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산 순례기 ] 33.독수리 선회하는 디궁틸 곰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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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산 순례기 ] 33.독수리 선회하는 디궁틸 곰파 2
  • 김규현
  • 승인 2007.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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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산 순례기33

괴기스런 조장(鳥葬)의 광경

이윽고 ‘바르도 퇴돌’을 읽어가며 진행되던 ‘포와제’가 끝나고 유족들은 푸대자루에 들어있는 망자의 시신을 둘러메고 뒷산 위에 있는 천장대로 라마승을 앞세우고 줄을 지어 올라갔다. 우리들도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맨 뒤에서 일행을 뒤따랐다.

우리는 무언의 눈빛으로 조심하자는 다짐을 하고 우리의 최종관심사인 그 끔찍하다는 조장을 보기 위해 산 위에 있는 ‘뒤르투’, 즉 천장대로 올라갔다. 이미 운전기사를 통해 사진을 찍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유족과 라마승에게 허락을 받았지만 혹시나 외국인이라는 것을 들키지 않게 조심하면서 고개를 넘으니 거기에 조장장의 정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이미 피 냄새를 맡았는지 수십 마리의 큰 독수리들이 모여들고 있었고 천장사(天葬師)인 늙은 라마승의 손에는 칼이 번쩍이고 있었다.

우리는 손으로 입을 막고 혹 나올지도 모를 비명과 구토를 대비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숨을 죽이고 그 광경을 모두 지켜보았다. 인간의 주검이 어떻게 분해되는지를 ….

그것은 보기에 따라서는 끔찍하고 괴기스러운 광경이지만 시제파 단경설(斷境說)의 4마경(四魔境)을 끊는 ‘수행법’으로 생각하고 그 과정을 묘사해 보기로 한다.

먼저 푸대자루에 구부린 모양으로들어있는 망자의 시신을 꺼내어 반석 위에 올려 놓은 다음에 묶여 있던 줄을 끊고는 옷을 벗기고 준비를 하면, 유족과 라마승들은 향을 사루고 ‘바르도 퇴돌’을 소리 높여 읽기 시작한다. 때가 되어 천장사가 다가가 먼저 귀바퀴를 베어 유족에게 기념품으로 주고는 시체의 구석구석에 가로·세로 칼집을 내어 독수리들이 뜯어 먹기 좋게 한 뒤 물러나자 주위에 기다렸던 독수리들이 두 발로 걸어서 다가와 게걸스럽게 인육을 먹기 시작한다.

채 한 시간도 안 되어 한 풍만하였던 여인의 몸이 뼈만 남은 상태가 되자 이번에는 천장사가 다가가 해골에 매어있는 끈을 잡아 끌어 반석바위에 올려놓고 큰 망치로 해골과 뼈를 잘게 부수고는 다시 티벳인들의 주식인 볶은 밀보리 가루인 ‘짬바’를 뿌려 뼛가루와 함께 버물여 놓자 조금 물러나 있던 독수리들이 다시 덤벼들어 그것마저 깨끗이 먹어 치운다. 그렇게, 월요일에 태어나 ‘다와[月]’라는 이름으로 아들·딸 4남매를 낳고 40대 중반까지 살았던, 그 여인은 머리카락만 남기고서 사라져 갔다.

그 여인은 지수화풍 ‘4대(四大)’로 모였다가 ‘풍대(風大)’로 변해 독수리를 타고 고향인 중음계로 다시 돌아간 것이다. 거기에 또 다른 의미가 더 있을 것인가? 땅에 묻어 구더기가 먹으면 어떻고, 물 속에 들어가 고기밥이 되면 어떻고, 불에 들어가 화마(火魔)의 먹이가 되면 어떻고, 바람에 들어 독수리밥이 된들 어떠하리.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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