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수행의 필독서 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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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수행의 필독서 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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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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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의 선수행

운문도일설(雲門倒一說)

'벽암록' 제 15칙에 다음과 같은 시공관(時空觀)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 때 중이 운문(雲門) 스님에게 "만약 설법을 듣는 사람도 없고 설법할 때와 장소도 없었다면 부처님은 어떤 태도로 나오셨을까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운문 스님, "아무 것도 설하지 않으면 되지 않는가!"라고 답했다〔擧 僧問雲門 不是目前機 亦非目前事 時如何 門云 倒一說〕.

이 화두는 선을 이론적으로만 추구하려는 의학도(醫學徒)들 사이에 성행하던 문제의 하나로 제대로 참선 수행을 하던 스님들을 골탕먹이기 위해 만들어낸 짓궂은 문제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이 의학도의 이런 질문에 당대의 대선객(大禪客)이었던 운문스님은 거침없이 "도일설(倒一說)"이라는 한 마디의 말로 이 의학도의 근본을 뒤흔들어 놓았던 것이다.

참고로 이 운문 스님은 제자들이 머리로만 이해하려고 물었던 대부분의 선 문답에 관해 짧은 한두 마디 말만으로 답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 대표적인 보기로 어느 때 제자가 "어떤 것이 불(佛)입니까?"하고 묻자 운문 스님은 "마른 똥막대기!"〔雲門 인 僧問 如何是佛 門云 乾屎 〕라고 하셨는데 이 이야기도 지금까지 널리 참구되고 있는 화두의 하나이다.

화두로 다시 돌아가 운문 스님에게 이 의학도가 "아무리 석가모니 부처님이라도 설법을 들을 청중도 없고 설법할 때와 장소가 없다면 부처님도 어쩔 수 없겠지요?"라고 정말 한심한 물음을 던졌다. 마치 중세에 교회가 타락했을 때 신학자들 사이에서 벌어졌던 쓸데없는 논쟁과도 비슷하다. 보기를 들면 '바늘 끝에 천사들이 몇 명이나 앉을 수 있겠는가?'라는 논쟁도 했다고 한다. 이 의학도의 공간적 시간적 집착에 대해 운문 스님은 "아무 것도 설하지 않으면 되지 않는가!"라고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운문 스님의 이런 답의 문구 자체는 아무리 머리로 분석을 해보아도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단서는 하나도 없다. 오직 이 화두를 들고 온 몸을 다 던져 철저히 참선수행을 통해서만이 이 화두를 꿰뚫을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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