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인공적 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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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인공적 합성
  • 이상헌
  • 승인 2021.12.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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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휴머니즘과 불국정토

2009년에 개봉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 감독의 영화 <아바타>는 스토리도 흥미로웠지만 독특한 등장인물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아바타’라고 불리는 인공적으로 합성한 생명체가 그 주인공이었다. 아바타는 자원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계의 행성 판도라로 향한 자원탐사대의 비밀병기였다. 판도라의 토착민인 나비 족의 유전자와 인간의 유전자를 조합해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인공생명체로 외형은 나비 족과 똑같았다. 아바타는 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인간에 의해 원격 조종되는 일종의 생체 로봇이라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아바타가 인공적으로 합성됐다는 점이다. 아바타를 탄생시킨, 혹은 합성해내는 기술이 바로 합성생물학이다.

기술적 수단을 이용해 인간 향상과 인간의 진화를 꾀하려는 트랜스휴머니스트들에게 합성생물학은 주목할 만한 기술이다. 우월한 유전적 특성을 갖출 수 있도록 유전자 조작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의 유전적 구성을 재설계하는 것도 합성생물학을 통하면 가능하다. 말 그대로 자연 선택이 아니라 인위적 선택으로 인간의 진화를 기획하고 실천할 수 있다.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의 꿈이다. 인간의 유전적 구성을 재설계하는 데에는 인간의 유전자는 물론이고 다른 종의 유전자까지 활용할 수 있으며, 인공적으로 합성한 유전자를 활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을 가능하게 하는 합성생물학에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이 관심을 두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합성생물학의 대담한 시도들

합성생물학은 나노기술만큼이나 대담한 목표를 가진 연구 분야이다. 자연 속에 존재하는 생명의 구성요소들을 재설계하거나 재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생명을 공학적으로 다루는 연구 영역이다. 합성생물학의 최종 목표는 자연 속에 존재하지 않는 생물학적 구성요소들로 생명을 창조하거나, 자연 속 생명을 모방해 하나의 완전한 생명체를 창조하는 것이다. 

합성생물학의 역사는 효소 등을 이용해 DNA 일부를 잘라 내거나 덧붙이고, 유기체들 사이에서 DNA의 일부를 바꿔 끼우는 공학적 처치 수단인 재조합 DNA(recombinant DNA) 기술이 등장한 1970년대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대의 유전공학과 오늘날의 합성생물학은 목표가 다르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재조합 DNA 기술을 활용하던 시대의 생명공학은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하는 오늘날처럼 새로운 생명체를 합성하거나 인공 세포를 만들어내려는 꿈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합성생물학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연구자들이 무엇을 목표로 연구하는지 살펴보면 된다. 대중적으로도 인지도가 높은 합성생물학 연구자 크레이그 벤터(Craig Venter)는 2010년 5월 인공적으로 합성한 유전체를 박테리아 세포에 이식해 유명해졌다. 이른바 최초의 인공 세포를 합성한 것이다. 2016년에는 최소 유전체를 가진 박테리아인 ‘Syn 3.0’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냈다. 최소 유전체란 하나의 생명체가 가진 유전체 가운데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유전자만 선별한 것을 말한다. 최소 유전체는 맞춤형 인공 세포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기술이다. 벤터가 2010년에 공개한 ‘Syn 1.0’에는 총 901개의 유전자가 포함돼 있었는데, ‘Syn 3.0’에는 473개의 유전자만 포함돼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세균보다 더 적은 수의 유전자로도 생존하고 증식할 수 있는 박테리아를 만들어냈다는 뜻이다. 

하버드대학의 조지 처치(George Church)는 자연종의 유전체를 재프로그래밍해서 인간에게 유용한 생명체를 만드는 데 관심이 있다. 최근에는 장기이식용 돼지를 만들기 위해 돼지의 배아에서 62개의 유전자를 비활성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처치의 기술들은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의 목표인 인간 향상에도 활용될 수 있다. 아르키메데스는 “나에게 지렛대를 주면 지구를 들어올리겠다”고 말했지만, 처치는 자신에게 선택할 기회를 준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탠퍼드대학 교수인 드류 앤디(Drew Andy)는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한 사람답게 생명 연구에 가장 공학적으로 접근한다. 그는 자연이 만들어낸 생물체계를 해체해 더 논리적이고 유연한 형태로 재구성하는 길을 꾀한다. 앤디는 전자공학에서 전자를 다루는 공학적 방식으로 생물 분자에 접근하는 합성생물학을 개척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표준화된 생물 부품들을 등록해서 필요한 사람이 쓸 수 있도록 정보를 나누는 기관인 바이오브릭스 재단의 창립에도 역할을 했다. 그는 자연 선택을 인간의 자유의지가 적용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이유로 일종의 폭정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의 유전자와 진화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제공하는 합성생물학이 이러한 자연의 폭정으로부터 우리를 해방해준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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