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과 물리학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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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禪)과 물리학Ⅶ
  • 관리자
  • 승인 2007.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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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의 선수행

양자도약을 통한 돈오와 점수의 이해

현대물리학의 바탕을 이루는 양자역학에 의하면 입자가 그림과 같은 우물꼴의 위치에너지(진한 실선)를 갖는 경우 입자의 에너지가 임계에너지인 0보다 작고 Ⅴ0 보다 작고 Ⅴ0 보다 큰 경우 입자는 x축 상에서 0과 a 사이의 위치에만 존재가 가능하며 이때 입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는 띄엄띄엄한 값들인 En만 가능하게 되고 입자의 에너지가 0보다 크게 되면 입자는 모든 위치에 존재할 수 있게 되며 에너지도 연속적인 값을 갖게 된다.

자 이제 우물이 충분히 깊어 1,700개의 띄엄띄엄한 에너지 상태가 가능하다고 하자 (실제로 우물이 충분히 깊으면 양자역학적으로 1,700개의 에너지 상태가 존재할 수 있으며 1,700개를 택한 이유는 알려진 조사 스님들의 화두가 1,700개이기 때문에 상징적으로 이렇게 택했다). 이런 경우 입자는 띄엄띄엄한 에너지 값들의 차이에 꼭 맞는 에너지, 예를 들어 에너지 덩어리인 빛을 흡수하면서 E(= En - En-1)인 에너지를 얻게 되면 낮은 에너지인 En-1 상태에 있다가 높은 에너지인 En 상태로 변하게 되는데 이를 양자도약이라 부르며 반대로 빛을 방출하면서 에너지를 잃게 되면 높은 에너지 상태로 떨어지게 되기도 한다.

이제 선(禪)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위의 이야기가 좋은 비유가 될 수 있을는지 모르겠으나 내 체험에 비추어 가능한 돈오(頓悟)와 점수(漸修)의 관계를 나름대로는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점수는 깨달음을 얻기 위한 선 수행자들의 지속적인 노력이라 생각하며 돈오는 점수를 통한 지속적 노력의 축적과 동시에 이때를 놓치지 않고 제자를 다그치는 스승의 직접 또는 간접적인 활작용(活作用)에 의해 마치 입자가 꼭 맞는 에너지를 받아들이면 거기에 해당하는 에너지 상태로 뛰어 올라가듯이 나타나는 불연속적인 수행의 성과라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대혜종고(大慧宗 ) 스님은 무수히 작은 깨달음과 열여덟 번의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술회하고 있는데 양자도약의 입장에서 보면 1,700 단계의 에너지 상태를 대부분은 한두 단계씩 뛰어넘었지만 열여덟 번은 수십 단계를 단번에 뛰어올라 드디어는 0인 임계에너지를 뛰어넘어 더 이상 그를 속박할 것이 없는 대자유인(大自由人)의 경지에 올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처음에는 성과가 있었으나 만일 수행을 게을리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자유와는 멀어지는 낮은 에너지 상태로 떨어지기도 한다는 것은 자명할 것이다. 그 예로 내가 아는 어떤 스님은 선방에서 수십 철을 지내셨으나 요즈음 그 분의 근황을 보면 선방생활을 마친 뒤 이 절 저 절 주지로 다니시면서 그동안의 수행의 힘은 다 잃어버리시고 입으로는 명망 있는 스님들의 이름을 들먹이면서 나와 같이 선방생활을 했으며 나와 수준도 비슷하다는 등 듣기에 민망한 이야기를 하면서 실지 행위는 결과론적으로는 재가불자들을 절에 얼씬도 못하게 하는, 처음 입문한 사미승에게조차 본받아야 할 정도로 전락한 분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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