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음(圓音)의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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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음(圓音)의 메아리
  • 관리자
  • 승인 2007.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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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심 시심

올 해도 3·1절은 어김없이 찾아와 보신각 종소리가 온 장안에 울려 퍼져, 독립만세 소리가 전국을 뒤흔들었던 그 날의 감격을 되새기게 하였다. 금년에는 특히 타종인의 한 사람으로 만해 한용운스님의 유일한 혈육인 한영숙(韓英淑)여사가 참여하여 타종의식을 뜻깊게 하였거니와,1919년 당일 보신각에서 멀지 않은 파고다공원에서 만세삼창을 선창하였던 한용운스님이고 보면, 따님이 치는 종소리를 지하에서나마 반겨하지 않으셨을까?

은은히, 그러나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종소리, 그것은 단순한 물체의 울림소리 그 이상이다. 거기에는 수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고, 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응어리져 있으며, 영원한 무언의 진리가 담겨져 있다. 그러기에 종 또한 단순히 시간을 알리는 기구가 아니다. 그것은 심오한 뜻을 지닌 신비스러운 존재다.

보신각의 종소리는 온 겨레의 한결같은 자주독립의 염원이고, 성당이나 교회의 종소리는 사랑과 구원의 메아리이며, 절에는 울리는 범종 소리는 자비와 해탈을 상징하는 무언의 음향이다. 찰스 램이 그의 시 ‘제야’에서 종소리를 여러 종류의 소리 가운데 천상에 가장 가까운 음악이라 한 것도 바로 그런 의미이며, 알프렛 테니슨의 시 ‘신년송’에서 종소리를 통하여 기독교적 박애와 평등을 갈구하고 있는 것도 같은 뜻이다.

그러나 종소리는 아무래도 불교적 의취가 강하다. 종 그 자체가 불교에서는 신비스러운 신기(神器)이며, 영험스러운 신앙의 대상이고, 중생의 번뇌를 깨우쳐 주는 법기(法器)이다. 호랑이한테 물린 상처가 절의 종소리를 듣기만 하면 나았다는 신라 때의 이야기나, 오랜 실패 끝에 어린 딸을 쇳물가마에 넣은 후에야 종만들기에 성공하였다는 봉덕사 에밀레종의 전설은 종이 얼마 큼 불교에서 신성시 되는가를 말해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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