, 그냥 마씨 아들이네” 하는 경우와 비슷했다. 물론 이러한 반응은 밝고 깨끗한 부처님의 모습에 매료된 숫도다나왕이 절을 함으로써 정리됐다. 

숫도다나왕은 석가족 사람들에게 출가하도록 명령했다. 

“석가족은 적당한 때를 보아 출가하라. 한 집에 아들이 다섯이면 세 명, 넷이면 두 명, 셋이면 두 명, 둘이면 한 명이 출가하도록 하며, 외아들의 경우에는 출가하지 말라. 석가족의 대가 끊어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부처님의 고향 방문 이후로 많은 석가족의 사람들이 출가했다. 석가족 사람들은 부처님 가르침을 구하고자 출가하거나, 또는 저마다의 인연으로 출가했다. 저마다의 인연을 살펴보면 부처님 가르침을 위한 출가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욕심과 갈등과 고민이 있었다. 그러한 갈등과 고민의 흔적은 난다의 출가, 아누룻다·밧디야·바구·낌빌라·우빠난다·데와닷따·아난다의 출가 등에서 알 수 있다.

난다의 출가 모습. 『석씨원류응화사적』의 「도제난타(度弟難陀)」, 동국대학교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

 

갑작스럽게 출가 당한 난다

난다는 부처님의 이복동생으로 부처님을 양육한 이모 마하빠자빠띠의 아들이다. 그는 용모가 단정하고 목소리가 고왔다. 출가 후에는 부처님과 같은 옷을 입자 부처님 모습과 거의 같아서 함께하는 수행자들조차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부처님은 고향에 돌아와 난다를 강제로 출가시켰다. 『자타카』에 의하면, 난다의 결혼식이 한창 무르익을 때 부처님이 식장에 나타나 신랑 난다를 데리고 가서 출가시켰다. 출가 후에도 난다는 미인인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감추지 못했다. 부처님은 여러 가지 방편으로 그를 꾸짖으며 교화했다. 그 후 난다는 아라한과를 얻었으며, 감각기관을 가장 잘 다스리는 자로 불렸다. 

다음은 『불본행집경』 제56권~제57권 ‘57. 난타출가인연품’을 중심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부처님은 난다를 교화해 출가시키고자 자주 출가 인연을 말씀하고, 또 출가 인연을 찬탄했다. 그러나 난다는 세존과 승가에 공양을 올리는 신도로 살겠다고 거듭 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처님은 공양을 끝내고 시자와 함께 난다의 집으로 갔다. 그때 난다는 아내 손다리와 함께 누각에 올라 경치를 즐기다가 멀리 부처님이 오는 것을 보았다. 난다는 누각에서 내려와 부처님을 맞이했다. 부처님에게 공양을 올리고자 했으나 부처님은 이미 공양을 마친 뒤라 사양했다. 꿀물을 대접하고자 하니, 부처님이 허락했다. 부처님 발우에 꿀물을 가득 담아 부처님에게 올렸다. 그런데 부처님은 받지 않았다.

이때 부처님은 본래 처소로 돌아가고자 자리에서 일어나 시자를 데리고 나갔다. 난다는 꿀물이 든 발우를 들고 누각에서 부처님을 따라 나왔다. 손다리는 남편 난다가 부처님을 따라가는 것을 보았다. 부처님을 전송하고 곧 돌아오겠다는 난다의 말에 그녀는 큰 소리로 말했다. “빨리 돌아오세요. 그곳에 오래 머물지 마세요.”

이윽고 부처님은 가람에 도착했다. 시자에게 지시해 난다가 든 꿀물 발우를 받게 했다. 그리고 부처님은 난다에게 출가를 권했다. 부처님의 거듭된 출가 권유로 난다는 마지못해 출가했다. 그러나 난다의 출가 생활은 수행자답지 않았다. 특히 아내인 손다리를 떠올리면서 색욕에 사로잡혀 청정한 행을 행하지 않았고, 계를 버리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고요한 곳에 가서 기왓장이나 나무판자에 손다리의 얼굴을 그려 온종일 들여다보면서 하루를 지냈다. 늘 집으로 돌아갈 생각뿐이었다. 실제 돌아가려고 할 때마다 부처님은 설법과 신통으로 난다의 마음을 돌리려고 했다.

어느 날 부처님은 신통으로 난다를 향취산으로 데려갔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손다리가 매우 단정하고 예쁘다 하는데, 이 원숭이와 비교해서 누가 더 낫냐?” 다시 도리천으로 데려갔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손다리가 이 천녀들보다 더 아름다우냐?” 

