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맡긴 노부부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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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맡긴 노부부의 삶
  • 관리자
  • 승인 2009.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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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손길

한국도로공사에 근무하던 김동현 할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진 지도 어느덧 28년이 지났다. 60년대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참여하기도 했던 할아버지는 1981년 새로 건설할 도로의 브리핑 준비로 과로를 하다 중풍을 맞고 말았다. 당시 할아버지는 50세였고, 큰아들과 작은아들은 각각 고3, 중3이었다. 모든 생계의 짐은 할머니의 어깨에 고스란히 얹어졌다.

“건강하던 남편이 하루아침에 반신불수가 되어 옴짝달싹 못하고 병원에 누워있으니, 처음엔 믿기지 않습디다. 그저 꿈이려니 하고 멍하니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쌀이 떨어지고 아이들 용돈을 못 주게 되고 급기야 모아둔 돈이 바닥을 드러내는 거예요. 세상물정 모르고 집에서 살림만 하던 제가 4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에 무엇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래도 굶고 있을 수만은 없어, 무작정 밖으로 나갔어요. 여기저기 찾아다닌 끝에 주위 분들의 도움으로 작은 백화점에서 야채를 팔게 되었지요.”

그렇게 네 식구가 간신히 생계를 이어나갔다. 자녀들을 대학에 보낼 수 있는 형편도 아니어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두 아들은 곧바로 생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둘 모두 직장 생활을 오래 하지 못하고 힘들다며 번번이 그만 두는 바람에 여전히 생활은 어려웠다. 그 와중에도 할머니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주택부금을 꾸준히 부었다.

아끼고 아낀 노력의 대가로 1988년 서울 상계동의 18평형 주공아파트에 당첨되었다. 융자금 550만원을 끼고 총 1,850만원에 꿈에 그리던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었다. 새 아파트에 누워있으면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좋았다. 그러나 몇 해 후 할머니에게도 시련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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