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고속도로에서 내려서 봉화를 지나 36번 국도를 따라 구불구불 낙동정맥을 넘는다.
낙동정맥은 이름 그대로 낙동강 동편의 산줄기. 태백의 매봉산(1303m) 어드메에서 부산의 금정산(802m) 마루금까지 천리길의 장대한 산줄기이다. 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 하던가. 한낮인데도 그늘 드리운 산길이며 차창 밖 길 아래의 아찔한 계곡 풍광에 넋을 잃고 만다. 울울창창(鬱鬱蒼蒼)한 산과 바다에 진귀한 산물이 많다 하여 ‘울진(鬱珍)’이라 이름했다는 말을 짙푸른 산에 들어 절감한다.
순간 ‘그 옛날에는 이 험난하고 산 깊은 골짝길을 굽이굽이 넘어야 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미치자 차를 타고 가는 한가로운 길이 금세 신산한 길로 바뀌고 만다. 지난 ’85년 경 포장길로 바뀌었다 하니 불과 20년 전에는 인적 드문 아스라한 절벽길이었으리라.
그 길을 따라 불영사(054-783-5004)로 들어서는데 매표소를 지나자 길은 곧 비포장 길로 속살을 드러낸다. 시멘트 도로 대신 흙길을 선택한 불영사 스님들의 긍지가 풋풋하게 다가온다.
계곡을 건너자 아름드리 소나무가 눈길을 끈다. 허리께에 흉물스런 ‘브이(V)’자의 상채기가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일제 수난기 송진까지 땔감과 연료로 채취해갔던 그들. ‘동해’를 일본해로 부르는 망령됨을 이 국토의 신령스러움은 이미 꿰뚫고 있으리라.
“나이는 1,300여 년, 높이 35m, 둘레 6.2m의 거목이어서 불영사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을 머물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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