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나를 점검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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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나를 점검하는 일
  • 관리자
  • 승인 2007.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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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가행정진

최근 나는 여름 안거일을 앞두고 그 동안 살아왔던 수행처에서 떠나왔다. 따져보니 청주의 한 사찰에서 지낸 세월이 무려 8년이나 된다. 내 출가 법랍의 절반을 그 곳에서 보낸 셈이나 마찬가지다. 수하(樹下)에 3일 이상 머물지 말라는 불계(佛戒)에 견주어 보면 한 곳에 살아도 몇 곱절 오래 살았고 그만큼 방일과 안주(安住)의 허물도 크다.

인간사가 다 그러하듯 한 곳에 오래 머물면 인연의 부피가 늘어난다. 사회적 관계로 형성된 인연도 있으며 인간적 관계로 만들어진 인연도 있다. 때때로 그 인연은 정이라는 구체적 감정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래서 삶의 위안이 되기도 하고 사람 사이에서 유기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인연의 속성은 칡넝쿨처럼 얽어매려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연의 대상이 무엇이건 우리 삶의 영역에서는 소유와 집착의 그늘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건 일이건 물건이건 관계없이 정을 나누면 그만큼 그 대상에 얽매이게 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인연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러한 관계에 중독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인연의 부피를 줄일 때 우리 삶은 보다 가벼워지고 홀가분해진다.

그 동안 수행자로서의 내 생활도 그랬던 것 같다. 절 집의 인연이 수행의 배경이 된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 인연의 실타래가 많아지는 동안 출가 본분에 점점 소홀해지는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한 곳에 오래 안주하면 타성과 안일의 그늘도 짙어진다.

일상에서 거듭 일어서야 하는데 탄력적인 수행의 힘이 늘 부족하다는 것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상의 수행은 고무줄과 같아야 한다.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는 탄력을 상실하면 수행은 세속화되기 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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