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당간 강릉 삼척] 강릉 인월사 주지 재범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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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당간 강릉 삼척] 강릉 인월사 주지 재범 스님
  • 송희원
  • 승인 2023.06.2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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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월사로 오세요~ 작약 꽃차 만들어 놓을게요”
강릉 인월사 주지 재범 스님

화마가 휩쓴 신라시대 절터 인월사 

“이 가문데 피느라고 애쓴다, 애써.”

재를 털어내고 피어난 작약꽃에 인월사 주지 재범 스님이 안타까운 안부 인사를 건넸다. 스님은 작년 11월 경내에 작약꽃 5,000송이를 심었다. 하지만 화재로 작약 대부분은 타버리고 몇 송이는 뒤늦게서야 겨우 꽃망울을 터뜨렸다. 인월사가 있는 강릉 경포 일대를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지 두 달이 지났다. 2023년 4월 11일 오전 8시 30분, 경포호 인근 강풍으로 쓰러진 소나무가 전봇대를 건드리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강풍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진 불은 삶의 터전이었던 펜션과 가정집 400채를 태우고, 45년 동안 강릉 시민들의 신행·수행공간이었던 인월사마저 앗아 갔다. 목조로 지은 대웅전, 담마선원, 관음전, 어린이 법당, 요사채, 공양간 건물이 모두 불에 타 붕괴됐다. 

“불길이 번지기 전, 바람이 심상찮아서 은사 스님을 모시고 대피했어요. 경찰이 통제해서 경포호숫가에 서서 불길이 올라오는 걸 지켜봤는데 30, 40분 만에 다 타버린 거예요. 절 근처 소나무도 펜션도 활활 타고, 온 사방이 전부 불바다였어요. 6월 초 동네 어르신들 모시고 작약 축제를 열려고 준비해 놓고 꽃필 날만 기다렸는데….”

일주문 안으로 남은 것은 석불 미륵부처님과 콘크리트 건물 한 채뿐. 건물 잔해에서 타버린 청동 불상을 거둘 새도 없이, 다가오는 부처님오신날을 준비해야 했다. 다행히 전소된 전각들의 철거는 국비로 처리돼 봉축 행사 전 경내를 정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천막 법당을 마련해 부처님을 모시고 밤새워서 등을 달며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했다. 

“부처님오신날에 산불 피해 주민들과 신도들을 위해 봉축 치유 공연을 열고 잠시나마 위로하는 자리를 마련했어요. 그렇게 봉축은 잘 치렀는데, 오후부터 비가 내리더니 천막 법당 안으로 물이 새서 법당을 다시 다 걷어냈어요. 예전처럼 몸과 마음이 쉴 수 있는 공간이 건립될 때까지는 여러분들이 관심과 응원 주시기를 마음으로 간절히 원해요.” 

인월사는 신라시대 창건된 천년사찰이었다. 옛 문헌 기록에 고려 충숙왕 13년(1326) 강원도 안렴사 박숙이 ‘인월사 옛터’에 경포대를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현재 경포호 근처에 있는 경포대의 원래 자리가 바로 옛날 인월사 터였던 셈이다.   

재범 스님은 지금의 인월사 뒷산이 인월사 옛터이자 경포대의 본래 자리였을 것으로 짐작한다. 신라시대 굴산사, 신복사, 한송사가 있었을 당시 인월사도 지어졌을 것으로 추측한다. 이러한 배경으로 은사 대성 스님이 1979년 인월사 옛터의 밭뙈기를 사서 조금씩 땅을 넓히고 불사를 해왔다.

“강릉 굴산사는 당간지주와 범일국사 승탑, 신복사와 한송사에는 석조불상이 현재까지 남아 있어요. 이러한 유적들로 신라 때 창건된 절이라는 것과 절의 규모가 고증됐죠. 아쉽게도 인월사는 유적이 없어요. 1980년대 초반 고고학자들이 인월사 옛터로 추정되는 곳에서 발굴 조사를 진행했지만 흔적이 발견되지는 않았어요. 불이 났거나 없어졌을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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