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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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승인 2007.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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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처럼 구름처럼

아침 나절에 빨래를 한 날은 종일 기분이 개운하다. 더군다나 며칠씩 미뤄둔 옷가지들을 깔끔히 세탁하고 나면 그 즐거움은 몇 배로 상승한다.

야무지게 헹군 빨래감을 빨래줄에 널었을 때의 그 기분이란 시작할 때의 심드렁한 마음은 아니다. 벗어둔 빨래감이 있으면 마치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룬 것처럼 마음 한구석이 찜찜하다. 빨래하는 일 역시 성미를 닮는 모양이다. 무슨 일이건 후딱후딱 해치워야 속시원하고 소화도 잘 된다.

빨래는 전신운동에 속한다. 웬만한 몸놀림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힘든 구석이 있다. 이불같은 큰 빨래일수록 더 많은 노동력을 요구한다면 투정 섞인 말로 들리지 모르겠다. 빨래판에 옷을 놓고 문지를 때에는 전신에 힘을 쏟아야 때가 쏙쏙 빠져나간다. 손목으로 요령껏 살짝살짝 문지르라고 말하지만 힘있는 스님에게는 이 방법은 별 효과가 없다.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게 소리없이 빨래를 마치는 스님을 닮고 싶을 때도 있다. 내가 빨래하는 날은 동네방네 소문이 떠들썩할 정도로 어수선하기 때문이다. 비누거품이 다른 이에게 튀기기 일쑤이고 헹군 물을 버릴 때에도 조심스럽지 못하다.

속옷이나 양말 같은 작은 빨래는 뒤로 미루고 부피가 큰 빨래를 먼저 헹구는 게 내 빨래습관이다. 헹구는 일을 잘 배워야 물 낭비도 적고 빨래감의 솔기부분이 잘 펴진다. 이렇게 차례차례 손빨래를 마치고 나면 허리가 시큰하고 어깨가 얼얼하다. 남의 일이라면 이 정도로 정성스럽게 하질 못할 게다.

거품이 없어지고 어느새 깨끗해진 빨래를 보면 힘든 생각은 사라지고 마음 소의 찌꺼기까지 말끔하게 씻겨나간 느낌이다.

'한번에 너무 많은 빨래를 하지 마십시오. 서너 벌만 고르십시오. 등이 아프지 않도록 앉든지 혹은 서 있든지 가장 편안한 자세를 취하십시오. 느긋하게 빨래를 문지르십시오. 당신의 손과 팔의 모든 동작에 마음을 기울이십시오. 비누와 물에 집중하십시오. 빨래를 문지르고 헹구기를 끝낸 뒤에는 당신의 몸과 마음도 그 빨래처럼 깨끗하고 상쾌해진 것으로 느끼십시오. 미소짓는 것을 잊지 말고 마음이 산만해질 때는 당신의 호흡을 지켜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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