난다가 말했다. “암원숭이와 손다리를 서로 비교한다면 손다리가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로 낫습니다. 그런데 천녀들과 비교한다면 천녀들이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로 낫습니다.” 천녀들과 즐기고자 하는 난다에게 부처님은 말씀했다. “부처님 법안에서 청정행을 닦으면 목숨이 다한 미래세에 도리천에 태어나 천녀들과 즐길 수 있다.”

이후 난다는 청정행을 닦는 데 전념했다. 여러 비구는 천녀와 지내고자 수행하는 난다를 조롱했다. 이때 부처님은 난다가 천녀들과 즐기기 위해 청정행을 닦는 것을 알고 큰 지옥 속으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가마솥에 물이 끓어 넘치고 있었다. 무슨 용도인지 궁금해하는 난다에게 옥졸은 말했다. “난다라는 사람 때문에 이 가마를 끓이고 있소. 그 사람이 도리천에서 지내다 죽은 뒤에 이곳에 태어난다고 들었소.” 난다는 이 말을 듣자 겁이 나고 온몸의 털이 곧추섰다. ‘내가 만약 이런 차례로 괴로움을 받아야 한다면 지금 천녀의 과보를 원할 필요가 없다.’ 그때 부처님은 난다의 팔을 잡고서 가람으로 돌아왔다.

이후 난다는 지난 수행 모습을 반성하며 새롭게 수행 정진했다. 마침내 난다는 신통을 얻고 모든 번뇌가 다 없어지는 경지를 얻었다. “생사는 이미 다하였고 청정한 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다 하여 다음 생을 받지 않는 아라한과를 증득하고 마음의 해탈을 얻었다.”

그러나 비구들은 난다가 모든 번뇌를 이미 다 없앤 줄 모르고 여전히 조롱했다. 그리하여 부처님은 모든 비구를 다 모아 놓고 말씀했다. 

“… 육신통을 얻은 자가 있다면 그 또한 난다 비구다. 팔해탈을 증득한 자가 있다면 그 또한 난다 비구다. 나의 성문 제자 가운데 모든 감각기관을 잘 제어하고 항복 받은 사람으로는 난다 비구가 으뜸이다.”

석가족의 출가 모습. 『석씨원류응화사적』의 「도제석종(度諸釋種)」, 동국대학교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

 

보다 편한 삶을 위해 출가한 아누룻다

아누룻다는 부처님의 사촌 동생으로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 아누룻다에게는 형인 마하나마가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이 형제를 무척 아끼고 사랑했다. 철마다 편히 지낼 수 있는 삼시전(三時殿)을 지어주기까지 했다. 아누룻다의 출가 인연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다음은 『불본행집경』 제58권 ‘58. 바제리가등인연품’을 중심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마하나마가 아누룻다에게 말했다. “우리 석가족은 각각 한 집에서 한 사람씩 출가했다. 우리 집안에서는 아직 출가하지 않았구나. 그러니 이제 내가 출가하든지 아니면 네가 출가하든지 해야겠구나.” 아누룻다가 말했다. “원하시면 형님이나 출가하십시오. 나는 출가하지 않겠습니다.” 마하나마가 말했다. “그럼, 이제 너에게 가업을 부탁한다. 때에 맞춰 농사를 잘 짓고 해마다 거르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가업을 잇는다는 것은 다함이 없고 또 끝날 기약이 없다.” 이 말을 듣고 아누룻다가 말했다. “만약 그렇다면 형님이 가업을 잇고, 제가 출가하겠습니다.”

아누룻다는 양친에게 여쭸다. “저의 출가를 허락하여 주십시오.” 부모는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누룻다는 거듭 청했다. 어머니는 밧디야를 떠올렸다. ‘지금 석가족의 왕인 밧디야는 내 아들과 어려서부터 마음이 잘 맞는 좋은 친구였다. 그는 출가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아누룻다에게 말했다. “만약 밧디야왕이 출가한다면 너도 그때 출가하여라.”

그러자 아누룻다는 곧 밧디야왕에게 갔다. 그리고 이전 상황을 언급하고 함께 출가하기를 청했다. 밧디야왕이 말했다. “만약 꼭 출가하겠다면 7년 동안 기다려다오. 집안의 일을 다 마친 뒤에 그대와 함께 반드시 집을 떠나 출가하겠다.” 아누룻다는 왕에게 말했다. “7년은 너무 오랜 세월입니다. 그러다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생겨 출가에 방해를 받게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이런 식으로 7년이 6년, 5년, 4년, 3년, 2년, 1년, 6개월, 3개월, 2개월, 한 달을 기다리라고 밧디야왕은 말했지만 아누룻다는 모두 다 듣지 않았다. 마침내 왕이 말했다. “정 그렇다면 내가 7일 안에 가업을 마칠 테니 그때까지 기다려라.”

