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산 순례기 ] 32.독수리 선회하는 디궁틸 사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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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산 순례기 ] 32.독수리 선회하는 디궁틸 사원 1
  • 김규현
  • 승인 2007.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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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산 순례기32

‘디궁카큐파 (止貢葛擧派)’의 본사

오늘은, 라사에서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좀처럼 팀이 모여지지 않아서 가보지 못했던 디궁틸(止貢梯)곰파로 향하였다. 게스트하우스 벽에 붙은 메모지를 보고 즉석에서 모집된 팀이었는데, 홍콩 총각과 한국 낭자와 필자가 합쳐진 5명이 전부였다.

여름철이면 가끔은 길가에서 한국 사람을 만날 수는 있었지만 대개는 그저 가벼운 인사만 하고 지나치는 것이 ‘외국에서의 한국인의 여행수칙 제 일조(?)’였기에, 난처한 상황이 아니면 필자도 한국인과의 접촉은 별로 없이 지내온 터였다. 그렇지만 그날은 그녀들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오랜만에 한국말도 실컷 할 겸 동행하게 되었다.

우리의 목적지는 외국인에게는 금지된 곳이어서 위험 부담이 있는 곳이었지만 모두가 중국어에 능했기 때문에 중국인 행세를 하기로 하는 등의 몇 가지 ‘주의 사항’을 다짐받은 다음 출발하였다.

천장공로(川藏公路)를 따라 가다가 메도공카(墨竹貢作)에서 좌회전하여 디궁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 밤늦게 곰파에 도착하였다. 늦게 출발한 탓도 있지만 길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선입관이 있어서인지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것 같은 객실에서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쏟아지는 거센 빗줄기 소리를 들으며 내일이면 어쩌면 볼 수 있는, 그 참혹하고도 괴기스럽다는 조장(鳥葬)을 상상해 보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꿈 속에서, 범상치 않은 라마승이 붉은 모자를 쓰고 손에는 해골북, ‘토드릉가’와 인골피리(人骨簫), ‘르캉둥’을 들고 해동의 나그네를 마중하러 나왔다. 그의 안내를 받으며 이 유서깊은 곰파의 역사 속으로 ‘시간이동’을 하였다.

그는 자기 소개를 먼저 하였다. 자기가 바로 이 절의 창건주이며 ‘디궁카규파’의 개조(開祖)인 직텐슘공(齊田貢布, 1143~1279)이라고 하였다. 일찍이 생사 윤회의 인생사에 의문을 품고 카규파에 출가하였으나 뒤에 죽음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시제파(希解派)의 가르침에 심취하여 카규파에서 독립하여 ‘디궁카규파’를 세우고 ‘죽음’이 있는 여러 곳을 만행하다가, 1179년에는 시절인연이 있어 이 절을 창건하고 그로부터 ‘바르도 퇴돌’을 화두로 삼아 정진하였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에 해동의 나그네도 그 동안 궁금해 왔던 문제를 물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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