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하문] 팔자(八字)와 연분(練分) 정분(情分) / 서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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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문] 팔자(八字)와 연분(練分) 정분(情分) / 서정주
  • 서정주
  • 승인 2009.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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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紫霞門)

  우리 나라에서 목숨이 태어나서 오래 살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아는 <팔자>라는 말이 유교가 만들어준 말인 대신에, 또 <연분>아니 <정분>이란 말은 불교에서 나온 것인 것도 알만한 이는 두루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 오늘은 우리 겨레들이 오래 써 먹어온 이 세 가지의 말이 우리 역사와 민족정신에 어떤 영향을 끼쳐 왔는가 하는 것을 곰곰히 또 한번 생각해 보려 한다.

  팔자라는 것은 물론 사람이 처음 어머니 배에서 생겨 났을 때의 년, 월, 일, 시의 네가지ㅡ즉, 사주(四柱)라는 것의 간지(干支)의 여덟글자를 뜻하는 것이니 가령 <甲子年 甲子月 甲子日 甲子時의 여덟 글자에 맞추어 태어난 사람은 팔자를 잘 타고났다>던지 <甲子年 乙丑月 丙寅年 丁卯時에 생겨난 놈은 싹수가 없는 팔자라>던지 하는 따위로 생겨난 운명을 정해 버리는 것으로서, 이건 순전히 유교의 그 역리(易理)라는 것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런 사람의 팔자는 다 하늘이 헤아려 명령해서 정해주는 것이니, 이것을 거부해서는 안되고 오직 잘 순종하면서 살아야만 사람의 타고난 분수를 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의 집 종으로 태어난 놈은 종의 분수에 순종해 지켜내야 하고 약소국의 팔자인 나라 백성들은 약소국의 분수를 잘 지켜 종주국의 명령에 언제나 잘 순종해야 하고, 가난하게 살 팔자이면 또 그 가난을 견디면서 그 가난에 만족하고 살 자각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유교의 팔자 정신은 대국인 중국의 왕도정치의 패권을 위해서는 참 좋은 것이었지만, 약소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진취성을 막고 소극적인 삶에 자족케하는 정신적인 암이 되었던 것이다.

  이 팔자정신의 암의 유일한 치료제로서 쓰여져온 것이 바로 연분, 정분의 불교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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