이렇게 두 사람은 출가하게 됐다. 이때 소식을 들은 석가족 청년 바구, 낌빌라, 우빠난다, 데와닷따, 아난다도 합류했다. 그리고 출가 여정에 궁중 이발사 우빨리가 동행했다. 까삘라 성을 벗어나자 청년들은 보배 장식품을 풀어 우빨리에게 던져주고 돌아가라고 했다.

남겨진 우빨리는 생각에 잠겼다. ‘이렇게 혼자 돌아가면 성미 급한 석가족 사람들이 날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나도 그들과 함께 가는 것이 나을 것이다.’ 우빨리는 보배 장식품을 나뭇가지에 걸어두고 다시 일행을 쫓아갔다. 석가족 청년들에게 말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나는 항상 석가족 아들들에 의지해 살아왔는데 오늘 석가족 아들들은 부처님의 제자가 되고자 갔으니, 난들 그들의 뒤를 따라 집을 떠나지 못하겠는가? 여러 석가족 아들들이 얻는 것을 나도 얻으리라.’”

드디어 망고 숲에 도착한 그들은 부처님께 예배드리고 간청했다. “저희의 부모께서 이미 출가를 허락했으니, 저희의 출가를 허락해 주십시오. 저희에게 출가를 허락하신다면 이발사 우빨리를 가장 먼저 제도해 우리보다 앞서 출가시켜 주십시오. 그래서 저희가 먼저 우빨리에게 절을 하며 합장 공경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나타내 보이게 해주십시오. 저희 석가족은 매우 교만하고 자존심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이 사람으로 인하여 저희 석가족이 그런 마음을 돌리고 교만한 마음을 버리게 해주십시오.”

그러자 부처님은 먼저 이발사 우빨리를 제도하여 구족계를 받게 했다. 그리고 밧디야 등 석가족 청년을 출가시켜 구족계를 주셨다. 아난다와 데와닷따는 이후 다른 비구로부터 구족계를 받았다.

그런데 아누룻다는 출가 초기에 잠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어느 날 부처님이 설법하시는데 아누룻다는 그 자리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설법이 끝난 후 부처님은 아누룻다를 크게 야단쳤다. 이후 아누룻다는 참회해 7일 밤 7일 낮 동안 한순간도 자지 않았다. 부처님의 만류에도 아누룻다는 결심을 꺾지 않았다. 그 결과 두 눈의 시력을 잃어버려 앞을 볼 수 없게 됐다. 그러나 계속 수행 정진한 결과 천안통(天眼通)을 얻었다. 천안통은 미세한 사물까지도 저 멀리 그리고 널리 볼 수 있으며 중생의 미래 일도 미리 알 수 있는 신통이다. 그리하여 아누룻다는 부처님 십대제자 가운데 ‘신통제일(神通第一)’이다.

통도사 소장 「쌍림열반상」
통도사 소장 「쌍림열반상」의 부분. 열반에 든 붓다 옆에서 아난다가 통곡하고 있다. 사진 불광미디어

한편 부처님의 사촌 동생인 아난다는 이후 부처님 열반 전까지 26년간 부처님을 곁에서 모셨다. 아난다는 부처님의 설법을 모두 들었기에 부처님 십대제자 가운데 ‘다문제일(多聞第一)’이다. 부처님 열반 후 경전 결집에서 큰 역할을 했다. 천민계급이었던 우빨리의 행적은 거의 전해지지 않는다. 우빨리는 계율을 매우 잘 지켜 다른 수행자의 모범이었다. 그리하여 우빨리는 부처님 십대제자 가운데 ‘지계제일(持戒第一)’이다. 우빨리 또한 부처님 열반 후 경전 결집에서 큰 역할을 했다. 부처님 열반 후 500명의 비구가 모여 경전 결집을 했다. 이때 먼저 우빨리가 부처님 말씀 가운데 계율인 율(律) 부분을 기억해 낭송했다. 이어서 아난다가 교리 등 경(經) 부분을 외었다. 그리고 당시 참석한 비구 전원의 공인과 채택으로 율과 경이 확정됐다. 이로 인해 경전은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로 시작한다. 

 

목경찬
서울대를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 불교학과에서 유식불교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동국역경원 사업에 참여했으며, 현재 여러 불교대학에서 불교 교리 및 불교 문화를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사찰, 어느 것도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유식불교의 이해』, 『절에는 이야기가 숨어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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