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전하는 부처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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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전하는 부처님 마음
  • 불광출판사
  • 승인 2015.01.2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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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림사 주지·사회복지법인 연화원 이사장 해성 스님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면, 처처에 아나율과 주리반특이 있다. 부처님의 10대 제자인 아나율은 맹인이었고 16성 아라한인 주리반특은 한 문장도 외우지 못하는 지적장애인이었다. 허나 이들은 자신들의 장애를 받아들이고 장애를 딛고 일어나 깨달음의 반열에 올랐고, 그 깨우침의 중심에는 부처님의 자애로운 말 한마디가 있었다. 서울 도심 속 법당 광림사에 가면 장애인들의 불편함에 귀 기울여 먼저 알아차리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법회를 열며, 직업재활교육으로 그들의 손 맞잡고 세상으로 나오는 길을 안내하는 해성 스님이 있다. 스님의 보시행에는 보시란 마음이 없다.

| 귀가 되고 눈이 되는 아름다운 손

“특별히 장애인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귀가 들리지 않든, 눈이 보이지 않든, 몸을 마음대로 가누지 못하든 우리는 모두 부처님 제자이니까요. 모두 부처님 제자이니 부처님 법문도 함께 공부해야 하지 않겠어요.”

부처님의 가르침은 상구보리 하화중생, 이웃과 함께 나누는 삶이기에 그저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했다는 해성 스님. 1992년 도심포교당 광림사를 세우고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장애인들을 위한 포교와 복지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스님의 열정어린 활동을 바라보면, 보시바라밀행이란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가르침의 보시를 받게 된다.

재물로서 타인을 돕는 재시財施, 법을 전하는 법시法施, 그리고 두려움을 나누고 거두어가는 무외시無畏施. 그 중에서도 스님의 무외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듣지 못하는 이에게는 귀가 되어주고, 보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눈이, 걷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다리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매주 일요일 목탁 대신 북의 진동을 가지고 집전하는 수화법회를 진행하며 스님이 직접 수화로 법음을 전하고, 한 달에 한 번은 법당에 안내견 도우미 보살과 함께 앉아 시각장애인 법회를 진행한다. 혼자서 움직일 수 없는 지체장애인들과는 시간을 맞추어 자원봉사자와 자원봉사차량과 함께 주기적으로 성지순례법회를 다녀오기도 한다.

“어느 날 TV를 보는데 수화로 노래하는 장면이 나오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수화를 배워 스님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수화를 시작했어요. 배우다가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 때 청각장애인분들이 노래 하나라도 더 배우고 가라며 직접 과외까지 해주시더라고요.”

굳이 개인지도까지 해주며 스님을 잡았던 것은 자신들 곁에 부처님 가르침이 함께 하기를 바랐던 마음. 청각장애인을 위한 법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분들의 이야기는 스님의 마음을 두들겼다. 그렇게 1993년 첫 수화법회가 봉행됐고, 한참동안은 청각장애인만을 대상으로 법회가 진행됐다. 하지만 맞닿을 인연은 언젠간 반드시 만나게 되는 법. 도움을 주는 사람 없이 흰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서 광림사를 찾아온 한 분의 발원이 2011년부터 한 달에 한 번,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법회를 열도록 인연을 이끌었다. 고귀한 인연은 또 다른 인연을 만들어, 시각장애인 법회를 봉행할 때마다 법산 스님이 마음을 내어 법문을 해주셨다.

한 번 시작한 일에는 무섭게 몰두하는 해성 스님의 열정은 그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스님의 원력을 담아 또 한 번 빛을 발했다. 2014년 11월, 점자 금강경을 세상에 나오게 해 시각장애인들에게 한 권의 빛이 되어 준 것이다. 청각장애인들은 눈으로 책을 읽으며 법회를 따라갈 수 있지만, 시각장애인들은 누군가의 목소리를 빌려서 음성으로 듣고 외워 독경할 수밖에 없던 현실에 끊임없이 고민하던 스님의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이제는 시각장애인들도 스님이 작년에 발간한 점자 법요집과 교리집으로 법회 의식을 수월하고 여법하게 진행하고, 손끝으로 직접 점자 금강경을 봉독하며 부처님 가르침을 함께 배울 수 있게 된 것이다. 법회에 함께하는 불자들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피어나는 것은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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