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그랬었다. 부모님 졸라 때깔나는 새 옷 사입는 날, 무지무지 먹고 싶은 음식이 지천 으로 널리는 날, 100원에도 인색하던 부모님이 빳빳한 1천원을 절값이라며 선뜻 주시는 날...
. 대학진학을 명분으로 고향을 따나기 전 내 어린 시절의 설날은 그 정도였다. 조상에 대한 음덕을 기리며 가족의 새해 건강과 안녕을 기원한다는 그런 의미는 정말 피부에 와 닿지 않 은 시절이었다.
그리고 10여 년이 훌쩍 지나가버린 지금, 새 달력을 집어들면 우선 명절과 국경일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따지는 일부터 챙기는 기금의 설날은 판이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세 월이 가른 설날의 느낌이 그렇게 다를 수 있을까. 여전히 요즘 꼬마들도 그 옛날의 나처럼 세뱃돈에 신나고 설빔에 흥분하고 그럴까. 부족함 없이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라니까 아마 시큰둥 할지도 모른다.
일을 가진 애기엄마가 맞닥뜨리는 설날은 솔직히 고백하건데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다. 연 휴가 몇 일 이어지나, 편집마감과 겹치지는 않나, 친정 다녀올 여유는 있을까. 대구 시댁갈 열차표도 못 구했는데 애기 들쳐업고 또 무슨 고생을 해야 하나... .심란한 마음 뿐이다. '오랜동안 부모님께 인사를 못 드렸는데 이번 명절엔 용돈도 두둑히 드리고 보약 한 첩이라 도 지어가야지.' 친손자 끔직히 사랑하시던데 정작 일 년에 며칠 보신다고 내가 내려가기 힘들단 생각을 하고 계시나.' 스스로 꾸짖기도 하는 사이 설날은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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